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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노무현이 '비상한 결의'로 추구한 가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7년 전 취임식에서 말했다. "저는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뭘 두고 그토록 '비상한 결의'라고 강조까지 했을까.

서거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살아오면서 견지해온 원칙과 신념이 다시 회자하고 있다. 그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실현하려 했던 가치들과 공과는 앞으로 두고두고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공통으로 노 전 대통령의 공적으로 인정하는 것들은 인권, 민주주의의, 정치개혁, 권위주의 타파, 남북화해협력, 지역주의 타파, 지역균형발전 등이다. 지역주의 타파가 그가 온몸으로 맞서면서 실험과 좌절을 거쳤던 가치이지만 남은 숙제가 많다.

지난 2007년 경남 혁신도시 기공식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 경남도민일보



비상결의로 추구했던 가치는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이다. 그가 추구한 지방분권의 가치는 취임사에 잘 녹아있다. 그는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에 대해 "중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중앙과 지방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예속·집중된 '서울공화국'의 틀을 물리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생각도 바꿔야 이룰 수 있으니 '비상한 결의'라고 한 것은 당연하다.

사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지방분권의 가치를 추구해왔었다. 지난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세워 분권 운동을 했고, 지난 2001년에는 자치경영연구원 부산본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방분권은 그의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분권운동경남본부 조유묵(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성장주의, 개발정책에 따른 중앙집중적 체제는 세계 유래를 찾기 어렵다"라며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누구도 이를 깨려고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방분권 정책 추진과 성과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더군다나 행정수도 이전은 보수진영의 엄청난 반발을 샀는데도 추진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영남권 각계·각층에서 지지선언을 받은 이유도 이 같은 확고한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을 꼽을 수 있다. 그는 국정운영 5년 동안 지역균형발전을 착착 추진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출범해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비수도권 10개 혁신도시에 이전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한 기관 이전에 따른 지방세수 확보뿐만 아니라 고용, 부가가치 창출, 지역특화산업 연계 발전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사업이었다. 경남은 진주혁신도시에 대한주택공사를 비롯한 12개 기관이 이전이 결정됐다.

그러나 임기 동안 이뤄놓은 지방분권은 위기에 처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으로 바뀐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새 정부 들어 속도가 더뎌졌다. 물론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건설에 따른 땅값 상승을 불렀다는 비판도 있다.

문제는 지방분권이라는 가치 자체가 위협받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이름을 '지역발전특별법'으로 바꾸려다 비수도권의 반발에 부딪혀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지금까지 막아 왔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혁신도시 건설이 차질을 빚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공기업선진화 방안에 따른 통합 등에 따른 기관 마찰에 따른 분쟁을 정부가 해결하지도 못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방관하거나 부치기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 결정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통합 본사 유리를 놓고 경남과 전북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이 확정된 공공기관들이 핵심기능을 서울에 남겨 아예 껍데기 혁신도시로 전락할 처지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최근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심의를 했다. 그 결과 경남으로 올 국민연금공단 등 이전기관의 일부조직이 서울에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탄생시기와 비슷하게 출범한 지방분권운동경남본부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던 경남도의회 이태일 의장은 우려스러워했다. 이 의장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이 30대 기업 100%, 100대 기업 95%가 수도권에 있는 나라에서 지방분권을 위한 핵심 사업이었다"라며 "새 정부 들어 후퇴하는데 기득권의 이해타산 등에 따른 저항 때문이다. 이러다가 혁신도시는 서울 잔류부서가 본사기능을 할 수밖에 없고 비수도권에는 껍데기뿐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