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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니다

대가리 똥만 든 지식인



영화 <히든  >

 

프랑스 영화

<피아노>라는 영화를 연출했던 미카엘 하네케가 감독.

남자주인공 조르쥬 역에 다니엘 오떼유, 조르쥬의 부인 안느 역에 줄리엣 비노쉬.

이 영화가 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랍니다. 그만한 영화겠거니 하고 쉬는 날 밤에 케이블 TV에서 본 것입니다.

너무 심오했습니다.

뭐가 숨겨져 있다는 걸까? (영화제목이 hidden) 영화가 끝날 때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도 아니요, 누가 범인인지도 알려주지도 않고.

영화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배달된 비디오테이프를 돌리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사생활이 찍힌 테이프. 끝날 때까지 그 테이프를 누가 만든 것인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가 첫 부분부터 끝날 때 모두 흔치 않은 장면들, 조금은 갑갑함, 그러면서도 뭘까? 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남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잘 모르지만 이 감독의 영화가 사회에 파문을 많이 던졌답니다.

이런 내용도 들어 있었답니다. 알제리를 식민지배 했던 프랑스의 죄의식, 남자 주인공이 어릴 때 함께 살았던 마지드의 부모가 알제리 독립운동을 하다 죽었다는 이야기가 잠깐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렴풋하게 감독이 말하려고 한 게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지식인의 허상.

 

남자 주인공은 문학인가 책을 주제로 토론하는 TV 프로그램 사회자였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들이 남자주인공의 집 내부. 거실과 식탁이 있는 방이 한 공간인데 온 벽면이 책이 가득한 책장이었습니다. 그 ‘책 벽’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또한, 정체불명의 사람이 자신들의 일상을 찍어 보낸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TV도 그 ‘책 벽’ 한가운데 끼워져 있습니다.

아마 저 ‘책 벽’이 지식인의 허상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머리에 든 게 많다고 ‘된 사람’이 아니듯이.


잊고 싶었던, 잊었던 과거의 기억 속의 인물, 마지드가 남자주인공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또 마지드가 테이프를 보내지 않았다는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합니다. 마지드의 아들이 남자주인공을 찾아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배운 사람은 뭐라는지 듣고 싶다.”(정확한 대사는 아닌데 이런 뜻이었습니다.)

꼭 내게 던지는 말 같더군요.

이런 말들이 ‘대가리 똥만 든’ 지식인을 비꼰 것이 아닌지.

저도 허위의식을 채우려고 재미도 모르면서 프랑스 영화를 본 게 아닌지.


200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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