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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거리를 걷다 보면 2가지 신호등을 만날 수 있다. 신호등의 졸라맨 모양은 옛 서독지역, 슈퍼마리오처럼 생긴 모자 쓴 사람은 옛 동독지역이다.

같은 거리를 일직선으로 따라갔는데도 2가지 신호등을 만나기도 한다. 장벽은 사라졌지만 과거 분단의 흔적인 셈이다. 신호등을 되살려 놓은 것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독일 사람들의 다짐이라 읽힌다.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 2차 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영국·프랑스가 분할한 동·서베를린 장벽 사이에 있던 검문소. 외국인이 동서를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관문이었다. 1989년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통일과 함께 철거됐다 다시 세워져 관광명소가 됐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을 넘어 통일의 역사현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동서베를린 분단시절 서에서 동으로 갈수있던 유일한 관문. 체크포인트 찰리.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 한반도. 뉴스만 보고 있으면 곧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은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선제공격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들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광복과 함께 분단된 72년간 전면전에 이어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북 정상이 만난 역사적 시기에는 한동안 교류와 협력의 물길이 열리기도 했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북 빨갱이' 딱지를 갖다 붙이는 병 같은 집단행태는 여전하다.

이 사회 모순은 분단의 산물이다. 패전국 독일은 승전국에 분할 점령됐지만 한반도는 왜 분단됐는가.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분할돼 식민통치를 받아야지 왜 우리가 남에 의해 갈라져 70여 년 동안 고통받아야 하는가.

남북 분단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반도에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절대 외세는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독일처럼 우리 내부의 힘이 분출될 때 통일은 가능하다. 한반도가 하나된다면 판문점은 체크포인트 찰리 못지않게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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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회사 동료와 8년 전 다녀온 전라도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청잣빛 바다가 눈에 아른거린다. 맨발로 걸었던 황톳길 촉감도 보드랍다.

고창 미당시문학관 전망대에 올라 알게 됐다. 시인이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한 이유를. 그의 친일행적을 몰랐던 어린 시절에 헤아리지 못해도 이렇게 멋진 시를 쓴 시인은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 궁금했다.

앞으로 펼쳐진 갯벌과 바다, 뒤로 질마재를 보면서 떠올렸다. 나를 키운 유년시절 풍경들을. 사실 잊고 있었다. 눈부신 금모래 은모래와 어우러진 강에서 뛰어놀던 때가 있었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강에서 살듯했다. 시원한 강물로 뛰어들려면 뜨겁데 익은 모래밭을 한참이나 달려야 했다. 발바닥이 익기 직전 모래를 파고 발을 묻었다 다시 뛰었다. 뙤약볕에 한철을 보내면 얼굴은 새까맣다 못해 빛이 날 정도였다.

물새알도 있고, 재첩도 많았다. 재첩은 섬진강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친구들이 한주먹 잡는 동안 수렵에 소질이 없는 나는 고작 몇 알 찾아내는 게 전부였지만 신기했다. 가을이면 방울낚시들이 줄을 섰다. 바다에서 알을 낳으러 거슬러 오른 숭어잡이 진풍경이었다.

강은 평온하지만 않았다. 매년 물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둔치를 집어삼키고 휩쓸어가는 시커먼 강을 보려고 둑에 모여들었다. 한차례 쓸고 간 강은 변해 있었다. 동네 쪽에 있던 백사장은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어떤 해에는 키가 넘던 곳이 얕아지기도 했다.

강은 많은 상상력을 키워줬다. 세상을 보는 눈은 좁았지만 '저 강을 따라가면 어디가 나올까', '강 건너에는 어떤 사람이 살까', '이 물이 어디로 흘러갈까' 이런 잡다한 물음을 하곤 했다.

강은 그렇게 내 마음에 있었다. 내 고향은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 '큰 산'이 귀한 고장, 넓은 들판 북쪽 끝 낙동강에 접한 마을이 우리 동네였다.


그러나 유년시절 기억의 강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염분을 막아 안정적인 농업용수, 수돗물 공급을 위해 강을 가로지르는 둑을 만들었다. 낙동강하굿둑이 완공된 1987년은 중3 때였다.

그때부터 강은 서서히 뻘밭으로 변해갔다. 맑았던 강물은 갈수록 흐려졌고, 우린 강에 놀러 가지 않았다. 강이 그렇게 변한 까닭을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지금은 더 엉망이다. 해마다 녹조 범벅이 되고, 죽어가는 강이 되어 버렸다. 4대 강 사업을 하고 나서 8개 보에 막힌 낙동강은 '물그릇'일 뿐이다.

추억만 먹고살 수는 없다. 그러나 망각은 우리 삶을 망친다. 인간의 욕심과 잘못된 판단은 자연을 파괴한다. 낙동강이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4대 강 정책감사에 대해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했다. 온갖 생명과 더불어 사는 강이 우리 삶을 더 풍요하게 하지 않을까. 금모래 은모래 반짝이는 모래밭을 다시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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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를 부풀리면 나를 좋게 볼 것이다? 점점 더 나를 사기꾼으로 볼 뿐이다. 너를 증명하는 것은 너의 현재다.”

인터넷에 떠도는 ‘남자 나이 마흔 넘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는 글 중의 하나다. 몇 년 전 이 글을 읽고 메모장에 옮겨놓고 다시 보곤 한다. 나이 먹어가는 게 부담스러워지던 때 가슴에 쏙 들어왔었다.

나이가 들면서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역할과 책임이 커진 탓도 있겠지만 시야는 좁아지고 생각은 굳어져 간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게 되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진다.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불통 독선의 정치인 꼰대질은 더 피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이 세상 이치나 원칙인 양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걸 ‘꼰대질’이라고 한다. 꼰대질은 특정 이념층이나 출신·나이 구분이 없이 나타나는데도 ‘기성세대=꼰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꼰대스러워지는 걸 경계하지만 쉽지 않다. 윽박지르는 나를 볼 땐 당혹스럽다. 모두를 위한 행동이라거나 일종의 고립감에 대한 항변이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합리화일 뿐이라는 걸 안다. 나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더라도 남에게 피해이고 폭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꼰대질을 하면 더 피곤해진다. 영향력이 큰 만큼 피해도 커진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제대로 꼰대질을 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대 청년들에 대한 저의 지지가 낮은 것은 아마도 꼰대이미지 때문일 겁니다”라고 했다.

인정은 좋았다. 자수성가한 자신의 이력을 읊은 것까지도 봐줄 만했다. 그런데 “야들아 내가 너희들의 롤 모델이다. 그런데 왜 나를 싫어 하냐?”고 내질렀다. ‘왕년’, ‘성공’, ‘반말’은 일명 꼰대어로 꼽힌다.

주권자의 반성이 새로운 세상 만들 것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을 불통, 독선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은 독재자다. 우리는 여러 독재자를 거쳤다. 불행한 역사다. 그런데 ‘스트롱맨’이 필요하다며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이도 있다. 통치의 시대, 거꾸로 가자는 것인가. 우리는 자치를 원하는데 말이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촛불의 힘으로 만든 선거다. 촛불정국과 탄핵정국에서 사람들은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세상을 외쳤다. 도덕이 바로 선 세상, 성공한 삶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좌파·우파,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다.

도덕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데서 시작한다.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하고 감옥에 보낸 것은 자각하고 반성한 주권자들이 행동으로 이룬 것이다. 특히 기성세대의 부끄러움이 크게 작용했다. 꼰대스러움보다 부끄러움을 선택한 어른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광장에 모였듯이 새 세상을 찍을 것이라 믿고 싶다.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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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컴퓨터 게임이 있다. 방식은 잘 모르지만 아들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 가상의 세계에서 자유자재로 건물을 짓고,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구축한다. 아들은 아빠 집이라며 한 채 지어주기도 한다. 3차원 세계에서 펼치는 놀이 그 자체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마인크래프트는 '내가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같은 주제로 학교 수업에 활용될 정도니 교육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마인크래프트로 창원시 현안인 인공섬 마산해양신도시나 옛 39사단 터에 신도시 구상을 한다면 어떨까. 단서가 있다. 이 땅은 공공재산이라는 것, 그러니 기존 도시와 조화, 시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 땅을 개발하는 데 민간사업자가 끼어 있으니 수익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수익성, 경제성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개발사업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느냐로 정리할 수 있겠다. 당장 민간사업자에게 개발비용을 줄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하겠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간 도시를 망칠 수도 있다.

