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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

옛날 서원에서 현대 춤꾼, 노래꾼들이 공연을 한다면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며 이름난 노래꾼, 춤꾼,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하기 위해서다. 고구려 무예단, 김산, 난리굿패 어처구니, 박영운, 세이렌(지니&은주), 아리랑 무용단, 예술단 예다인, 이경민, 진효근, 철부지, 하동임, 하제운이 그들이다. 이들은 24일 오후 5시 창원 사화동 운암서원에서 열릴 경남생명평화한마당에서 출연료를 받지 않고 공연을 한다.

생명평화한마당 준비에 바쁜 김유철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생명, 평화를 간판처럼 말로 하고 활동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상입니다. 구체적으로 내 손과 발에서 어떻게 표현하는지, 가까운 가족과 동료에게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생명과 평화를 무슨 뜬구름같이 추상적으로 말로만 신봉할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표현과 실천을 고민하다 생명평화한마당을 준비하게 됐다.


도법스님(지리산 실상사 주지)이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이끈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경남을 순례했을 때 함께했던 이들이 뜻을 모았다. 생명평화탁발순례에 이어 생명평화 정신을 실현하고자 전라도 영광에 생명평화마을을 짓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마당을 준비하게 됐다.

탁발순례에 참여했던 도내 참가자 20여 명은 지난 2004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하며 '물처럼 생명평화학교'를 꾸려왔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15㎞ 순례를 해왔는데 창원에서 거제까지 도착했다. 또 명상과 일상 나눔을 하고 힌두교 경전에 이어 동학 공부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식으로 생명평화마을 조성을 도울까 고민을 하다 스무 명이 십만 원씩 모으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명이 1만 원씩, 2000명이 1000원씩 모으는 게 더 낫겠다 싶었어요. 많은 사람이 생명과 평화를 공유하면서 모금을 하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12팀이나 출연하는 공연이니 행사비도 필요하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한살림경남과 창원·마산 민족예술인총연합도 힘을 보탰다. "밥 먹는 데 필요한 건 숟가락이 아니라 식욕입니다. 마찬가지로 일 할 때는 시간과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의욕이 중요하죠."


그런 자세로 문화예술인들에게 노래·춤·연주 탁발을 했고, 공연 장소도 마련했다. 운암서원에서 흔쾌히 공연장소로 승낙을 했다. 유교에 뿌리를 둔 서원에서 현대식 공연을 하는 것도 이채롭다. "옛날 종교시설이면서 교육시설인 서원이라는 곳은 현대인에게 사리진 건물입니다. 그런데 운암서원에서 '사람들이 많이 와서 마루가 반질반질해야 더 발전한다'며 공연 장소로 내준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시민들은 무료로 이날 한마당에 참여해 공연을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별도 표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날 제공하는 차와 음식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서 모은 돈을 영광 생명평화마을에 기부할 계획입니다"라고 했다. 이날 노래, 춤, 연주 공연뿐만 아니라 생명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생명평화운동을 벌이는 도법스님, <야생초 편지> 저자인 황대권 생명평화결사위원장, 이병철 전 귀농운동본부장이 참석한다.
 
김 위원장은 24일 생명평화한마당에 많은 시민이 함께하길 바란다. "모두가 올 수 있는 자리입니다. 어렵게만 보이는 생명과 평화는 우리 자신의 삶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과 아이들이 부모를 보는 눈이 생명, 평화이기를 위해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이 생명이고 평화라는 것을 말하고 춤추고 노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