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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뻔뻔하지 못했던 대통령, 노무현



안타깝고, 아깝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지켜보는 심정이 참 애달프다.
그렇게 모두 안고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싶지만 슬프다. '괜찮은' 사람, 지도자 한 명을 잃었다고 해버리기에는 너무 가볍다.

23일 봉하마을로 들어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사진 / 경남도민일보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그가 걸어왔던 삶이 그랬고, 대통령 될 때도 그랬다. 퇴임해서 고향으로 돌아온 첫 대통령, 대통령의 고향마을이 관광지가 되고, 구경온 사람들에게 매일 인사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어주는 그였다.

발가락 양말에 슬리퍼 신은 그의 모습은 더 정겹게 다가왔다. 마을 상점에서 담배를 문 모습도 권위와는 먼 시골 아저씨, 할아버지였다.

그렇다고 나는 그가 대통령을 하면서 모든 걸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권력을 자본에 내준 그가 싫었다. 잘못한 것도 있지만 한국 역사에 큰 변화를 이끈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깝다.

고향으로 돌아온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는 걸 보는 나도 자존심이 상했다. 깨끗한 대통령으로 남길 바랐던 기대와 희망일 것이다. 흠이 될 돈을 받은 걸 잘했다고 하는 건 아니다.

23일 봉하마을로 돌아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신. / 경남도민일보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가 다른 대통령처럼 '뻔뻔'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텐 데라고. 우리는 뻔뻔한 인간들을 '철면피'라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뻔뻔한 이들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살았나. 그래선지 노무현에게 더 열광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그랬다.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 그는 뻔뻔하지 못했다.

후원자가 감옥에 가고, 정치 동지들, 수족이 끌려가고, 가족이 검찰에 불려다니는 것을 괴로워했다. 인간에 대한 도리를 안다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도리가 그가 바라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을 것이고 그가 바라는 삶, 그가 그리던 '사람 사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좀 뻔뻔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생기는 건.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

역대 대통령을 보라.
전두환, 노태우는 광주학살을 자행하며 민주주의를 피로 물들였던 자들 아닌가. 수많은 목숨을 총칼로 유린했는 데도 뻔뻔하게 살고 있다. 전두환은 비자금을 빼들려 놓고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며 잘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두고 그랬다고 한다.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꿋꿋하게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자신처럼 좀 뻔뻔해라는 것일까.

김영삼은 어떤가. 대선자금 1조 2000억 원 논란의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얼마 전 거제 기록관 착공식에 참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 "근래 일어나는 여러 형태를 볼 때 머잖아 노 전 대통령이 형무소에 가게 될 것으로 믿는 국민이 대부분"이라고 했단다. 자기 아들도 비리로 감옥 보냈으면서 뻔뻔하게도.

역대 대통령만 뻔뻔하나, 여러 차례 법을 어긴 이도 대통령이 되는 데 말하면 입이 쓴 세상이다.

안타깝고, 아깝다. 노무현 그의 죽음을 '정치적 타살', '사회적 타살' 이라고 한다면 내가 뻔뻔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