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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사 가치를 모르는 기자


한 때 인터뷰만 줄기차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4년부터 2년 동안이었다. 스스로 '사람전문기자'라고 위안했지만 당시 부담감은 엄청났다. 부담이라는 게 매일 매일 새로운 사람을 찾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족히 300명은 넘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순서가 돌아오는 지금도 그런데 그때는 어떻게 했는지 내가 생각해도 의문이다. 사람만 만난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사람은 만나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를 더 부담스럽게 한 건 인터뷰라는 점이었다. 그 사람의 진심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 그를 알고 만나야 한다는 것,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건 전반을 훑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궁긍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람을 만나고, 그의 삶은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보람도 있었다. 특히 중요한 현안에 대해 인터뷰로 힘을 보태는 것은 짜릿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여겼다. 짠한, 찐한 감동적인 인생보다 치열한 현장의 목소리를 더 전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인터뷰 기사에 대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말을 들을 때는 참 힘이 빠지기도 했다. 다른 기사보다 한 단계 아래로 보는 눈을 볼 때마다. 인터뷰가 장난인가, 그렇게 가치가 없는가라고 수없이 자문하고 답을 찾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이 사람의 이야기를 꼭 들어봐야 한다. 그의 이야기 이야기 하나 하나에 공감을 한다. 꼭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어 지승호 씨.
그를 만났다. 경향신문 10일자 21면에서. '인터뷰집만 스물한 권 펴낸 전문 인터뷰어'

2001년부터 전문인터뷰어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 시대 쟁쟁한 논객들을 만났다. 인물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은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들을 만나뵙자고 하죠. 또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유효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을 주로 섭외합니다. 좀 더 희망적이고 성찰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던지는 분들을 만나려고 하죠."

그는 인터뷰하는 데 과정 중 준비단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고 했다. 언론에 난 기사와 상대가 쓴 책을 섭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야, 상대와 대화가 된다. 대화가 되지 않은 인터뷰는 말장난일 뿐이다.

그는 인터뷰를 '시대의 기록'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일기처럼 굉장히 실용적인 성격을 가져서 이슈가 있을 때 그 즉시 사람들의 생각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죠. 지식인,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시대를 더듬어 볼 수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터뷰 기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상대의 입을 통한다고 생각했었기에.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보다 인터뷰이가 보여야 한다고 봐요. 종종 독자들 가운데 저를 다른 인터뷰어들과 비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사람마다 서로 인터뷰의 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죠. 저는 마라토너처럼 우직한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인터뷰집을 읽어가시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인터뷰어가 보일 겁니다. 결국은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서 인터뷰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지승호 씨의 입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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