 

창원시 중동 옛 39사단 터에 민간사업자가 지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감도./경남도민일보

 

현재까지 그림을 보면 39사단 터나 마산해양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지어진다. 39사단 터 민간사업자인 유니시티는 최근 분양한 1·2단지를 비롯해 6100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부영주택도 규모를 정하지 않았지만 해양신도시에 대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그런데 말이다. 도심에 대규모 콘크리트 아파트촌이 들어선다는 것은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 건설사가 개발비용을 빼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보는 게 맞다. 유니시티 분양가(3.3)1300만 원에 달하는데 청약은 불티가 났고, 계약률도 꽤 높았다. 이 사람들이 실수요자들일까. 국민이 체감하는 집 한 채 값이 28000만 원, 그 집을 사려면 연봉을 오롯이 13년 모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한 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어림도 없다.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 민간개발사업자 부영주택이 애초 구상한 개발 조감도.

 

물론 아파트만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창원시는 39사단 터에 행정·문화·스포츠, 해양신도시에 문화·비즈니스·관광·해양레저가 어우러지는 명품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최근 부산 해운데 엘시티를 다녀와서 마산해양신도시를 아파트 숲이나 주거·상업 중심지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해양신도시를 명품 랜드마크로 만들지 못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해양신도시 주거공간을 명품 고급화로 차별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양한 계층이 혜택을 누리는 것이 공공개발의 방향이라면 의문이 생긴다. 비싼 새 아파트에 살 능력이 되는 사람만 모여 사는 '그들만의 동네'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새로 들어선 상권은 빨대처럼 도시 전체를 흡입하고, 옛 도심 상권 공동화는 가속화할 것이다. 곁들여 조성한 갖가지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은 그 동네 집값을 올리는 데 호재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 신도심과 구도심 간 계층은 분리될 게 뻔하다.

 

창원시의회가 39사단 이전·개발사업 행정사무조사를 발동했다. 공공재를 활용한 공공개발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도시개발에서 진정한 공익이 뭔지 짚어주길 바란다. 더 망쳐지기 전에.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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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벚꽃장이 열린다. 벚꽃장뿐만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장에는 번호표를 뽑아 설탕으로 만든 여러 가지 모양을 선택하는 '뽑기' 장사를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커다란 잉어나 거북선을 뽑는 횡재도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꽝'이다. 꽝이라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사탕을 주니 입에 넣고 단맛을 볼 수는 있다.

 

 

 

선거는 이런 '뽑기'와 다르다. 뽑기는 돈을 내야 할 수 있지만 선거는 투표권을 가진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더구나 선거에서 '꽝'을 뽑으면 4년 동안 쓴맛과 고통을 받아야 한다.

 

6월 4일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모두 7표를 찍을 수 있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과 비례, 시·군의원과 비례 등이다. 경남도민은 모두 335명을 뽑게 된다.

 

표 수와 뽑을 사람 수만 봐도 중요한 선거다. 더구나 4년 동안 내 삶과 직결된다. 유권자마다 뽑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누굴 찍느냐, 어느 정당,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동네와 이웃의 삶은 달라진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 선택이 항상 현명하지는 않았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선거에서 잉어를 뽑을지, 꽝을 선택하느냐는 뽑기처럼 깡통 속 접힌 종이나 운에 달린 것이 아니다.

 

누가 내 삶, 우리 가족을 이웃을 더 잘 살게 해 줄 것인지 생각해보자. 세상이 불만스럽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떠올려 보자. 그 불만과 이유를 고칠 방법은 무엇인지도 그려보자.

 

그렇다면, 선택의 폭은 좁혀질 것이다. 그 불만을 누가 들어주고, 내가 생각한 해결책을 받아 안을 사람이 누구인지, 어느 정당인지, 어느 정책인지.

 

중요한 것은 우리는 심부름꾼이나 머슴을 뽑는 게 아니다. 그런 시대는 갔다. 우리가 주인이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시대여야 한다. 선거는 나를 대신하는 대의민주주이지만 시대는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한다.

 

우리는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통치를 당하는 '꽝'이 아니라, 자치를 하는 '잉어'를 선택해야 한다. 여러분에게 지난 4년, 혹은 도지사 보궐선거 지난 1년이 어떠했는가?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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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끄럽습니다. 민주언론상 수상 소식을 듣고 가슴이 따끔거리고 낯짝은 화끈거렸습니다. 밀양에서 만난 할매·할배들이 언론을 욕할 때 느꼈던 증상이 되살아났습니다.

 

주민들은 기자들에게 말합니다. “찍어가면 뭐하노 나오지도 않는데.”, “있는 그대로 나가면 다행이다. 거짓말 하지마라.”, “사람 죽는다니 이제 왔나.” 주민들은 “제발 살려달라”고도 합니다.

 

주민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8년 싸움을 해오면서 언론사마다 성향까지 다 파악해버린 것이지요. ‘전력위기’, ‘지역이기주의’, ‘외부세력’이라고 휘갈기는 언론을 말입니다. 한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출입금지 언론사 목록이 적혀있을 정도입니다.

 

말이라도 붙이면 주민들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보도 잘 해주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도 기분이 좋거나 뿌듯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끄러워집니다. 쪽 팔린다는 말이 딱 맞겠습니다.

 

 

밀양 주민들에게 ‘대한민국 언론’은 그랬습니다. 그들에게 언론은 ‘언론’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콕 찔린 가슴은 아프고, 낯짝을 들기 부끄러웠습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 원인은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밀어붙인 국책사업 방식입니다. 8년 동안 사태가 장기화된 것도 정부와 한전 잘못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언론 탓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칠순 어르신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숨지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 취재는 이런 부끄러움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실 8년 묵은 사태를 헤집어서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나가 나오면 또 다른 것이 연결돼 있고, 사태의 근본을 찾아 들어갈수록 복잡합니다.

 

일방적인 송전선로 공사를 가능하게 했던 밑바닥에는 초법적 전원개발촉진법이 있습니다. 765㎸ 초고압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건강에 해를 주는 전자파 문제도 있습니다.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타당성 문제를 따지고 들면 신고리 3·4호기를 비롯한 핵발전소, 전력 소비가 많은 수도권에 대규모 송전을 위한 지역민의 희생과 전력공급정책 문제로 연결됩니다. 전력문제를 들추면 원가 이하 산업용 전기문제도 불거집니다. 결국 밀양 송전탑 사태는 우리나라 전력정책, 에너지정책으로 귀결됩니다.

 

수 천명 공권력을 방패막이로 공사가 재개된 지 두 달이 다되어 갑니다. 밀양 할매·할배들은 8년 동안 그래 왔듯이 지팡이를 짚고 산을 오르고 길바닥에서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충돌과정에서 다쳐 병원에 실려갔던 주민들은 농성장으로 돌아옵니다. 태풍이 와도 추위가 와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것이지요.

 

현장 취재를 다녀오는 동료는 고통에 시달립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밀양’이 틈만 나면 아른거립니다. 비가 올 때나 추워지면 더 그렇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며 무심코 ‘아, 날씨 좋다’ 했다가 입속으로 삼켜버리기도 합니다.

 

경남도민일보 밀양 송전탑 사태 보다가 특별했겠습니까. 잘했다면 끈질기게 계속 보도하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사실들을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기본을 했을 뿐이지요. 그런데 민주언론상을 받는 것 또한 ‘부끄러운 언론의 자화상’입니다.

 

언론인들에게 고합니다. 부당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책무입니다. 언론은 밀양 할매·할배들의 절규에 응답해야 합니다.

 

 

 

* 이글은 11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노조 창립 25주년 기념식과 민주언론상 시상식 자료집에 썼던 글입니다.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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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죽을 먹으면서 시작한 새해 첫날.

정말 저는 깔끔하게 새해 아침을 맞았습니다. 왜냐구요? 속을 깨끗이 비웠거든요. 청소를 깔끔히 했습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사를 했으니. 새벽 2시부터 시작한 설사는 해뜨기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이게 뭔가?’ 그런데 화장실 통행을 거듭하면서 변기에 앉아 있으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그래 묵은 해 먹었던 걸 깨끗하게 씻어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괴롭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대선 이후엔 체해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대선 이후 크리스마스 사이에. 꾸역꾸역 속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 잘못이었지요. 먹은 걸 잘 소화해내는 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침은 죽을 먹었습니다. 죽으로 시작한 새해 첫날 아침. 깔끔하니 비운 속에 죽을 퍼넣으면서 ‘그래 올해는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생각을 했지요. 세상이 참 절망스럽지만 말입니다.

