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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모든 권력을 서민에게 내놓으라



발표자가 목이 메 말을 못하는 공청회 보셨나요?

공개적인 토론회에서 발표자가 목이 메 말을 못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같이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경남에서 주민발의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학자금이자지원 조례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였습니다. 20일 경남도의회서 열린 공청회는 '등록금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시민단체 네트워크(이하 등록금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주최했습니다.

민주노동당 김미영 도의원이 '경남도 학자금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 제안설명을 하고 △전북도의회 김연근(민주당) 의원의 '전북도 학자금이자지원조례제정' 추진 사례 발표 △학부모 김재명(진주시 강남동) 씨의 '학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상승의 문제점과 대책' △홍대협(경남대 공과대) 씨의 '등록금인상에 따른 대학생 경제부담의 문제점과 대책' 순으로 의견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는 비싼 등록금을 대지 못해 아들을 휴학시켜 군대 보내야 했던 학부모의 고백이 있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대학생 대표였습니다. 이 친구는 자기 부모님의 마음을 몰래 읽은 양 한동안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물을 삼키기를 몇 번, 침묵이 흘렀습니다. 꽤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용했습니다. 뭐라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꾹 누르고 말을 이어가던 그 친구의 기백에 박수를 보냅니다.


공청회 핵심은 부모님과 학생이 한 증언들입니다. 실상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입니다.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버지는 아들을 지역 국립대에 보냈고, 그 학비도 부담스러워 2학년 때 휴학시켜 군대 보냈답니다.

-학자금 이야기하려면 부끄러우면서도 서글프다. 집, 논밭을 팔아서라도 뒷바라지해야 하지만 공장생활 20~30년 해도 집, 논밭이 없다.
대기업, 정규직은 일정 학자금 정도 지원을 받지만 농민, 비정규직, 영세상인은 연관이 없다.

-이전에 이런 조례가 만들어졌다면 아들 대학 갈 때 좀 더 폭을 넓혀 놓고 고민을 했을 것이다. 적성에 따라 무슨 학과, 학교를 선택한 게 아니라 우리 형편에 어디를 보낼 것인가, 이 대학은 되고 저 대학은 안된다고 했다. 아이에게 주문했다. 정부지원 100% 지원받는 사관학교나 경찰대학을 권유했다. 아들은 죽어도 못 간다고 했다. 타협점은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학비 작게 드는 국립대를 선택했다.


-많은 학생이 자기 꿈을 가정 형편, 학비 때문에 접어야 한다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등록금 내고 그다음 등록금을 걱정해야 한다. 아들이 내년 5월 제대할 예정인데 앞으로 2년 더 학비를 대야 한다. 제대하는 게 두렵다.


-해마다 천정부지로 미친 듯이 오르는 물가며 등록금을 노동자, 서민이 책임지며 살아가야 할 세상이라면 차라리 모든 권력을 노동자, 서민에게 줘라. 주면 잘할 것 같다, 그런데 잘 안 줄 것 같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신다면 아이들의 학습권에 투자할 줄 아는 국가가 진정한 선진국의 마땅한 상이다.


이런 이야기를 쏟아낸 아버지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울컥했습니다. 내 아버지의 이야기였을 겁니다. 자신도 학비 때문에 군대에 갔었거든요. 
이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이 친구는 여동생이 대학입학하면서 군대갔고 학자금 대출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대학생 2명 중 한 명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학비 때문에 휴학도 했다. 2001년 입학, 2003년 휴학해서 군복무, 2006년 복학해서 졸업반이다. 입학 때 270만 원이던 등록금이 지금 390만 원한다. 8년 새 120만 원 올랐다.


-군대 가기 전에 1, 2학기 두 번에 800만 원 대출을 받았다. 이자 상환 독촉 전화, 문자, 메일 받는다. 죄짓는 것도 아닌데 죄짓는 기분이다.


-친구들이 내년에도 오를 거다, 400만 원 넘을거라고 이야기한다. "빨리 졸업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졸업 후 당장 취직하기도 어렵고 비정규직으로밖에 갈 수 없는데....


-학자금대출이자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작년 대선공약, 반값등록금, 얼마 전에 그런 약속한적 없다고 했는데 한나라 대통령으로서 번복하는 것을 보면서 아니다 싶었다. 공약사항만 해결되면 대학생, 학부모 부담이 줄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