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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아빠는 이명박 좋아해?"


며칠 전입니다. 아들이 저녁밥 먹다 말고 제게 물었습니다.

아들 : 아빠는 이명박 좋아해요?
(그 때마침 TV뉴스에 이명박 대통령 얼굴이 나왔습니다.)
아빠 : 아니.
아들 : 그러면 가야겠네.
아빠 : 어디로?
아들 : 촛불집회.

함께 밥을 먹던 아내와 장모님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아들은 이제 여섯 살입니다. 유치원생이죠. 아들은 지난해 한동안 촛불집회에 엄마, 아빠 손잡고 따라다녔던 걸 떠올렸을 겁니다. 기특하다는 생각도 잠시, 세상이 이러니 어린아이 입에서 저런 말도 나온다 싶어 서글펐습니다.

아비 어미 잘못 만나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대통령을 잘못 만난 게 먼저지요.

지난달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경남도민일보

아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저런 말 하지 않습니다. 요즘 애들이 너무 똑똑해서 섬뜩할 때도 있습니다만. 촛불집회 연사들이 하는 말을 저보다 더 잘 기억합니다. 지난해 촛불정국 때, 아들은 사람들이 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못 먹는 소고기 먹으라고 하잖아요."

용산참사 이후에는 촛불집회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바쁘다는 이런저런 핑계가 이유일 겁니다. 그런데 단박에 아들은 TV뉴스에서 대통령 비판하는 이야기를 듣고 촛불집회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골치 아픈 세상 아니겠습니까.

오늘 14일, 21일, 28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다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성토하는 촛불을 든다고 들었습니다.

용산참사는 'MB식 속도전'이 가져온 사건입니다. 속도전을 다그치는 주문은 결국 울음으로 돌아왔습니다(관련 글 -용산참사, 속도전 망치소리는 곡소리로), 연쇄살인 사건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작태가 드러났습니다(관련 글-mb는 강호순에게 고맙다해야 한다).

그런데 걱정입니다. 아들과 촛불집회 다녀오면 사람들이 대통령 욕하는 또 다른 이유를 알게 될 건데 말입니다. 너무 슬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