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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니다

늦더위에 '즐'하는 <하악하악>


늦더위가 한 몫하는 요즘입니다. 장마가 길었던 올 여름, 별로 덥지 않았던 여름이라 정리했다가는 큰 일 나겠습니다. 이외수 선생 글 처럼, 오늘 '하악하악'했습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괴롭습니다. 배부른 소린가. 선풍기 돌려놓고 책장을 펼쳤는 데 웃다, 심각했다 그렇게 쭈욱 읽었던 책입니다.
이 선생은 젊은 날의 아픔과 절망이 아직도 아리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선생은 온라인 세계에서도 유명하고 '즐'한다고 들었는데 악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악플 다는 이들을 '똥파리'라고 호되게 쏘아붙이네요. 악플 차단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 선생은 기이한 사람으로만 기억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제 기억에도 그게 먼저 생각나니 어쩝니까. 이 선생님 용서해주이소. 오래돼 기억이 잘 안납니다만 이 선생의 작품 중 읽었던 딱 두 권 소설 <들개>나 <벽오금학도>도 '보통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기이하면서도 신비주의적인 것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더위에 읽었던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하악하악>에서 건진 글들.

세상 살아가는 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자기 생각의 틀에 갇혀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사람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른 생각을 존중하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 살다 보면 이따금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자기는 언제나 '옳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한 사람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주 간략한 대화를 소개합니다.

(지성을 초월한 대화)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 인간.
조까, 명색이 새인데 날아서 쫓아가지 미쳤다고 걸어서 쫓아가냐 - 뱁새.

이어 인간이 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를 말합니다.

인간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진실을 못 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진실을 보고도 개인적 이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죄일 뿐이다.

진실을 알고 다른 생각을 아우를 줄 안다고 끝이 아니랍니다. 세상 살아가는 데 '낭만'이라는 가치를 던집니다. 아마 계산된 삶만 추구하지 마라는 것이겠죠. 

현재 당신의 낭만지수는 제로상태입니다. 낭만이 고갈되면 당연히 사랑도 고갈됩니다. 당신은 단지 걸어 다니는 신장 172cm, 체중 65kg짜리 사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쓸데없는 자존심은 남아 있군요.

공격만 하는 이들의 문제점도 빼놓지 않습니다. 내 생각만 내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나에게 자기 생각만 자꾸 강요하는 부류들도 견제합니다.

다목리 계곡에 사는 버들치들은 화천강에 잉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행여 다른 물에 다른 물고기가 산다 해도 버들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다에 고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계곡은 저 혼자 흘러 바다에 이를 뿐 버들치를 데리고 바다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러나 곰삭은 인간이 돼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표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물질, 그중에서도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돈도 암수가 있어서 교미를 시키고 새끼를 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까요. 인간을 사료로 삼지만 않는다면

그러면서 숙제를 하나 냅니다.

자기가 마음대로 돈을 그려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대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뭘하지.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제 맘대로 짜집기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외수 (해냄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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