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달 휴가를 받는다면 뭘 하시겠습니까?
8월 한달 휴가를 받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휴직입니다. 유급휴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면 '좋은 회사'라며 부러워합니다. 사실이죠. 직장인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란 힘들겁니다. 우리 공장은 내부 사정이 좀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쉽지 않은 기회를 얻는 건 사실입니다.
오늘 휴직 이틀째 입니다. 어제, 오늘은 아내가 휴가라 함께 보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휴직을 즐겨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궁시렁 거리면서도 머리속에 '야~ 이거야'하면서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막연하게 '뭘하지'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그냥 마음가는 대로 몸 가는대로 한 번 뒹굴든지, 놀든지, 맛대로 해보자고. 세상살아가면서 이렇게 살아본 적이 있을까요. 항상 일상에 쫓기면서 억눌려 살아왔는데 한 달 쉬면서도 무슨 계획을 세우고 반성을 하며 미래를 걱정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정석에서 벗어나고 싶은 요구랄까.
하고싶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하염없이 걷고 싶다, 신문지가 아닌 책 속의 활자를 읽고 싶다, 버리지 못한 혹은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청산하고 싶다 같은 것들입니다. 이어가다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뱃살도 빼고 싶고, 그래서 혈압도 내리자는 데까지 치미는 과도함을 억누릅니다.
무엇보다도 짓눌렸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어제, 사나운 꿈에서 깨어나면서 휴직 첫날을 맞았습니다. 가위에 눌렸습니다. 그것도 업무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는. 모욕이니 하면서 핏대를 세우다 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침에 신문을 보고 후배에게 전화도 걸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인지. 휴직인지 모르고 걸려온 선배 전화를 받고서는 걱정이 됐습니다.
사실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은 열정을 되찾고 싶은 욕구입니다. 저에게는. 현재로서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입니다. 돌아다니고, 책보다 잠 오면 자다가, 사람도 만나고, 쌓인 먼지도 털어내고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초등학교 때 꿈 같이 보낸 여름방학처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학 며칠 남겨놓고 부랴부랴 방학숙제에 일기까지 몰아치던. 복직 며칠 앞두고 부담이 생길지라도 그렇게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고 나면 결단을 내릴 힘이 생길 것 같습니다.
'납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더위에 '즐'하는 <하악하악> (0) | 2009.08.19 |
---|---|
이 시대에 다시 보는 <대장정> (0) | 2009.08.18 |
변신-카프카를 만나다 (2) | 2009.08.17 |
인터뷰 기사 가치를 모르는 기자 (0) | 2009.07.10 |
나의 명분과 목표는 (0) | 2009.07.03 |
바다20090301 (0) | 2009.03.04 |
경향신문이 보내온 편지 (3) | 2008.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