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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니다

낚시로 낚는게 고기일까, 세월일까.


촌에서 태어난 나는 어릴 때부터 낚시를 할 기회가 많았다. 동네 뒷산에 대나무밭이 있으니 낚싯대 만들기는 쉬웠다. 화장실이 '퍼세식'이던 시절, 집집이 잿간도 있고 퇴비 쌓아 놓은 곳도 많았으니 지렁이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네 뒤에 낙동강이 흐르고 도랑이 흔해 고기 잡을 곳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낚시가 재미없었다. 고기 잡는 재주가 없었던 게다. 지렁이를 끼워 물에 던져놓아도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재미가 없는 게 당연했다. 그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친구들이 낚시 가자고 하면 좋아하지 않았다. 머리가 굵어져서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낚시에 대한 선입견은 그대로였다. 지금도 별로 변한 건 없다.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또래 친구 중에는 고기 잡는 것 좋아하는 이도 있다. 어릴 때부터 이 친구는 낚시로 고기 잡아서 반찬도 해먹고 그랬다. 여름이면 미꾸라지를 많이 잡아서 팔기도 했다. 나는 생각했다. 저런 재주가 없을까 하고. 그 친구는 투망도 잘했다. 물론 수영도 잘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수영도 잘 못한다. 겨우 개헤엄이다. 물을 좋아하지 않으니 당연히 낚시와 친해지지 않은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생겼겠지. 기다려야 할 때는 그래야 한다는 걸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 때 친구들을 만났다. 낚시 좋아하던 친구는 그새를 못 참고 지렁이 캐서 도랑에 낚시하러가더군. 해거름에 낚시 구경을 했다. 메기 한 마리, 붕어 한 마리, 빠가사리 한 마리... 잘도 잡더만 짧은 시간에.


진해에서 바다 보기는 어렵지 않다. 조금만 움직이면 바다를 볼 수 있다. 해변에 쉴 곳도 잘 꾸며놓은 터라 낚시꾼들도 많다. 가족도 있고, 연인도 있지만 대부분 어르신들.

생각했다. '낚시를 좋아하지 않으니 저 나이 먹어도 나는 낚시 같은 건 하지 않겠지'라고. 그 풍경은 보기 좋다. 그림 같다고 해야 하나. 썰물 때 잠시 생긴 모래톱과 갈매기때와 조개 캐는 할매들과 푸른 바다와 하나가 돼. 반짝이는 물결을 마주하며 선 낚시꾼은 더 그림이다. 낚시꾼이 잡는 게 고기인가. 세월인가

진해루 앞 모래톱, 갯벌이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