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도 이렇게 지나간다.
마음이 무거운 추석이다. 연세가 많으니 아픈 건 당연한지 모르겠지만 의식이 오락가락 하는 큰아버지도 그렇고.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가 아픈 것도 그렇고. 예전같지 않게 명절인데도 썰렁한 동네는 더 그렇다.
조용하다 못해 쓸쓸하다. 집집이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익어가는 것들만 덩그러니. 익지 않아도 벌써 몇째, 몇째 아들네, 딸네로 보내질 때를 기다리기만 한듯하다.
동네 한 바퀴 하면서 눈에 들어온 익어가는 것들. 그 중에 제일은 호박이라. 하루하루 달라지는 무게와 크기를 버티기엔 공중 넝쿨이 힘겹다. 판자가 호박의 걱정을 들어준 건지, 자식들 집으로 보낼 호박을 무사히 키우려는 부모의 마음인지.
공중부양 호박. 나무판자로 발판을 만들었으니 늘어나는 몸무게 걱정없겠다. 땅있으면 납딱할 누런 호박이 동그랗다.
담벼락에 수세미. 어릴 때 감기 기첨하면 다려 먹었었지. 달콤한 물이 기침을 다스렸던 걸까.
노란 탱자. 귤이고 유자고 잘난척 마라. 나는 탱자다.
아직 푸른 기가 가시지 않은 모과. 못생겨도 몸엔 좋아요.
석류, 익으면 알아서 벌어지는 석류. 야는 때를 알까.
대추를 땄다. 많이도 열렸네. 하얀 들통에 빨간 놈들.
때 맞춰 따줘야 하는데 때를 놓쳤으니 떨어진 대추들. 감홍시 처럼 몰랑몰랑해져 버렸다. 미안해.
헛개나무 열매, 드디어 열매가 열렸구나. 이놈이 술병에 좋다지.
익어가는 고향의 모습이다. 다들 고향 잘 다녀오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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