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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친구

친구가 뭘까요. 속내를 틀어놓을 수 있는 존재, 아무 조건 없이 기댈 수 있는 존재, 눈물나게 하는 존재, 차분하게 또는 흥분하게 하는 존재, 욕지거리 쏟아부으면서도 서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존재....

새삼스럽게 친구가 뭔지 생각하게 한 일이 있습니다.
네 살짜리 아들이 했던 말과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아들에게 내년 3월에는 유치원에 보낸다고 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다닐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아들이 그랬습니다. “유치원 다녀야 해요? 나는 알라딘 어린이집 다니고 싶어요.”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은 “내 친구들이 있잖아요”라면서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댔습니다.

아들 입에서 나오는 ‘친구’라는 말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벌써 ‘이놈이 친구를 알 나이가 됐구나. 나도 이때쯤부터 친구를 알게 됐을까’.


얼마 전에 아들이 친구와 어떻게 노는 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참 친구라는 게 저런 거였지’라고 생각하면서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더군요.

자전거에 아들을 태우고 가끔 나들이를 하기도 합니다.
진해 해양공원에 있는 놀이터에 갔을 때 일입니다. 제 아들이 미끄럼틀을 좋아하거든요.
그곳에서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친구를 만난 겁니다. 정신없이 놀더군요.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몸짓과 소리를 지르면서.

그리고 특이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 ‘짓’을 하더군요.
병에 든 음료수를 나눠 먹기도 하더군요. 마주 보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주둥이를 입에 넣고 빨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혼자 웃었든지. 어릴 때는 남이 먹던 것도 거리낌 없이 잘 먹었잖습니까. 저는 친구와 서로 씹던 껌도 나눠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요. 먼저 서로 ‘조건’과 ‘처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처지에 맞춰 만나고, 이야기하고, 뭐든 주고받는 게 아닌지.

2007.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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