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시대다. 사는 집도 시멘트, 마당도 시멘트로 깔아버려, 콘크리트 상자를 층층 쌓은 집에 살고. 도랑도 시멘트로 발라버려, 그렇지 4대강에도 거대한 콘크리트 둑이 섰지.
한긴 속도전 시대에 시멘트만큼 좋은 게 있나. 돈 좀 적게 들이고 튼튼하지. 단 시간에 삐까번쩍하게 확 달라보이게 하긴 참 좋겠다. 그랬다. 그런 시대를 살아왔고,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 농촌엔 비만 오면 질퍽거리는 농로를 시멘트 포장하는 게 숙원사업이었지. 잡풀 치우기 번거롭다고 깔끔하게 시멘트로 마당을 단장하고, 돌담 흙담 뭉개고 시멘트 벽 세웠지.
그러나 세상이 바뀌니. 좀 살만하니 시멘트를 조금씩 걷어내기도 하지. 도랑 살린다고, 친환경 집이니. 시멘트 길보다 흙길을 걷고 싶어하지. 온통 콘크리트 회색빛보다 푸름을 보고 싶어하지. 자연과 함께이고 싶다 이런 것이지. 모두 그런 삶은 원하지. 웰빙이니, 힐링이니 하면서. 그렇게 세상은 바뀌는 모양이다.
창원시 진해 석동 골목길에서 만난 시멘트 담벼락의 예술 작품.
그런데 시멘트, 콘크리트 벽에도 예술작품이 있더란 말이지. 뒷산을 다녀오다 동네 골목길에서 만남 예쁜 작품은 참 반갑고, 신기했어. 블록으로 새운 담벼락, 한 20년 세월을 버텼던 것 같더군. 삭은 겉을 시멘트로 몇 년전 새로 바른 담벼락에 장미(가시가 안보이니 수국같기도 하고, 뭐 국화같기도 하고...)가 떡~하니. 작품이지. 그냥 작품도 아니고 예술 작품이지.
그 담벼락이 얼마나 살아남을지 모르겠지만 오래 오래 있었으면 좋겠어. 또 모르지. 몇 세기가 지나고 지층이 바뀌고 흙으로 덮이고 새 세상이 된 아주 먼 미래에 21세기 인류의 생활 예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질지 알아.
아마 이럴 수도 있을 거야. 그 미래에도 고고학, 발굴이라는 것이 있겠지. 땅을 파다, 아니면 스캔을 하다 땅속에 21세기 구조물 발견, 지금처럼 호미로 살살 땅을 파내고 붓으로 솔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콘크리트 담벼락에 꽃송이가 드러나는 거지.
20~21세기 미장이라는 직업이 있었는데 이름 모를 미장이기 흙 칼로 아로새긴 콘크리트 부조물이라고 소개할지도 몰라. 꽃 송이가 세 개 인 건 한국인들이 좋아한 숫자이고 하나의 가지에서 꽃이 세 개나 폈으니 길운을 뜻한다나? 아직 피지 못한 봉우리는 한꺼번에 운이 쏟아지고 마는 게 아니라 남겨 둔 복이라는?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콘크리트 시대를 아름답게(?) 추억하는 세상이 올지도.
( 그래 맞다. 이런 것도 발굴될 거야. ◯◯ 바보, ◯◯는 △△를 좋아한다. 이런 공개적인 벽 글씨도 나왔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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