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 한겨레에 '데뷔 30주년 공연 앞둔 정태춘, 박은옥 부부' 인터뷰가 실렸다. 부부이자 오랜 동지인 그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은 지 꽤 됐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49구재 때 봉하마을에서 공연을 했다는 소식을 듣긴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들은 만난 건 2001년 쯤, 창원 성주사 산사음악회에서다. 그 뒤로 그들을 세상에서 보기 힘들었다.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느낌, '마음이 아프다'가 적합할 것 같다.
문화평론가 김규항 씨가 인터뷰를 했다.
김 씨가 2002년 음악 작업과 사회활동 중단 상황을 정 씨에게, 이어 박 씨에게 물었다.
- 아내이자 오랜 동지인 박은옥 선생 보시기엔 어땠는지요?
"너무 힘들어하니까 보는 나도 많이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반복해서 말했어요. 군부독재가 물러났지만 이젠 더 공고하고 사악한 자본의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그런 변화에 대해선 외면하고 그질서 속에 들어가 명랑한 얼굴로 개혁을 말하고 민주화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고..."
"너무 힘들어하니까 보는 나도 많이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반복해서 말했어요. 군부독재가 물러났지만 이젠 더 공고하고 사악한 자본의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그런 변화에 대해선 외면하고 그질서 속에 들어가 명랑한 얼굴로 개혁을 말하고 민주화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고..."
이어 대화가 오고갔다. 김 씨가 그런 상황, 현실인식 차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갈등이 없었는지. 정 씨는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굳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건 없었죠"라고 했다.
박 씨가 말을 이었다.
"남에게 공격적이진 않지만 서운함이나 고립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이런 일이 있었어요. (경기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인) 대추리 싸움 하다가 논구덩이에서 플래카드에 목이 졸려 경찰에 연행돼 가지고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 거기 병원에 쫓아온 후배가 그랬대요. 형님은 아직도 이러고 사시냐고, 세상 좋아졌는데 이제 그만하시라고. 그랬는데 이 사람이 그러더래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왔다고? 그 세상이 왔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거라고?' 지금도 그 이야기만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박은옥 씨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남에게 공격적이진 않지만 서운함이나 고립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이런 일이 있었어요. (경기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인) 대추리 싸움 하다가 논구덩이에서 플래카드에 목이 졸려 경찰에 연행돼 가지고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 거기 병원에 쫓아온 후배가 그랬대요. 형님은 아직도 이러고 사시냐고, 세상 좋아졌는데 이제 그만하시라고. 그랬는데 이 사람이 그러더래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왔다고? 그 세상이 왔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거라고?' 지금도 그 이야기만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박은옥 씨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정 씨가 느꼈을 그 고립감, 나는 이 대목에서 얼마되지 않은 과거를 떠올렸다.
우리 회사 한 선배가 말했다. "너는 너무 운동적 관점으로 보는 것 아닌지 생각했다." 그 때는 술자리였고,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벙벙했다. 그 때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직후였고, 서거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했던 문제제기를 두고 선배가 한 말이다. 그 문제제기는 사설로 '사랑한다, 행복했다'고 하는 게 내 맞느냐는 의견이었다. 파병, 비정규직법, fta 같이 분명한 '과'가 있고, 그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고, 피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고 우리 또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는데라고 말이다.
그 선배의 '운동적 관점'이라는 말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수시로 떠오른다. '운동적 관점?', '운동적 관점이 뭔데?', '운동적 관점이라고 치고 운동적 관점으로 생각하면 안되나?', '내 문제제기가 틀렸다는 건가?', '그냥 넘어가자고?', '마 고맙다, 사랑한다 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별것도 아닌데 꼬투리 잡고 지랄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지친 내가 보였다. 이렇게 사람이 지쳐가는구나 싶었다.
다시 김 씨와 정-박 부부 이야기로 돌아와.
우리 회사 한 선배가 말했다. "너는 너무 운동적 관점으로 보는 것 아닌지 생각했다." 그 때는 술자리였고,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벙벙했다. 그 때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직후였고, 서거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했던 문제제기를 두고 선배가 한 말이다. 그 문제제기는 사설로 '사랑한다, 행복했다'고 하는 게 내 맞느냐는 의견이었다. 파병, 비정규직법, fta 같이 분명한 '과'가 있고, 그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고, 피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고 우리 또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는데라고 말이다.
그 선배의 '운동적 관점'이라는 말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수시로 떠오른다. '운동적 관점?', '운동적 관점이 뭔데?', '운동적 관점이라고 치고 운동적 관점으로 생각하면 안되나?', '내 문제제기가 틀렸다는 건가?', '그냥 넘어가자고?', '마 고맙다, 사랑한다 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별것도 아닌데 꼬투리 잡고 지랄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지친 내가 보였다. 이렇게 사람이 지쳐가는구나 싶었다.
다시 김 씨와 정-박 부부 이야기로 돌아와.
김 씨가 박 씨에게 '남편으로서 정태춘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예술가로서는 음악적인 능력 면에서나 그 안에 담긴 사상의 면에서나 전적으로 존경하고 신뢰해요."
-남편으로서 어떠냐고 질문했습니다.(웃음)
"딸이 독립해서 둘이 살거든요. 식탁에서 둘이 밥 먹으면서 세상의 미래에 대해, 인간이라는 종이 희망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부부는 우리밖에 없을걸요.(웃음)"
-(다시 정태춘씨에게) 정 선생님은 감사하셔야 합니다. 그런 유별난 진지함과 고뇌를 아내에게서조차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없었다면 어쩔 뻔하셨어요?
"예술가로서는 음악적인 능력 면에서나 그 안에 담긴 사상의 면에서나 전적으로 존경하고 신뢰해요."
-남편으로서 어떠냐고 질문했습니다.(웃음)
"딸이 독립해서 둘이 살거든요. 식탁에서 둘이 밥 먹으면서 세상의 미래에 대해, 인간이라는 종이 희망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부부는 우리밖에 없을걸요.(웃음)"
-(다시 정태춘씨에게) 정 선생님은 감사하셔야 합니다. 그런 유별난 진지함과 고뇌를 아내에게서조차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없었다면 어쩔 뻔하셨어요?
이 부부가 동지로서 살아가는 모습이구나 싶었다. 아름답다. 얼마전에 아내와 싸웠다. 이유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었다. 바라보는 방향이 꼭 같을 필요는 없지만 이해는 해야 하는데 살다보니 자꾸 부딪힌다. 그리고 감정의 골이 생기니. 저들처럼 저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라나 싶기도 하고.
누나들이 많았던 마산 고모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다. 대학생 누나가 듣던 테이프, lp판에서 정태춘과 박은옥을 만났다. 그 때는 음유시인 정도로만 알았다. 대학가서 그들의 실체를 알았다. '일어나라 열사여'라고 외치는, 엄마아빠 돈벌러 간 새 지하방에서 성냥불로 놀다 불이나 죽은 남매 노래를 들으며 그들을 새롭게 만났다.
그가 그리는 '이상주의 몽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나도 바란다.
누나들이 많았던 마산 고모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다. 대학생 누나가 듣던 테이프, lp판에서 정태춘과 박은옥을 만났다. 그 때는 음유시인 정도로만 알았다. 대학가서 그들의 실체를 알았다. '일어나라 열사여'라고 외치는, 엄마아빠 돈벌러 간 새 지하방에서 성냥불로 놀다 불이나 죽은 남매 노래를 들으며 그들을 새롭게 만났다.
그가 그리는 '이상주의 몽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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