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며칠전 어느 대학가에서 점식 약속을 했습니다. 조금 빨리 도착한지라 교정을 둘러봤습니다. 방학이라 조용했습니다.
교문 근처 현수막 게시대와 게시판을 봤습니다. 황량하기 그지 없더군요. 게시판은 대자보 한 장 없이 비어 있었습니다. 고작 붙은 건 토익 수강생 모집, 악기렛슨 광고, 2학기 수강신청 모집 공고. 토익 수강생 모집 광고 문구가 텅빈 게시판을 꽉 채우더군요. '빡시게 토익 공부하자' .
게시판이 황량해 보입니다.
옆에 현수막 게시대를 봤습니다. 마찬가집니다. 온통 취업에 대한 것들입니다. 옮겨봅니다.
-채용박람회
-취엄캠프 참가자 모집
-취업면접 프리젠테이션 과정 수강생 모집
-2학기 원스톱 취업지도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취업면접 대비 창의력 개발 과정 수강생 모집
이런 저런 취업 준비를 위한 강의나 과정참가자 모집을 알리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수상 소식을 내건 현수막도 보이더군요. 공무원 시험 합격 축가 플래카드는 지금 대학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겠죠. 고등학교에서 어느 대학에 누가 합격했다고 내 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대학서열화 시대에 고교의 몰락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하면 심한 표현일까요. 학원에서나 나 붙음직 한 모습입니다.
-전국 대학생 역도 선수권 대회 우승
-전국 씨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경진대회 장려
-제1회 경남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최종 합격
-텍스타일 디자인 대전 수상
이쯤에서 학생회에서 내건 건 없을까. 그래도 나름 뭐가 있을텐데. 있더군요. 총학생회 명의로 붙은 플래카드가 보이더군요. 그러나 기대도 잠시. 이런 내용입니다. '국내 최대 좌석간격 최고급 시트 프리미엄 영화관 오픈. 학생증 할인'. 기능인양성소,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에서 학생회도 예전같지 않은 것 같군요.
주장과 소통의 장이었던 대자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서 대자보와 게시판을 이야기 하는 것이 퇴물적 사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취업이 최우선일수밖에 없는 대학, 대학의 현주소라고 생각하니 씁쓸합니다. 세상살이가 참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대학 졸업생 백수가 넘쳐나는 세상이니, 사회과학이니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목소리 보다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해도 안타깝습니다.
이제 새학기가 시작됐으니 대자보라도 한 장 붙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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