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팔렸다고 방금 아내 휴대전화로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집이 아니죠. 소유권을 따지면, 전세계약 기간이 남았으니 전세권은 우리에게 있지만.
기분이 이상합니다. 좀 멍하면서도, 좀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낮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동산사무소인데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 했다고. 다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저보고 대기하라면서.
퇴근하면서 아들을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혼자서 팬티, 런닝 바람으로 밥을 먹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예 맞습니다. 부동산사무소더군요. 부랴 부랴 김치반찬통 뚜껑을 닫고, 옷을 걸치고 문을 열어줬습니다. 한꺼번에 두곳 부동산에서 두 식구를 데려 왔더군요.
저도 결혼하고 이 집이 세번째 집인데, 집보러 가면 이리 저리 구석구석 잘 살펴야죠. 10여 분 정도 둘러보고 갔습니다. 먹다 남은 밥을 다시 먹고. 김에 밥 한숟가라 올리고, 신김치 올려서. 아들 샤워하라고 재촉해서, 감기 걸렸으니 빨리 자야 한다고 갈궈서. 그렇게 시간은 지났고.
좀 전에 아내가 퇴근 했습니다. 집에 들어서면서 문자를 한 통 받았죠. 집 팔렸다는 문자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사 준비를 해야 합니다. 벌써 겨울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계약기간은 11월까지인데. 우리가 2년 전 이사 온 곳은 진해에서 새로 갖 지은 500가구 규모 새 아파트 단지입니다. 2층이고, 남향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 아이들도 북적거리는 곳이입니다.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가 가득한 아파트거든요.
작년 여름, 아파트 단지에서 열렸던 아이들 벼룩시장입니다.
5일 마다 열리는 경화시장이 바로 옆이고, 큰 길 건너편엔 대형마트도 있고, 창원으로 연결되는 안민터널도 가깝고, 초등학교 인근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0여분 걸어가면 바다도 볼 수 있고, 그 곳엔 진해루라는 넓직한 바닷가 정자와 큰 마당도 있습니다.
2년 전 전세 가격이 1억 1000만 원인데, 계약 기간이 다되가는 요즘 전세가격이 1억 5000만 원, 1억 60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창원, 마산, 진해 통합 '덕'인지 '탓'인지 참. 안그래도 전세가격 올려달라하겠는데 큰 일이다 생각했었는데. 이 집을 2억 3000만 원에 내놓았더군요. 오른 전세가격도 걱정인데 그 돈이 어디 있겠어요. 전세도 대출 받은 건데.
회사 후배도 살던 아파트 월세가 너무 쎄서 고민하다.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사서 이사를 최근에 했는데.
걱정입니다. 아내는 "아무 생각이 없군요?"라고 합니다. 집 팔렸다는 이야기를 해도 아무 대구 없이 컴퓨터 앉아서 뭘 두드리고 있으니.
또 집을 찾아다녀야 하고, 이사도 준비해야 하고,
(아들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내에게. 이사가야 한다고 하니까. "나는 절대 내방 안 비켜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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