지난 12월 28일 경남에 폭설이 내렸지요. 창원 상남동 노동회관 앞에 한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가 만든 눈사람.

 

절망의 시대가 끝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물러날 곳 없는 절벽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과 분노로 눈물 흘리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누구나 ‘죽 쑤는 일’은 없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Posted by 포세이동
TAG 2013,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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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sensationalcandles.com/join.html BlogIcon scentsy jobs 2013.05.04 0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나는이 글을 읽고 즐겼다.


나는 내귀가 큰 줄 알았다.
남이 이야기해주기 전까지.

사실이었다.
앞만 보고 살았다.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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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팔렸다고 방금 아내 휴대전화로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집이 아니죠. 소유권을 따지면, 전세계약 기간이 남았으니 전세권은 우리에게 있지만.

기분이 이상합니다. 좀 멍하면서도, 좀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낮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동산사무소인데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 했다고. 다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저보고 대기하라면서.

퇴근하면서 아들을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혼자서 팬티, 런닝 바람으로 밥을 먹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예 맞습니다. 부동산사무소더군요. 부랴 부랴 김치반찬통 뚜껑을 닫고, 옷을 걸치고 문을 열어줬습니다. 한꺼번에 두곳 부동산에서 두 식구를 데려 왔더군요.

저도 결혼하고 이 집이 세번째 집인데, 집보러 가면 이리 저리 구석구석 잘 살펴야죠. 10여 분 정도 둘러보고 갔습니다. 먹다 남은 밥을 다시 먹고. 김에 밥 한숟가라 올리고, 신김치 올려서. 아들 샤워하라고 재촉해서, 감기 걸렸으니 빨리 자야 한다고 갈궈서. 그렇게 시간은 지났고.

좀 전에 아내가 퇴근 했습니다. 집에 들어서면서 문자를 한 통 받았죠. 집 팔렸다는 문자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사 준비를 해야 합니다. 벌써 겨울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계약기간은 11월까지인데. 우리가 2년 전 이사 온 곳은 진해에서 새로 갖 지은 500가구 규모 새 아파트 단지입니다. 2층이고, 남향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 아이들도 북적거리는 곳이입니다.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가 가득한 아파트거든요.

작년 여름, 아파트 단지에서 열렸던 아이들 벼룩시장입니다.


 
5일 마다 열리는 경화시장이 바로 옆이고, 큰 길 건너편엔 대형마트도 있고, 창원으로 연결되는 안민터널도 가깝고, 초등학교 인근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0여분 걸어가면 바다도 볼 수 있고, 그 곳엔 진해루라는 넓직한 바닷가 정자와 큰 마당도 있습니다.

2년 전 전세 가격이 1억 1000만 원인데, 계약 기간이 다되가는 요즘 전세가격이 1억 5000만 원, 1억 60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창원, 마산, 진해 통합 '덕'인지 '탓'인지 참. 안그래도 전세가격 올려달라하겠는데 큰 일이다 생각했었는데. 이 집을 2억 3000만 원에 내놓았더군요. 오른 전세가격도 걱정인데 그 돈이 어디 있겠어요. 전세도 대출 받은 건데.

회사 후배도 살던 아파트 월세가 너무 쎄서 고민하다.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사서 이사를 최근에 했는데.

걱정입니다. 아내는 "아무 생각이 없군요?"라고 합니다. 집 팔렸다는 이야기를 해도 아무 대구 없이 컴퓨터 앉아서 뭘 두드리고 있으니.

또 집을 찾아다녀야 하고, 이사도 준비해야 하고,
(아들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내에게. 이사가야 한다고 하니까. "나는 절대 내방 안 비켜 줄거야!")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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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nzinibook.tistory.com/ BlogIcon 산지니 2010.09.17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마음이 심란하시겠습니다.
    저도 작년 겨울 2년 살던 전셋집 떠날때 마음이 좀 그렇더군요.


새해 시작은 당직과 함께.
새해 첫날, 사무실에 혼자다.
전날 마신 술에 머리는 맑지 않다.
몸은 춥다.
벌써 점심때.

이제 서른 아홉.
마흔을 이제 생각해야 한다니.
스물 아홉에 서른을 고민했던 것보다 더 힘들까.
그땐 참 심란했다. 나를 누르던 '뜻' 때문에.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무슨 뜻을 세워 살아 왔을까.

혹하지 않는 나이라 '불혹'이라는 데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삶에 대한 당당함이냐,
뭐라해도 귀닫아버리는 '꼰대'가 되느냐.

선택이다.

지난 30일 지는 해. 오늘해나 어제해나 내일해나 그해가 그해일뿐인데... 사람들은 의미를 많이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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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마흔, 불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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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BlogIcon 실비단안개 2010.01.02 1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고
    당당한 한 해를 만들어요!^^


촌에서 태어난 나는 어릴 때부터 낚시를 할 기회가 많았다. 동네 뒷산에 대나무밭이 있으니 낚싯대 만들기는 쉬웠다. 화장실이 '퍼세식'이던 시절, 집집이 잿간도 있고 퇴비 쌓아 놓은 곳도 많았으니 지렁이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네 뒤에 낙동강이 흐르고 도랑이 흔해 고기 잡을 곳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낚시가 재미없었다. 고기 잡는 재주가 없었던 게다. 지렁이를 끼워 물에 던져놓아도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재미가 없는 게 당연했다. 그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친구들이 낚시 가자고 하면 좋아하지 않았다. 머리가 굵어져서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낚시에 대한 선입견은 그대로였다. 지금도 별로 변한 건 없다.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또래 친구 중에는 고기 잡는 것 좋아하는 이도 있다. 어릴 때부터 이 친구는 낚시로 고기 잡아서 반찬도 해먹고 그랬다. 여름이면 미꾸라지를 많이 잡아서 팔기도 했다. 나는 생각했다. 저런 재주가 없을까 하고. 그 친구는 투망도 잘했다. 물론 수영도 잘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수영도 잘 못한다. 겨우 개헤엄이다. 물을 좋아하지 않으니 당연히 낚시와 친해지지 않은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생겼겠지. 기다려야 할 때는 그래야 한다는 걸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 때 친구들을 만났다. 낚시 좋아하던 친구는 그새를 못 참고 지렁이 캐서 도랑에 낚시하러가더군. 해거름에 낚시 구경을 했다. 메기 한 마리, 붕어 한 마리, 빠가사리 한 마리... 잘도 잡더만 짧은 시간에.


진해에서 바다 보기는 어렵지 않다. 조금만 움직이면 바다를 볼 수 있다. 해변에 쉴 곳도 잘 꾸며놓은 터라 낚시꾼들도 많다. 가족도 있고, 연인도 있지만 대부분 어르신들.

생각했다. '낚시를 좋아하지 않으니 저 나이 먹어도 나는 낚시 같은 건 하지 않겠지'라고. 그 풍경은 보기 좋다. 그림 같다고 해야 하나. 썰물 때 잠시 생긴 모래톱과 갈매기때와 조개 캐는 할매들과 푸른 바다와 하나가 돼. 반짝이는 물결을 마주하며 선 낚시꾼은 더 그림이다. 낚시꾼이 잡는 게 고기인가. 세월인가

진해루 앞 모래톱, 갯벌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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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onho.tistory.com BlogIcon 송순호 2009.10.25 2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낚시대로 고기와 세월 중 하나만 잡아야 하는 건가요?
    둘다 잡으면 되지롱...

    세월도 잡고 고기도 잡고...
    일타 쌍피^^

  2. Favicon of http://www.ymca.pe.kr BlogIcon 이윤기 2009.10.26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낚시로는 세월을 잡을 줄 모릅니다.

    가끔 걷기로 세월을 잡곤하지요

    낚시는 옆에 앉아 라면 끊이는 것, 잡아주는 고기 먹는 것 좋아합니다.

