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단을 이끈 도법스님. 순례 첫해 여름날 스님은 강단져 보였습니다. “제대로 알면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생생합니다.
제대로 알면 깝죽댈수 없다 뜻의 말씀도. 여전히 숙제, 실천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식당에서 스님 공양하시는 시간을 빼앗아 가며 귀찮게 했는데도 맘에 박히는 말씀을 해주시던 모습을 다시 그려봅니다.
스님 사진은 '생명평화결사' 누리집(lifepeace.org) 사진첩에서 한 장 옮겼습니다.(2008년 10월 14일 서울 강남)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도법스님'
아픔 현장에 '평화의 씨' 한줌 한줌
2004년 07월 21일
"제대로 알면 행동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함부로 행동할 수도 없습니다."
파괴와 야만의 역사를 넘어 생명평화의 세상에 씨앗을 뿌리려고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이끄는 도법스님이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에게 던지는 질책이다. 순례단은 2004년 3월 1일 한국전쟁으로 민족대립의 상처가 골짜기마다 서린 지리산을 시작으로 4·3 대학살의 피로 물든 제주도,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거제를 거쳐 지난 19일부터 마산·창원·진해지역을 돌며 소통과 연대의 족적을 남기고 있다.
20일 경남도민일보를 찾은 도법스님에게 '21세기 절체절명의 화두는 생명'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물음은 '우문'이 되고 말았다. 불교사상과 정신이 바로 생명과 평화를 중요시하는 것이기에 새삼스런 깨달음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님은 "불교를 제대로 하고 수행자의 올바른 삶이 생명평화라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21세기 문제는 평화의 위기, 생명의 위기"라고 운을 뗀 스님은 "강자와 약자,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생명이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인데 경제는 성장했다지만 여유롭고 평화롭기보다는 더 초조해지고 황폐화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21세기는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범국민적으로 생명평화의 싹을 틔우고자 지역을 돌며 소통과 연대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생명평화의 문제는 한반도가 처한 문제도 직결된다.
스님은 "이라크전을 전후로 해서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는데 우리나라 의도대로 보호되고 가꾸어질 처지가 아닌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강대국에 짓밟히고 찢기는 상황이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포자기해서 대책도 없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한다.
2008년 3월 25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원불교 교인들과 함께 창녕군 남지읍 박진교 옆 낙동강 둑길을 걸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운명을 지키고 주인인 국민이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단다. 순례단이 뿌린 씨앗이 '한반도를 영원한 평화의 땅으로 만드는데 함께 할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맘이다. "남과 북의 만남과 협상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이 주인이 되어 생명평화가 온전하게 실현되게 하는 것"이라며 스님은 한반도 문제가 정치적으로 다뤄지는 것을 거부한다.
추상적인 국가체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평화라는 구체적인 삶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라크 파병으로 김선일 씨 피살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꼬집는다. "6·25전쟁으로 처절하게 전쟁의 아픔을 느꼈는데도 분노, 증오, 이익다툼이라는 전쟁조건을 바탕으로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을 걸고 파병을 결정했다"며 "이것은 생명평화라는 풍토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평화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좌·우도 만나야 한다는 스님은 우리 편이 아니면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해도 귀를 닫는 세태에 대해 "지성풍토가 빈약해서 굳어진 극단적 패거리 문제"라고 원인을 찾는다. 순례단의 발걸음으로 제주도는 종교계·시민단체·국회의원이 생명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에서 열린 '생명평화 민족화해 거제 위령제'에서는 피해자 가해자가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민족의 현대사에서 비극을 자기문제로 끌어안는 만남과 협력이 미래로 나아가는데 중요하다"는 스님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지인 마산 진전면 여양리에서 22일 위령제도 준비 중이다.
마산에 대한 느낌에 대해 "보도연맹으로 학살당한 사람에 대해 우리 민족, 지역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피해 유족과 몇몇 단체로 남아 있어 마산시민의 의식에 실망했다"며 "환경생태적 측면도 구태의연함에 의구심까지 들었다"고 쓴소리도 한다.
바로 자기를 비우고 나눔은 자기 것을 쌓아두지 않는 것인데 탁발을 통해 '주는 이'에게 '내주는 일·나눠주는 일·비우는 일'의 능력을 길러 생명평화세상을 재촉한다. 사람의 길보다 기계의 길만 있는 세상에서 몸으로 자연과 지역문화, 사람을 만나 자연스럽게 '광장' 문화를 만들어 가는 도법스님과 순례단의 걷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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