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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요

파도, 몽돌 소리에 묻힐 수 있는 곳


섬이 아닌 섬, 가덕도.
부산 가덕도는 이제 섬이 아니다. 부산항 신항 남측부두 공사로 가덕도는 뭍과 연결됐다. 내년 연말이면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도 연결된다. 걸어서 들어갈 수 있고 차량도 오간다.

원없이 걸었다. 너무 걸어 발바닥과 발목, 무릎이 아프다. 그래도 오랜만에 느끼는 뻐적지근함이 좋다.

가덕도에 걸어들어 갈 수 있다해서 무작정 나선 길이 무식했다. 진해에서 105번 버스타고 용원 종점에 내려 걸었다.

신항 공사에 매립으로 날로 지도가 바뀌는 곳이라 2007년 11월에 배타고 갔던 생각을 했던 게 잘못이었다.


선창가는 배를 탔던 선착장으로 가다 물었다. "가덕도 갈라믄 어디로 가야 합니꺼.", "이쪽 아니야. 저 차다니는 쪽 저기.",  "요새 걸어서도 간다더만예.", "차 타고 가야 하는 데."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신항 북컨테이버 부두로 아스팔트 길을 걸어서 다시 신항 임시 선착장 쪽으로 되돌아 가니 가덕도로 연결된 다리가 보였다.
그렇게 도착한 가덕도. 그게 시작이었다. 벌써 2시간 반 동안 걸었는데.

가덕도 가실 분은 녹산공단에서 58번을 타시길, 고생하지 말고. 진해 용원에서 가덕도 들어가는 마을 버스를 타도 된다(시간표 참고).
용원으로 버스가 다니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가덕도는 옛날에 행정구역이 진해였다.


마을버스는 천성까지만 간다. 천성에서 꼬불꼬불 고개를 넘으면 대항이다. 신항 임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대항까지도 갈 수 있다. 하루에 배가 몇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걷고 싶다면 산길을 권하고 싶다. 선창에서 천가동사무소, 천성고개에서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해발 459m) 연대봉으로 갈 수도 있고, 임도를 계속 걸어서 대항으로 바로 갈 수도 있다. 넉넉하게 3~4시간은 잡아야 한다.

대항포 방파제에서 바라 본 마을 전경.

고갯마루에서 바라 본 대항새바지, 왼쪽에 보이는 회색 콘크리트 뭉치, 다대포다.


대항은 거제도를 마주 본 쪽이다. 바다도 잠잠하다. 방파제에 낚시꾼도 많다. 대항 마을 언덕길을 넘어가면 건너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대항새바지, 이 곳에서 왼쪽으로 부산 다대포가 보인다.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마주한 곳이라고 파도, 끝내준다. 몽돌밭에 부서지는 파도가 시원하다. 파도 소리에 몽돌구르는 소리가 예술이다.


시원한 파도소리는 동해, 몽돌구르는 소리는 남해. 가덕도는 둘다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더구나 피서 인파로 북적이는 다른 곳과 달리 방해받지 않고 즐기기 딱 좋다. 오랫동안 걸어 불이난 발바닥을 파도가 만져준다. 머리 속이 부서지는 파도같이 하얗게 번진다.

즐거움도 잠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광고내려 기사를 요청한다? 관련 내용 메일확인 후 의견주세요'. 다시 머리가 무거워졌다.



<버스시간 표>

시간표 뒷쪽에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공사중인 거가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