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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

소설가가 된 신부님, 백남해


백남해(44) 신부님이 성경이야기 책을 냈습니다. 그가 쓴 책은 <부스러기 성경이야기>.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천주교 마산교구에서 발행하는 주보에 쓴 단편소설 일곱 편을 묶은 것입니다.
 
지난 연말 '열린사회 희망연대' 송년회와 겸해 출판기념회도 했으니 소설가 반열에 오른 셈이죠. 그는 "그냥 화장실 변기 뚜껑에 올려놓으시고 심심할 때 그냥 편하게 읽는" 책이라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름 없는 조연들이 그가 들려주는 성경이야기에서는 주인공입니다. "성경에는 주목받지 못하는 이름 없는 등장인물이 많습니다. 그 인물들을 상상력으로 추정한 것입니다."  요한복음 6장에 어떤 소년이 내어 놓은 보리 떡 5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예수님이 5000명을 먹인 '5병 2어 기적'이 있습니다. '2000년 전이면 전 재산을 가져왔을 텐데', '그 아이가 누굴까', '누구기에 가져왔을까'라는 물음에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죠. 그 이야기가 그의 소설 '보리빵 아이' 편입니다.
 
그는 '과격한 신부'로 소문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소년 같은 그는 알고 보면 '재치가 넘치는 신부'입니다. 그 재치를 그의 표현대로 하면 "핀잔에도 굴하지 않는 '썰렁한 농담'"입니다. 넘치는 재치와 상상력이 성경 속의 이름 없는 이들을 무대 주인공으로 세우는 힘이었던 셈입니다.
 
소설책을 낸 동기는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성명서도 많이 썼고 글체도 격해졌답니다. 그런 생각을 해오던 중에 한 신도가 지난 예전에 자신이 썼던 동화를 떠올리게 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읽을 이야기를 써보자는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1녀 3남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성직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나도 모를 끌림이었습니다. 바로 형이 신부여서 자연스럽게 끌렸던 것 같습니다." 1992년 사제 서품을 받고 마산교구에서 줄곧 생활해왔습니다.

그런 재치 있고 상상력이 넘치는 그가 과격하게 이름난 건 '행동하는 성직자'의 모습 때문입니다. 나름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철학이죠. "신학생 때부터 사회 부조리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신부 되고 나서 1996년 전국 종교인 평화연대 결성 당시 천주교 쪽 총무로 활동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된 시작입니다."

그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구현사제단 마산교구 대표를 지난 2007년까지 맡았고 지금은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친일문제 등 역사바로세우기, 지역현안에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왔던 열린사회 희망연대가 창립했던 1999년부터 함께 했고 상임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미순·효순이 사건 때는 마산 3·15의거 탑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현장에 있기도 했습니다. 석전성당에 몸담았던 그해 수배 중이어서 갈 곳 없는 민주노총 간부를 성당에 머물게도 했습니다.
 
선배 신부들이나 신도들로부터 '너무 튄다', '기도는 안 하고' 이런 압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동료신부이자 선배 신부인 형은 잔소리도 많지만 '가장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그는 올해로 진해시종합사회복지관장 일을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마산시장애인복지관 초대 관장을 맡기도 했었죠. 성당은 신자들과의 관계가 주라면 복지관은 관계의 폭이 넓습니다. 공무원과 관계도 중요하고 더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답니다. 가장 인간적인 고민을 여쭸더니 "직원들 월급날"이라고 했습니다.
 
'골고루 따뜻한 세상'을 위한 그의 고민과 활동은 계속됩니다. 최근에는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인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이 참여한 '경남사랑21(주)'에도 뜻을 함께했습니다. 이 모임에 대해 "2012년 대선까지 멀리 보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 이번 지방선거는 시작점이 될 것"라며 "4대강 문제, 서민문제 등에 집중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