    • Favicon of https://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9.10.26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장님, 비슷하군요.
      제 블로그 대문사진, 산청 경호강에 쏘가리 낚시 간다기에 따라나섰는데 저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선배들이 잡은 꺽지를 다듬어서 어탕라면을 끓여 줬죠.


오늘(23일) 한겨레에 '데뷔 30주년 공연 앞둔 정태춘, 박은옥 부부' 인터뷰가 실렸다. 부부이자 오랜 동지인 그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은 지 꽤 됐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49구재 때 봉하마을에서 공연을 했다는 소식을 듣긴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들은 만난 건 2001년 쯤, 창원 성주사 산사음악회에서다. 그 뒤로 그들을 세상에서 보기 힘들었다.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느낌, '마음이 아프다'가 적합할 것 같다.

문화평론가 김규항 씨가 인터뷰를 했다.
김 씨가 2002년 음악 작업과 사회활동 중단 상황을 정 씨에게, 이어 박 씨에게 물었다.

- 아내이자 오랜 동지인 박은옥 선생 보시기엔 어땠는지요?

"너무 힘들어하니까 보는 나도 많이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반복해서 말했어요. 군부독재가 물러났지만 이젠 더 공고하고 사악한 자본의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그런 변화에 대해선 외면하고 그질서 속에 들어가 명랑한 얼굴로 개혁을 말하고 민주화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고..."

이어 대화가 오고갔다. 김 씨가 그런 상황, 현실인식 차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갈등이 없었는지. 정 씨는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굳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건 없었죠"라고 했다.

박 씨가 말을 이었다.
"남에게 공격적이진 않지만 서운함이나 고립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이런 일이 있었어요. (경기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인) 대추리 싸움 하다가 논구덩이에서 플래카드에 목이 졸려 경찰에 연행돼 가지고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 거기 병원에 쫓아온 후배가 그랬대요. 형님은 아직도 이러고 사시냐고, 세상 좋아졌는데 이제 그만하시라고. 그랬는데 이 사람이 그러더래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왔다고? 그 세상이 왔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거라고?' 지금도 그 이야기만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박은옥 씨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정 씨가 느꼈을 그 고립감, 나는 이 대목에서 얼마되지 않은 과거를 떠올렸다.
우리 회사 한 선배가 말했다. "너는 너무 운동적 관점으로 보는 것 아닌지 생각했다." 그 때는 술자리였고,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벙벙했다. 그 때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직후였고, 서거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했던 문제제기를 두고 선배가 한 말이다. 그 문제제기는 사설로 '사랑한다, 행복했다'고 하는 게 내 맞느냐는 의견이었다. 파병, 비정규직법, fta 같이 분명한 '과'가 있고, 그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고, 피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고 우리 또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는데라고 말이다. 

그 선배의 '운동적 관점'이라는 말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수시로 떠오른다. '운동적 관점?', '운동적 관점이 뭔데?', '운동적 관점이라고 치고 운동적 관점으로 생각하면 안되나?', '내 문제제기가 틀렸다는 건가?', '그냥 넘어가자고?', '마 고맙다, 사랑한다 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별것도 아닌데 꼬투리 잡고 지랄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지친 내가 보였다. 이렇게 사람이 지쳐가는구나 싶었다.

다시 김 씨와 정-박 부부 이야기로 돌아와.

김 씨가 박 씨에게 '남편으로서 정태춘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예술가로서는 음악적인 능력 면에서나 그 안에 담긴 사상의 면에서나 전적으로 존경하고 신뢰해요."

-남편으로서 어떠냐고 질문했습니다.(웃음)
"딸이 독립해서 둘이 살거든요. 식탁에서 둘이 밥 먹으면서 세상의 미래에 대해, 인간이라는 종이 희망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부부는 우리밖에 없을걸요.(웃음)"
-(다시 정태춘씨에게) 정 선생님은 감사하셔야 합니다. 그런 유별난 진지함과 고뇌를 아내에게서조차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없었다면 어쩔 뻔하셨어요?

이 부부가 동지로서 살아가는 모습이구나 싶었다. 아름답다. 얼마전에 아내와 싸웠다. 이유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었다. 바라보는 방향이 꼭 같을 필요는 없지만 이해는 해야 하는데 살다보니 자꾸 부딪힌다. 그리고 감정의 골이 생기니. 저들처럼 저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라나 싶기도 하고.

누나들이 많았던 마산 고모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다. 대학생 누나가 듣던 테이프, lp판에서 정태춘과 박은옥을 만났다. 그 때는 음유시인 정도로만 알았다. 대학가서 그들의 실체를 알았다. '일어나라 열사여'라고 외치는, 엄마아빠 돈벌러 간 새 지하방에서 성냥불로 놀다 불이나 죽은 남매 노래를 들으며 그들을 새롭게 만났다.

그가 그리는 '이상주의 몽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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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dami.tistory.com BlogIcon 구자환 2009.10.24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이 자본의 독재에 대해 외면한 채, 그 질서속에 들어가 명랑한 얼굴로 개혁을 말하고 민주화를 말하고...세상좋아졌는데 그만하라는 후배... 그리고 운동적 관점은 나쁘다..."

    한마디로 지랄 같은 세상이다. 선과 후가 바뀌었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세상이다. 물욕이 이상을 앞선 세상. 기초적인 원칙과 규정마저도 제기하면 배신자,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세상. 가면을 쓰고 포장한 채 제 배를 불리기에 바쁜 세상... 이게 꿈꾸던 세상이었나 싶다.

    표야, 둘이서 술 한잔 하자. 나도 지쳤다.


하루는 긴듯 짧다.
맑은 하늘이 요즘이다.
푸르고 깊었다 구름도 빠르다.

햇살이 따갑고 눈부시니 마음만 싱숭거린다.
아침 저녁 쌀쌀함은 한 순간 멍해지는 간극을 더 늘인다.
과거로 되돌리고 싶은 생각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하는 쓸데없는 멍함.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라, 스스로 다치고 스스로 보호막을 치니, 어쩔 수 없는 맘 고생이다.
그럴수록 쪼그라는 자신이 더 쭈글스러우니, 참.

가을하늘이다. 창원 용동쪽에서 마산쪽으로 바라본 하루.



온갖 구름 엉켜 먹구름 꼈던 하늘도 날 저물고 새 날이 떠면 다른 하늘을 맞듯이
내일 이면 찌푸린 마음 파랗게 변할까. 내가 이런 건 꼭 가을 탓만은 아니다. 선택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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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가을, 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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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납니다 2009.09.01 22:52
이상과 현실. 아내는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상만 충만하다고. 그 이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리고 지금에 대해 묻는다.

공감가는 시 한 편.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가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 쑥국 쑥국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문 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어느 한쪽,
아직 뚫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 속 깊은 곳에서 쑥국새는 울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 문 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먼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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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한 몫하는 요즘입니다. 장마가 길었던 올 여름, 별로 덥지 않았던 여름이라 정리했다가는 큰 일 나겠습니다. 이외수 선생 글 처럼, 오늘 '하악하악'했습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괴롭습니다. 배부른 소린가. 선풍기 돌려놓고 책장을 펼쳤는 데 웃다, 심각했다 그렇게 쭈욱 읽었던 책입니다.
이 선생은 젊은 날의 아픔과 절망이 아직도 아리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선생은 온라인 세계에서도 유명하고 '즐'한다고 들었는데 악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악플 다는 이들을 '똥파리'라고 호되게 쏘아붙이네요. 악플 차단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 선생은 기이한 사람으로만 기억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제 기억에도 그게 먼저 생각나니 어쩝니까. 이 선생님 용서해주이소. 오래돼 기억이 잘 안납니다만 이 선생의 작품 중 읽었던 딱 두 권 소설 <들개>나 <벽오금학도>도 '보통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기이하면서도 신비주의적인 것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더위에 읽었던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에서 건진 글들.

세상 살아가는 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자기 생각의 틀에 갇혀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사람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른 생각을 존중하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 살다 보면 이따금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자기는 언제나 '옳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사람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주 간략한 대화를 소개합니다.

(지성을 초월한 대화)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 인간.
조까, 명색이 새인데 날아서 쫓아가지 미쳤다고 걸어서 쫓아가냐 - 뱁새.

이어 인간이 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를 말합니다.

인간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진실을 못 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진실을 보고도 개인적 이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죄일 뿐이다.

