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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니다

"네 노선이 뭐냐?"

<오래된 정원>

원작 : 황석영
감독 : 임상수

오현우(지진희)와 한윤희(염정아)의 이야기다. 17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독재시대에서 두 남녀의 만남으로.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난 건 1999년. 내가 대학을 마지막으로 다녔던 해가 1997년, 이듬해 2월 졸업을 했고, 촌에 2년 동안 '쳐박혀'있다 '탈출'했던 그해였다.

두 권짜리 책인데 상권만 읽고 말았지만. 지난해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다시 잊혀 졌던 기억을 더듬었던 것 같다. 그러다 말았다.

그러다 최근에 영화를 보게 됐다. 17년 동안의 만남과 헤어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으니 흥행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특별한 나라에 특별한 시대에 특별하게 청춘을 보내고 머리가 허옇게 센 한 청년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의 씨앗만 남기고 떠난 여자.

현우는 이렇게 말한다 "저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러자 윤희는 "아~~, 그러세요. 발이나 씻으세요."

짧은 동안 남녀가 사랑을 했고 현우는 떠난다. 다시 현실로. 잡혀갈 걸 알면서.
윤희는 그런 현우를 신파처럼 잡지는 않는다. 깨끗하게 머리 이발시켜 보낸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 네가 왜가니? 이 바보야"라고 읊조릴 뿐이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다리걸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도착한 버스를 앞에 두고 보여주는 장면이 윤희의 고무신, 뒤꿈치를 치켜 든 모습. 작별인사다. 그렇게 헤어진 게 끝이다.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17년 뒤에서 다시 과거로 찾아온 현우. 과거 '동지'들을 만나지만 그 시간의 틈을 따르지 못한다.
한 친구가 그에게 말한다. "노선이 뭡니까?" 현우는 말이 없다.

그 대사는 나에게 와서 박혔다. '내 노선은 뭘까?', 어쩌면 노선도 사라진 지금의 시대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노선대신 '로드맵'이란 말이 유행을 하긴 하더만. (한번은 동료에게 왜 로드맵이라고 하느냐, 노선이라는 말이 있는데. 라고 하니 노선과 로드맵은 다르다고 하더군. 속으로 웃고 말았다)

현우는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딸과 통화를 하다 한 말, "그때는 혼자만 행복하면 안 되는 시대였다"

내 노선은 뭘까. 마누라도 있고, 자식새끼도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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