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갈 때 "엄마 10원만" 또는 "100원만" 이런 말을 잘 못해 봤거든요. 다른 친구들이 학교 갈 때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3~4학년 쯤 됐을 때 알았을 겁니다.
아들은 가끔씩 뭘 사달라고 합니다. 지갑을 들고 나가지 않았을 때면 "지금 돈이 없다"고 하죠. 그러면 이놈은 "아빠는 맨날 돈 없다한다"고 합니다. 저도 한 마디합니다. "우리집에서 현금 보유로 따지면 네가 제일 부자잖아, 네 돈으로 사면 되잖아", 이놈은 그럽니다. "나 돈 없어" 제 돈이 있어도 아빠, 엄마 주머니를 털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이들에게도 돈, 물건을 사고 팔고, 경제개념이 중요합니다. 저 처럼 집에 돈이 없다는 걸 빨리 알아서 '자기 제어'나 '억제'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도 문제지만.
순신간에 아파트 마당에 선 벼룩시장.
어제 우리 아파트에 벼룩시장이 열렸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오전에 관리소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벼룩시장한다고. 아들놈 그 소리를 들고 바빠지더군요. 지금은 보지 않는 동화책 두 권, 공룡 미니어쳐들을 챙겼습니다. 아들이 공룡을 많이 좋아하는 데 집에 너무 많거든요.
구경만 해도 재미있더군요.
그 돈으로 아들은 사고 싶은 것들을 골랐습니다. 딱지도 사고,(100~300원, 요즘 딱지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더군요. 모양도 있고) 전갈 목걸이 방울(200원), 누나들이 내놓은 분홍색 매니큐어(500원)도 샀습니다. 그걸 바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을 다시 사고 싶은 걸 사고. 돌고 도는 게 돈이라는 걸 좀 알았을지도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컴퓨터 스피커를 1000원에 하나 샀습니다.
파는 아이들과 사려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흥정을 합니다.
한번은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들의 물건사기를 보고. 유치원에서도 한 번씩 벼룩시장을 하거든요. 팔 물건을 챙겨가면 선생님이 가짜 돈을 주는 데 그 돈으로 벼룩시장에서 사고 싶은 걸 사는 거죠. 그날 저녁에 이놈이 사온 물건들을 보고 입이 쫙 벌어졌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샀더군요. 모자, 티셔츠, 바지, 신발 한켤레까지. 그기에 차도 한 대. 신기하면서도 놀랍더군요. "네가 다 산거야?"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아이들은 이렇게 세상을 배워가는 모양입니다. 요즘 아들은 마트나 가게 가면 엄마, 아빠가 신용카드로 계산한 후에 사인하는 데 재미를 붙였습니다.
아들이 산 플라스틱 딱지, 전갈 목걸이 방울, 매니큐어.
벼룩시장을 부녀회에서 준비 한 것 같은데. 재활용수집하는 날 쓸만한 물건들이 많이 나오니 벼룩시장 하면 재밌겠다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때요. 동네 벼룩시장 한 번 열어보는 게. 아이도 어른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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