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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인생 |뚱딴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46월입니다.

제가 여론팀에서 일명 ‘사람전문기자’를 시작했을 초기였습니다. ‘마산기네스’에 영화로 두 번이나 오른 이가 있다 해서 찾아갔었습니다.

초여름 날씨에 땀이 흘러내리던 때였을 겁니다.

그가 살던 마산 상남동 집에 들어갔을 때 느낌, 어렴풋합니다. 방마다 오래된 비디오테이프가 한가득했고, 쌓인 책도 엄청났습니다. 저도 잘 버리지 못하고 모아놓다 아내에게 욕을 듣곤 합니다만 대단했습니다.

그는 ‘수집광’이었습니다. 영화에 더 미쳐있더군요.


그가 바로 ‘이승기’.

마산MBC <! 활력천국>에서 활약이 대단하죠. 노래도 가수 뺨칩니다.


그런 그에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어제입니다. 그나 50년 넘게 모아온 영화 포스터, 비디오테이프, 영화 서적이 자료로서 재탄생한 날입니다. 마산종합운동장의 마산문화원에 ‘영화전시관’이 문을 열었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식지 않는 그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을까.

3년 전 그를 만났던 때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없이 쏟아내던 재미난 이야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 옛 영화포스터를 들어 보이며 감상에 젖던 모습들....

칠순을 2년 앞둔 그는 꿈을 이뤄갑니다. 그리고 또 꿈을 꿉니다.

존경하고 싶습니다.

3년 전 만났을 때 그는 단편영화를 꼭 한번 찍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자료가 제대로 빛을 보게 하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20051월에 <1950년대 추억의 영화>라는 책을 냈습니다.

처음 낸 책도 아닙니다. 95년에는 <스크린 야화>를 냈고, 99년 회갑 때는 고향 통영을 생각하면 쓴 수필집 <명정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연출을 한 건 아니지만 <외계인>이라는 단편 영화도 찍었습니다.


그런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꿈을 이야기했다더군요.

마산의 영화관 역사, 감독과 배우, 영화제작사 등을 정리한 ‘마산의 영화사’를 쓰겠다.”


참 아름다운 인생 아닙니까. 여러분.

2007.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