진실을 알고 다른 생각을 아우를 줄 안다고 끝이 아니랍니다. 세상 살아가는 데 '낭만'이라는 가치를 던집니다. 아마 계산된 삶만 추구하지 마라는 것이겠죠. 

현재 당신의 낭만지수는 제로상태입니다. 낭만이 고갈되면 당연히 사랑도 고갈됩니다. 당신은 단지 걸어 다니는 신장 172cm, 체중 65kg짜리 사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쓸데없는 자존심은 남아 있군요.

공격만 하는 이들의 문제점도 빼놓지 않습니다. 내 생각만 내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나에게 자기 생각만 자꾸 강요하는 부류들도 견제합니다.

다목리 계곡에 사는 버들치들은 화천강에 잉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행여 다른 물에 다른 물고기가 산다 해도 버들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다에 고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계곡은 저 혼자 흘러 바다에 이를 뿐 버들치를 데리고 바다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러나 곰삭은 인간이 돼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표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물질, 그중에서도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돈도 암수가 있어서 교미를 시키고 새끼를 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까요. 인간을 사료로 삼지만 않는다면

그러면서 숙제를 하나 냅니다.

자기가 마음대로 돈을 그려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대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뭘하지.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제 맘대로 짜집기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외수 (해냄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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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동안 두 큰별이 졌습니다. 한국사회에 발자욱을 뚜렸하게 남긴 두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이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다니.

그를 생각하면 97년 12월이 떠오릅니다. 대학 생활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대통령 선거, 정상적으로 따지면 저는 선거권이 없어야 하는 데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차에 따른 것일 겁니다. 범민주 단일후보, 그를 찍었습니다. 밤새 개표를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큰 변화를 맞고 졸업을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외환위기에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국민을 이야기 하던 대목(취임사)에서 목이 메던 그가 생각납니다. 평양으로 건너가 두 손 맞잡던 장면을 보며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는 필요없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뭘 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상일뿐입니다.

그렇다면 자진 민주세력, 진보세력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그리고 무엇을 바탕으로 해야 할까요. 이런 고민은 다시금 단순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에서 중국 혁명의 획을 그었던 <대장정>을 다시 읽어 볼만 합니다.

사실적인 그림이 죽입니다. 예술의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림 선야오이.


1934년 10월 중국 남부에서 시작한 중국 홍군의 대장정은 1년 동안 이어집니다. 9654킬로미터 대정정은 사람의 목숨도 많이 앗아갔습니다. 8만의 대군은 작살이 나 1만도 안됩니다. 고난이 아니라 죽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장정은 성공한 역사로 꼽힙니다. 중국 홍군이 혁명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장정 과정에서 이끌어 냈던 인민의 지지, 지원이었습니다. 대중은 무지한 것 같지만 생사 갈림길에서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에서 홍군이 보여줬던 신뢰를 따른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고 다를까요. 소위 민주세력, 진보세력이 인민에게 믿음을 얻고 있을까요. 답은 그것 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 권력을 줘도 괜찮겠다는 신뢰, 그런 것이 없으면 절대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그나마 그런 믿음 속에서 탄생한 일대 역사였습니다만.

<대장정>을 읽으면서 눈여겨 봤던 것. 첫 번째는 인민의 것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집이든 농작물이든 사람이든. 굶어 죽을 위기에도 눈 앞의 곡식을 탐하지 않는, 제값을 줘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행동지침이, 그것을 지켰기에 인민은 홍군이 흡혈귀가 아니라 노동자, 농민 해방을 위한 군대라는 것을 믿었을 겁니다.

또 하나, 진로나 전투, 노선을 두고 끊이 없는 토론과 논쟁을 하는 모습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효율성의 문제에 밀려 이런 분위기가 짓눌리기도 합니다만 혁명을 위한 단일 지침과 그에 복무하는 생각의 일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과정이었을 겁니다. 

당시 지도부의 얼굴들.


그리고, 어느 조직이나 어느 사업이나 분파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홍군이 살아남고 중국 혁명을 위해서는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북진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조직의 결정을 어기고 남하를 하는 부류가 나옵니다. 그들은 나름 이유를 만들어 감행합니다. 역사는 그들을 평가합니다.
 
중국 혁명이 실패했다면 대장정이 어떻게 평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온갖 논쟁 속에서 원칙이 무엇이고 교조주의가 무엇이며, 개량주의가 무엇이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인민입니다. 누구를 위한 것이겠지요. 이런 것들이 다시금 이 시기에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대장정을 성공한 뒤 마오쩌둥이 한 연설입니다.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대장정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선언이며 선전력이고, 파종기이다. 반고(중국 천지창조 신화에 나오는 거인 신)가 하늘을 연 뒤로, 삼황오제(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세 임금과 고대 중국 다선 성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이와 같은 대장정이 있었던가?

열두 달 동안, 하늘에서는 날마다 적기 수십 대가 정찰, 폭격하고 땅에서는 적군 수십만이 포위하고 추격하고 길을 막고 대오를 끊는 통에, 우리 홍군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난과 위험에 맞딱뜨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두 발로 열한 개 성을 거침없이 오가면서 24000리에 이르는 멀고 험한 길을 돌파햇다. 묻나니, 역사에 언제 우리의 대장정과 같은 일이 있었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장정은 선언이다. 대장정은 홍군은 영웅들의 군대이고, 제국주의자들과 그이들의 앞잡이인 장제스 무리는 무능하다는 것을 온 세상에 널리 알렸다. 대장정은 제국주의자들가 장제스가 벌인 포위, 추격, 차단, 단절이 끝장났음을 선언했다.

또, 대장정은 선전력이다. 대장정은 열한 개 성에 수많은 씨앗을 뿌려 놓았다. 머지않아 그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 거들 날이 올 것이다. 한마디로 대장정은 우리의 승리로, 적의 패배로 끝났다."


우리 각자의 삶, 조직에서 가는 걸음걸음도 대장정입니다. 헤쳐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저는 후배로부터 이책을 빌려서 다 읽는 데 홍군 대장정 일정 1년 보다 더 걸렸습니다. 막히면 둘러가고 손쌀같이 뚫고갔다 다시 돌아갑니다. 급류도 얼음산, 진창도 그들을 가로 막지 못했습니다.)



대장정 세트(전2권)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웨이웨이 (보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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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프란츠 카프카가 스물 아홉에 쓴 소설이다. 폐결핵을 앓다 마흔 한 살 나이로 죽을 때까지 고향 체코 프라하에서 살았다는 그.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역시 어렵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아침, 침대에서 갑충, 말똥구리로 변한 자신을 알게 된다. 악몽은 아니다. 실제상황이다. 출장 영업사원인 그는 갑충으로 변한 사실에 괴로워한다. 특히 지나쳐버린 출근시간과 사장이 갈굴 생각에 더 억눌린다. 가족의 냉대와 고립으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결국 그레고르는 벌레에서 다시 인간으로 '변신'하지 못하고 죽는다.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덩어리에 박힌 사과는 제 아버지가 던진 것이다. 그레고르의 낯짝은 카프가와 닮았다. /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극단적인 변신으로 카프카는 뭘 이야기하려 했을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 소시민들. 갑충은 꼭 자본주의 시대에서 일벌레가 돼 버린 우리들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돈 버는 기계로 변질한 인간이 갈구하는 변신 욕구를 말하는 건 아닐까.

궁금하다. 벌레, 그레고르 때문에 돈벌이 전선으로 나서야 했던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은 아들이자 오빠가 죽었을 때 비로소 해방을 맞은 듯이 행복한 모습을 되찾는다. 뭐였을까. 가족을 먹여 살였던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해 돈 벌이를 못했던 것이 그렇게 그들을 불행하게 했을까.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사람말은 알아듣지만 벌레우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가족들에겐 그가 하는 말이 벌레 소리로 들린다. 당연히 그 뜻을 모른다. 요즘같이 '소통부재'다. 가족인데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존재가치가 다른 이들이 소통하는 건 불가능할 수밖에.

무엇으로 변신을 꿈꿀까. 나는, 우리는. 전혀 엉뚱한 변신을 한 당신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상은 부조리하다고 하면 끝일까.




변신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문학동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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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onho.tistory.com BlogIcon 송순호 2009.08.17 2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물 아홉나이에 쓴 소설...

