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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

그대 잘 가세요



그대 잘 가세요

어머니는 세상 떠난 아들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머리가 똑똑하고 손재주가 좋았다고.
학교 후배들이 집에 전화할 때 '천재행님, 천재오빠'를 찾았답니다.
어머니는 "우리 집은 천 씨 집이 아니라 공 씨 집이다"라고 했답니다.

12살 어린 딸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해맑은 얼굴에서 진식이 형이 보여서.
어린 딸 남겨놓고 힘들어했을 그가 떠올라서.

마흔 살 인생을 살다간 공진식 선배.
고인이 떠나는 날 햇살은 눈 부셨습니다.

장례식장을 나서 화장장 가다 들렀던 마산 내서 윤전공장.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식이 행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조카의 품에 안긴 그는
필름을 맞대고 자르고 작업했던 사무실과,
굉음 속에서 이리저리 바삐 왔다 갔다 했던 공장 안에서
한동안 머물렀습니다.

이일균 노조지부장은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미련두지 마시고, 걱정하지 마시고, 모든 것 다 잊고
탈탈 털고 가십시오."

10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은 오늘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앞선 시간과 함께 했던 사람은 더 힘들겠지요.
남은 사람의 몫입니다.

그대 잘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