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죽을 먹으면서 시작한 새해 첫날.
정말 저는 깔끔하게 새해 아침을 맞았습니다. 왜냐구요? 속을 깨끗이 비웠거든요. 청소를 깔끔히 했습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사를 했으니. 새벽 2시부터 시작한 설사는 해뜨기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이게 뭔가?’ 그런데 화장실 통행을 거듭하면서 변기에 앉아 있으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그래 묵은 해 먹었던 걸 깨끗하게 씻어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괴롭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대선 이후엔 체해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대선 이후 크리스마스 사이에. 꾸역꾸역 속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 잘못이었지요. 먹은 걸 잘 소화해내는 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침은 죽을 먹었습니다. 죽으로 시작한 새해 첫날 아침. 깔끔하니 비운 속에 죽을 퍼넣으면서 ‘그래 올해는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생각을 했지요. 세상이 참 절망스럽지만 말입니다.
지난 12월 28일 경남에 폭설이 내렸지요. 창원 상남동 노동회관 앞에 한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가 만든 눈사람.
절망의 시대가 끝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물러날 곳 없는 절벽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과 분노로 눈물 흘리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누구나 ‘죽 쑤는 일’은 없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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