    마흔 나이에 나는 무엇을 쓸까?

    말을 하는데 상대가 그 말을 못 알아 들으면
    참 답답하고 갑갑하다.

    성격급한 늠은 폭발한다.
    성격이 급한 편은 아니지만 폭발 할 일이 참 많은 세상이다.

    늘 당당히 당신의 자리를 지키고 만들어 가길 바라며...

    • Favicon of https://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9.08.18 1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행님은 스물 아홉나이에 주민회를 키우고 있었잖습니까. 카프카는 그런 거 못했거든요. 이 사람은 평범한 보험쟁이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씨부려도 말귀 못알아 들으면 허파 뒤집어지지요. 허파가 두 개라 다행입니다.


당신이 한 달 휴가를 받는다면 뭘 하시겠습니까?

8월 한달 휴가를 받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휴직입니다. 유급휴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면 '좋은 회사'라며 부러워합니다. 사실이죠. 직장인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란 힘들겁니다. 우리 공장은 내부 사정이 좀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쉽지 않은 기회를 얻는 건 사실입니다.

오늘 휴직 이틀째 입니다. 어제, 오늘은 아내가 휴가라 함께 보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휴직을 즐겨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궁시렁 거리면서도 머리속에 '야~ 이거야'하면서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막연하게 '뭘하지'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그냥 마음가는 대로 몸 가는대로 한 번 뒹굴든지, 놀든지, 맛대로 해보자고. 세상살아가면서 이렇게 살아본 적이 있을까요. 항상 일상에 쫓기면서 억눌려 살아왔는데 한 달 쉬면서도 무슨 계획을 세우고 반성을 하며 미래를 걱정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정석에서 벗어나고 싶은 요구랄까.

하고싶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하염없이 걷고 싶다, 신문지가 아닌 책 속의 활자를 읽고 싶다, 버리지 못한 혹은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청산하고 싶다 같은 것들입니다. 이어가다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뱃살도 빼고 싶고, 그래서 혈압도 내리자는 데까지 치미는 과도함을 억누릅니다.

무엇보다도 짓눌렸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어제, 사나운 꿈에서 깨어나면서 휴직 첫날을 맞았습니다. 가위에 눌렸습니다. 그것도 업무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는. 모욕이니 하면서 핏대를 세우다 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침에 신문을 보고 후배에게 전화도 걸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인지. 휴직인지 모르고 걸려온 선배 전화를 받고서는 걱정이 됐습니다.

사실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은 열정을 되찾고 싶은 욕구입니다. 저에게는. 현재로서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입니다. 돌아다니고, 책보다 잠 오면 자다가, 사람도 만나고, 쌓인 먼지도 털어내고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초등학교 때 꿈 같이 보낸 여름방학처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학 며칠 남겨놓고 부랴부랴 방학숙제에 일기까지 몰아치던. 복직 며칠 앞두고 부담이 생길지라도 그렇게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고 나면 결단을 내릴 힘이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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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BlogIcon 구르다보면 2009.08.04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런 계획없는 여행을 갈겁니다.

    • Favicon of https://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9.08.05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행, 말만 들어도 설레입니다.
      이건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데, 가족이라는 틀이 무섭습니다. 아침에 애 유치원 보내는 일이 제 몫인데 이걸 아내에게 다 맡기기가 참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한 1주일만 휴가를 달라 요청했습니다.


한 때 인터뷰만 줄기차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4년부터 2년 동안이었다. 스스로 '사람전문기자'라고 위안했지만 당시 부담감은 엄청났다. 부담이라는 게 매일 매일 새로운 사람을 찾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족히 300명은 넘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순서가 돌아오는 지금도 그런데 그때는 어떻게 했는지 내가 생각해도 의문이다. 사람만 만난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사람은 만나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를 더 부담스럽게 한 건 인터뷰라는 점이었다. 그 사람의 진심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 그를 알고 만나야 한다는 것,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건 전반을 훑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궁긍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람을 만나고, 그의 삶은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보람도 있었다. 특히 중요한 현안에 대해 인터뷰로 힘을 보태는 것은 짜릿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여겼다. 짠한, 찐한 감동적인 인생보다 치열한 현장의 목소리를 더 전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인터뷰 기사에 대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말을 들을 때는 참 힘이 빠지기도 했다. 다른 기사보다 한 단계 아래로 보는 눈을 볼 때마다. 인터뷰가 장난인가, 그렇게 가치가 없는가라고 수없이 자문하고 답을 찾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이 사람의 이야기를 꼭 들어봐야 한다. 그의 이야기 이야기 하나 하나에 공감을 한다. 꼭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어 지승호 씨.
그를 만났다. 경향신문 10일자 21면에서. '인터뷰집만 스물한 권 펴낸 전문 인터뷰어'

2001년부터 전문인터뷰어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 시대 쟁쟁한 논객들을 만났다. 인물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은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들을 만나뵙자고 하죠. 또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유효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을 주로 섭외합니다. 좀 더 희망적이고 성찰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던지는 분들을 만나려고 하죠."

그는 인터뷰하는 데 과정 중 준비단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고 했다. 언론에 난 기사와 상대가 쓴 책을 섭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야, 상대와 대화가 된다. 대화가 되지 않은 인터뷰는 말장난일 뿐이다.

그는 인터뷰를 '시대의 기록'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일기처럼 굉장히 실용적인 성격을 가져서 이슈가 있을 때 그 즉시 사람들의 생각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죠. 지식인,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시대를 더듬어 볼 수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터뷰 기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상대의 입을 통한다고 생각했었기에.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보다 인터뷰이가 보여야 한다고 봐요. 종종 독자들 가운데 저를 다른 인터뷰어들과 비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사람마다 서로 인터뷰의 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죠. 저는 마라토너처럼 우직한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인터뷰집을 읽어가시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인터뷰어가 보일 겁니다. 결국은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서 인터뷰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지승호 씨의 입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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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누가 물었다.
"당신은 뭘 위해 이 조직에서 일하는가?"
나는 대답했다.
"명분!" 이 조직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명분이라고 했다.

그 명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경향신문 2009년 7월 2일자 주말섹션 '그후'에 실린 그의 말을 생각한다.
'24시간 뛰는 세계 패션업게 스타 성주 D&D 김성주 회장'

기자는 물었다.
-전 재산을 북한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고 북한어린이돕기 등 북한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왜 그토록 북한을 도우려 하나.

김 회장이 답했다.

"왜냐고 묻는 것이 이상하다.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는 같은 민족이고 태어난 지역이 다를 뿐인데 남한과 북한의 현실은 너무 다르다. 고작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우리 민족이 배고픔과 각종 고통에 시달린다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고 죄스럽다. 그래서 난 고통에 시달린다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고 죄스럽다. 그래서 난 기독교인으로서, 대한민국의 기업인으로서 북한을 돕는 데 생애를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사업은 게임이다. 그런데 그 게임을 더 치열하고 신명나게 하려면 명분과 목표가 필요하다. 북한을 돕는다는 순수한 가치와 명분이 있기에 난 사업을 하면서 쉽게 유혹에 빠지지도 않고 쉽게 절망하지도 않는다. 내가 아니라 우리 민족을 위해서라는 사명감 덕분에 난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도 지치지 않는다.
 
현재 35개국에 매장이 있고 6개국에 지사가 있어 24기간 내내 나를 찾는 전화가 오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으로 국제세미나 등에 참석하느라 바쁘다. 때론 한밤중에 잠옷차림으로 전화를 받고 비행기 안에서 업무를 본다. 내가 있는 곳이 '본사'란 생각으로 일한다.
 
이런 의욕과 열정은 모두 고통에 시달리는 북한을 돕는다는 아름다운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죽고 난 후에 전 재산을 북한주민돕기에 쓴다고 했는데 지금 재산이 얼마이고 언제 내놓느냐고 묻는 이들도 많다. 난 아직 건강히 살아 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 대한민국을 알리고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서다"

나의 삶에 명분과 목표는 뭘까. 내가 말한 명분은.
명분과 목표가 명확할 때, 삶은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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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20090301

납니다 2009.03.04 18:24




2009년 3월 1일 오후 4시 3분.
진해 해안도로 진해루 앞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지난주 일요일 아들 자전거에 태우고 해안도로를 한 바퀴 하다 찍었습니다.

