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김치 안 먹습니다. 다섯 살 난 제 아들놈도 김치 잘 안 먹습니다.
아들이 김치를 안 먹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고기가 더 맛있다. 두 번째는 맵다.
어린이집에 다니다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선생님이 없는 집에서는 여전히 김치는 손도 안 댔습니다.
편식한다고 아이들 나무라지만 부모들도 어릴 때 마찬가지 였을 겁니다. 저도 안 먹는 게 많았습니다. 느끼해서 고기는 싫어했고, 특히 돼지고기 비계는 죽어도 싫었습니다. 고기 먹을 때는 눈물을 찔끔찔끔 짤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뎅도 먹지 않았습니다. 국을 끓이면 무만 건져 먹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지금은 다 잘 먹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잘 모르겠는데 학교 다니면서 여럿이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입맛이 변한 것 같습니다.
제 아들도 변하고 있습니다. 먹기 싫어하던 얘가 김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전 사진입니다. 김해 한유치원 김장담그기.
유치원에서 얼마 전에 김장을 했답니다. 아이들이 절인 김치에 직접 양념을 버무리고 한 거죠. 안타깝게도 그날 제 아들은 속이 탈 나서 김치를 못 담갔답니다. 남들 하는 거 다 해봐야 하는데 그날 김치를 못 담근 게 후회스러웠던 모양입니다.
기회는 왔죠. 외할머니 김장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 겁니다. 자기가 김치 담가야 한다며. 지난 토요일이 그날이었습니다.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고무링으로 안 빠지게 묶어서 신나게 양념을 바르더군요. 김장하는 날 노란 배춧잎에 속을 싸먹는 게 제맛입니다.
그 모습을 보던 얘가 자기도 먹어보겠다고 하잖습니까. 그러더니 계속 먹더군요. 맵다면서도. 이렇게 김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김장철입니다. 아이들 온 버린다고 멀리 떼어놓지 말고 한 번 해보게 하세요. 좋아라 할 겁니다. 싫어하던 김치도 먹을 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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