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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아이들이 말하는 학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반대 이유


학생들은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논란에서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빠져있습니다.

어른들의 생각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억누르려고 하는 게 맞을까요. 휴대전화 사용금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볼까요. 아이들 입이 얼마나 야무진지.

지난 9일입니다. 
제3회 청소년의회교실이 열린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은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조례안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이날 결론은 이날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조례안은 부결, 학생 휴대전화 사용 자율화 건의안이 통과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상반되는 안건이 상정됐더군요.

학생의원들이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조례안에 대해 기립으로 표결을 하고 있습니다. / 사진 경남도의회



이번 모의의회에는 마산 봉덕초교와 의령 남산초교 6학년들이 참가했습니다. 강유라(봉덕초) 의원은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 조례안'에 대해 "교내 휴대전화 사용은 수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나 아닌 다른 학생들이 좋은 수업을 들을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제안설명했습니다. 조례안 주요내용은 교내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반입할 때는 임시보관소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특히 1번 어기면 경고, 2번 위반하면 일주일간 사용 접속 제한, 3번 위반하면 휴대전화를 한 달간 압수하는 처벌규정을 뒀습니다.
 
찬성의견도 있었지만 반대의견이 우세했습니다. 표결 결과, 49명 중 30명이 반대해 휴대전화 사용금지 조례안은 부결됐습니다. 이어 '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 사용 자율화에 대한 건의안'은 자연스럽게 통과됐습니다.

건의안을 제출한 학생의원들의 생각을 어른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시내(남산초) 의원은 자율화 이유에 대해 "첫째, 학교에서 급한 일이 있을 때 부모님께 편리하게 말할 수 있다. 둘째, 요즘은 휴대전화가 통화 기능만이 아니라 사전, 타이머 등 각종 편의기능이 있어 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납치유괴 등 강력범죄가 많은 데 위급한 일이 있을 때 구조요청을 할 수 있고 위치추적 서비스도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아이는 소수에 불과한데 모든 학생들에게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라며 "생활지도를 위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적절한 예방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제로 쪼으려고 하지말라는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로 들렸습니다.

박혜정(남산초) 의원도 "휴대전화 속 교통카드로 등하교를 하고 할인카드로 할인혜택도 받기도 한다. 발표 준비를 할 때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라며 "이런 시대에 '면학분위기를 저해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은 어쩌면 학생의 생활지도를 위한 편의주의적인 규제"라고 말했다. 똑똑하죠.

청소년의회 교실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이날 5분 자유발언에서도 어른들만 결정하지말고 학생들에게도 결정권을 달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종재(봉덕초) 의원은 "궁극적으로 급식을 먹는 사람은 어린이, 학생들인데 급식에 대한 의사결정은 소수 급식업체나 선생님, 부모님들에 의해 너무나 쉽게 이뤄지고 있다"라며 "앞으로 어린이가 주체가 되서 운영하는 급식간담회가 이뤄지거나 적어도 의견을 받을 수 있는 어떤 수단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휴대전화 금지 조례안 부결, 자율화 건의안 통과는 실제로 제정이 추진 중인 조례안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경남도교육위원회는 지난달 박종훈 교육위원이 발의한 '학교내 학생 휴대전화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거든요. 이 조례안은 15일부터 열리는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 상정될 계획이다. 조례안의 핵심은 "제4조(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제한) 각급학교장은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생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등교하지 않도록 지도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휴대전화 사용금지'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발상에 대하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