요즘 머리가 많이 아픕니다. 고혈압 때문입니다. 그저께는 하도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열이 오르고 눈이 빨개져서 혈압을 쟀더니 98~165.

지난해 정기검진 때 혈압이 높았습니다. 그 뒤로 검진기관 간호사 선생이 회사로 와서 두 번이나 혈압을 쟀는데 모두 혈압이 정상보다 높았습니다. 군대에서 '관심사병'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회사에서는 '관심사원'이라 해야 하나?
집안 어른 중에서 중풍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으니 내력입니다. 더 위험하다더군요.

몇 주 전에 간호사 선생이 다음에 와서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으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돼 아내에게 짜게 먹으면 안된다느니, 오늘 찌개, 국이 짜니 우짜니 하다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겁이 나거든 술을 끊으라는 거죠.

엊그제 일 후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몸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견딜 수 없다 싶어야 꼭 마음을 다잡는 게 미련스럽습니다만. 온 종일 투통으로 시달렸던 그날 저녁 부서 회의를 마치고 밥 먹고 가자는 말에 그냥 가자고 했습니다. 밥 먹으러 가면 술을 마실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겠지요. 사람이 재미가 없으니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재미 없습니다. 오로지 술로, 과음으로 푸는 무식한 방법뿐입니다. 걷기를 좋아합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불규칙한, 어쩌다 오르는 산길이 보약이 되겠습니까. 몸만 피곤하지. 여유를 못찾는 건 바빠서가 아니라 사는 방식이 고약해진 거죠. 참 그렇습니다.

다 게을러서 그런 거라 자책하고 있습니다. 나오는 배부터 그렇고, 티미한 정신머리도 그렇습니다.
다스려야겠습니다. 오래 살고 싶은 것보다, 혈압과 비례해 짜증 강도도 오르니 이 건 정말 괴롭습니다.

잡자 혈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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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회사에 들어가니 <경향신문>에서 보낸 편지가 보이더군요. 정확하게 말하면 '안내말씀'이라는 경향신문 마산지사장이 보낸 글입니다. 아침에 신문과 함께 왔던 모양입니다.

종이 한 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끊임없는 '애호와 성원에 감사하다', '더 나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독자로서 기분 좋은 말이죠. 신문 봐줘서 고맙고 더 잘하겠다는데 더 뭘 바랍니까. 그리고 위탁배달에서 단독지국으로 바꿨으니 앞으로 배달사고 없는 지국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답니다. 그러면서 납부계좌와 지사 전화번호를 남겼더군요.


단독지국으로 바꿨다는 글귀에 눈이 한참 동안 머물렀습니다. 경향신문이 요즘 잘하는 건 알죠. 그리고 촛불 정국에 독자도 많이 늘었다더니 마산에도 독자가 늘어서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살림을 차렸나 싶기도 했습니다. 만약 제 기대대로라면 참 기쁜 일입니다.

언론노조가 26일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재벌과 독점신문에 방송을 선물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겠답니다. 다 죽어가는 지역신문 말려 비틀어버리겠다는 이명박 정부를 가만 놔두지 않겠답니다. 큰 타격을 가하는 총파업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참언론 만들어 가기 어렵습니다. 살아남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몸담은 <경남도민일보>나 <경향신문>, 올곧은 길 가고자 하는 언론은 오래오래 살아남았으면 합니다. 변질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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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민일보여 영원하라 2009.01.01 1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선배의 길에 찬사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휘어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전에 소줏잔 기울이면서 선배가 했던 말 아직 생생합니다. "내가 지킬께. 내가 희망을 줄테니...."
    너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그 희망... 비록 끝까지 같이하진 못하지만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이어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s://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9.01.02 1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술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할 정도라면 참 친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새해 첫날 이런 인사를 해주시니, 가슴에 팍 꽂힙니다.
      휘어지지 말라는 말이.

      소주 한 잔 할 날이 곧 있을 겁니다.

  2. 철부지 2009.01.07 1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언론 만드시는 기자님 응원합니다.

<오래된 정원>

원작 : 황석영
감독 : 임상수

오현우(지진희)와 한윤희(염정아)의 이야기다. 17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독재시대에서 두 남녀의 만남으로.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난 건 1999년. 내가 대학을 마지막으로 다녔던 해가 1997년, 이듬해 2월 졸업을 했고, 촌에 2년 동안 '쳐박혀'있다 '탈출'했던 그해였다.

두 권짜리 책인데 상권만 읽고 말았지만. 지난해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다시 잊혀 졌던 기억을 더듬었던 것 같다. 그러다 말았다.

그러다 최근에 영화를 보게 됐다. 17년 동안의 만남과 헤어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으니 흥행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특별한 나라에 특별한 시대에 특별하게 청춘을 보내고 머리가 허옇게 센 한 청년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의 씨앗만 남기고 떠난 여자.

현우는 이렇게 말한다 "저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러자 윤희는 "아~~, 그러세요. 발이나 씻으세요."

짧은 동안 남녀가 사랑을 했고 현우는 떠난다. 다시 현실로. 잡혀갈 걸 알면서.
윤희는 그런 현우를 신파처럼 잡지는 않는다. 깨끗하게 머리 이발시켜 보낸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 네가 왜가니? 이 바보야"라고 읊조릴 뿐이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다리걸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도착한 버스를 앞에 두고 보여주는 장면이 윤희의 고무신, 뒤꿈치를 치켜 든 모습. 작별인사다. 그렇게 헤어진 게 끝이다.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17년 뒤에서 다시 과거로 찾아온 현우. 과거 '동지'들을 만나지만 그 시간의 틈을 따르지 못한다.
한 친구가 그에게 말한다. "노선이 뭡니까?" 현우는 말이 없다.

그 대사는 나에게 와서 박혔다. '내 노선은 뭘까?', 어쩌면 노선도 사라진 지금의 시대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노선대신 '로드맵'이란 말이 유행을 하긴 하더만. (한번은 동료에게 왜 로드맵이라고 하느냐, 노선이라는 말이 있는데. 라고 하니 노선과 로드맵은 다르다고 하더군. 속으로 웃고 말았다)

현우는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딸과 통화를 하다 한 말, "그때는 혼자만 행복하면 안 되는 시대였다"

내 노선은 뭘까. 마누라도 있고, 자식새끼도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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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8.12.14 1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된 정원,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죠. 특히 시공의 단절, 너무 아픈 영화이기도 하고...
    목적보다 수단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봅니다. 아무리 훌륭한 목적도 정의롭고 아름다운 수단들을 하나 하나 엮어서 다리를 놓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랬을 때 제대로 된 노선이 보이겠죠.
    목적은 강 건너 보이는데, 수단이 없으니 아직 노선이라는 다리도 요원하다고나 할까... 뭐 그런... 혼란스럽긴 하지만... 대충...

    • Favicon of http://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8.12.14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셨군요. 목적과 수단, 항상 혼동하지 말아야 하고 욕심이 앞서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공감합니다.

      거창하게 노선이라고 하지는 않더라고 삶의 목표는 명확해야 사는 게 재미있는데... 그렇지예.

      생각만 많습니다. 참...

      일욜, 식구들과 맛있는 저녁식사 하이소.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8.12.14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에 보는 좋은 영화였죠. '팔월의 크리스마스' 이후에 오랜만에 서정성 짙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주제는 살벌한 이야기지만... 살벌한 시대를 아름답게 그린 영화였다, 뭐 그런 감상... 제가 영화광이라 웬만한 영화는 거의 보는 편입다만. 오스트레일리아도 봐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농담이고, 내일 볼 겁니다. 원래 어제 마누라하고 심야 보기로 했는데, 마누라가 일을 잘 못해서 일요일 이 시간에도 사무실에서 계산기 두드리고 있답니다.

  2. 2008.12.15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8.12.15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선은 길입니다.

      앞서간 이들이 세운 이정표도 있을것이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길도 있겠지예.

      길이 엇갈리기도 할겁니다. 평탄하기도 험하기도...
      선택은 지가 하는 거지예.

동행

납니다 2008.04.26 15:50

가끔 부끄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큰 울림이나 감동은 아니지만 깨달음, 그렇지 못한 제 삶의 자세가 들통날 때입니다.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10일 TV를 보고섭니다. KBS1 TV에 매주 목요일 밤 11시 30분에 하는 <현장르포 동행>. 그날 제목은 ‘아빠, 대학 갈래요’
20년 전 철강회사에서 일하다 오른손을 잃은 아빠. 지금은 택시를 몰지만 회사는 부도났고, 새벽부터 다녀봐야 하루 벌이 5000원, 1만 원이 전부입니다.
엄마는 식당을 하다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합니다.
열여덟 살 민경이는 그런 부모의 큰딸입니다. 버스비가 없다며 걸어가라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 시간 동안 걸어 학교에 가는 마음 깊은 딸입니다.
학교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데, 의대를 가고 싶은 데 집안 형편이 문제입니다.

아버지는 어렵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지 말고 취직하면 안 되겠나?”, “안 해”
“맥지 힘빼지 말고 못 갈 거 그만두면 안 되겠나?”, “안 해”
제대로 공부 못했고, 어렵게 사는 서러움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속 깊은 민경이는 그런 소리를 듣고도 그냥 공부를 합니다.
취재하는 이가 민경이에게 물었습니다. 대학가고 싶냐고. 민경이는 “지금은 어려우니까 당장은 못 가겠지만 가겠다”고 했습니다. “대학이 꼭 고교졸업하고 가란 법이 있나, 취직해서 돈도 벌어서,,,, 10년 안에 갈 거다”.
그래서 취재하는 이가 괜찮겠냐고 물었습니다.
민경이가 하는 말이 저의 마음과 머리를 때렸습니다. “원래 인생은 삼십부터예요.”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저렇게 당당한데. 안타까운 건 갈수록 빈곤의 대물림은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참고로 <현장르포 동행>을 소개하면. ‘동행’입니다. 작년 11월 8일 6식구의 40대 가장의 이야기인 ‘두 번째 약속’이 첫 방이었습니다.
기획자는 ‘양극화 시대, 동행해야 할 이웃들에 대한 현장보고서’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한국사회 신빈곤 현실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가 될 터’라며 기획의도를 밝혔더군요.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어려운 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고비를 함께 이겨낼 삶의 동행자가 되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끝 찡함을 뛰어넘어야 할 우리의 숙제입니다. 같이 가야 할 길입니다.

2008.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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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납니다 2008.04.26 15:47

친구

친구가 뭘까요. 속내를 틀어놓을 수 있는 존재, 아무 조건 없이 기댈 수 있는 존재, 눈물나게 하는 존재, 차분하게 또는 흥분하게 하는 존재, 욕지거리 쏟아부으면서도 서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존재....

새삼스럽게 친구가 뭔지 생각하게 한 일이 있습니다.
네 살짜리 아들이 했던 말과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아들에게 내년 3월에는 유치원에 보낸다고 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다닐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아들이 그랬습니다. “유치원 다녀야 해요? 나는 알라딘 어린이집 다니고 싶어요.”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은 “내 친구들이 있잖아요”라면서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댔습니다.

아들 입에서 나오는 ‘친구’라는 말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벌써 ‘이놈이 친구를 알 나이가 됐구나. 나도 이때쯤부터 친구를 알게 됐을까’.


얼마 전에 아들이 친구와 어떻게 노는 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참 친구라는 게 저런 거였지’라고 생각하면서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더군요.

자전거에 아들을 태우고 가끔 나들이를 하기도 합니다.
진해 해양공원에 있는 놀이터에 갔을 때 일입니다. 제 아들이 미끄럼틀을 좋아하거든요.
그곳에서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친구를 만난 겁니다. 정신없이 놀더군요.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몸짓과 소리를 지르면서.

그리고 특이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짓’을 하더군요.
병에 든 음료수를 나눠 먹기도 하더군요. 마주 보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주둥이를 입에 넣고 빨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혼자 웃었든지. 어릴 때는 남이 먹던 것도 거리낌 없이 잘 먹었잖습니까. 저는 친구와 서로 씹던 껌도 나눠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요. 먼저 서로 ‘조건’과 ‘처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처지에 맞춰 만나고, 이야기하고, 뭐든 주고받는 게 아닌지.

2007.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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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어린이집 2009.04.02 1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중우 아버님? 중우는 잘 지내죠?
    우연히 이글을 보게 됐어요
    한참동안 중우를 그리워했어요 갑자기
    중우가 많이 보고싶네요.^&^
    알라딘 어린이집 카페가 있어요
    한번 들러 주세요 중우가 아는 친구도 몇명 있습니다
    많이 컸겠죠?
    참 카페 주소는 cafe.daum.net/aladin8139 입니다..글 아주 잘 읽었습니다.

 재미난 일은 퀴즈 당첨된 거. 백화점. 3만 원. 좋은 일? 만나서 이야기해줄게.”


오늘 오후 회사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본의 아니게 엿들은 한 여성의 통화 내용입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올랐습니다. 제가 4층 편집국 단추를 눌렀습니다. 아무 단추도 안 눌렀으니 그분은 편집국 손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퀴즈 당첨되셨다고예. 축하합니다”라고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그분은 “예, 씨네퀴즈”라고 했습니다. 웃으면서.


제가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우리 신문을 보시는 독자가 퀴즈에 당첨된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우리 신문 퀴즈에 당첨된 것을 두고 ‘재미난 일’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퍼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재미난 일과 좋은 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였습니다. 답을 얻고자 한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분이 말을 건넸습니다.

신문에 실린 사진으로만 보다 이렇게 직접 만나게 돼서 놀랬습니다.”

그분이 웃으면서 한 말입니다. 독자가 기자의 얼굴을 알아본다니 참 기쁜 일 아니겠습니까. 허투루 신문을 보는 게 아니라 자세히 본다는 건데.


저는 “아, 예”라고 했습니다.


1층에서 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잠깐사이 이야기입니다.


이 일이 오늘 저에게 좋은 일이었습니다.

2007.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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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

 

프랑스 영화

<피아노>라는 영화를 연출했던 미카엘 하네케가 감독.

남자주인공 조르쥬 역에 다니엘 오떼유, 조르쥬의 부인 안느 역에 줄리엣 비노쉬.

이 영화가 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랍니다. 그만한 영화겠거니 하고 쉬는 날 밤에 케이블 TV에서 본 것입니다.

너무 심오했습니다.

뭐가 숨겨져 있다는 걸까? (영화제목이 hidden) 영화가 끝날 때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도 아니요, 누가 범인인지도 알려주지도 않고.

영화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배달된 비디오테이프를 돌리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사생활이 찍힌 테이프. 끝날 때까지 그 테이프를 누가 만든 것인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가 첫 부분부터 끝날 때 모두 흔치 않은 장면들, 조금은 갑갑함, 그러면서도 뭘까? 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남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잘 모르지만 이 감독의 영화가 사회에 파문을 많이 던졌답니다.

이런 내용도 들어 있었답니다. 알제리를 식민지배 했던 프랑스의 죄의식, 남자 주인공이 어릴 때 함께 살았던 마지드의 부모가 알제리 독립운동을 하다 죽었다는 이야기가 잠깐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렴풋하게 감독이 말하려고 한 게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지식인의 허상.

 

남자 주인공은 문학인가 책을 주제로 토론하는 TV 프로그램 사회자였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들이 남자주인공의 집 내부. 거실과 식탁이 있는 방이 한 공간인데 온 벽면이 책이 가득한 책장이었습니다. 그 ‘책 벽’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또한, 정체불명의 사람이 자신들의 일상을 찍어 보낸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TV도 그 ‘책 벽’ 한가운데 끼워져 있습니다.

아마 저 ‘책 벽’이 지식인의 허상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머리에 든 게 많다고 ‘된 사람’이 아니듯이.


잊고 싶었던, 잊었던 과거의 기억 속의 인물, 마지드가 남자주인공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또 마지드가 테이프를 보내지 않았다는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합니다. 마지드의 아들이 남자주인공을 찾아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배운 사람은 뭐라는지 듣고 싶다.”(정확한 대사는 아닌데 이런 뜻이었습니다.)

꼭 내게 던지는 말 같더군요.

이런 말들이 ‘대가리 똥만 든’ 지식인을 비꼰 것이 아닌지.

저도 허위의식을 채우려고 재미도 모르면서 프랑스 영화를 본 게 아닌지.


200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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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rk.pandoracharmsxx.com/ BlogIcon pandora 2013.04.27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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