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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맞벌이의 비애2-"나는 종일반"


다섯 살 난 아들놈을 보면 참 안됐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들을 유치원 차에 태워주고 출근합니다. 아내는 저보다 먼저 출근하죠. 잠에서 덜 깬 이놈을 세수시켜, 아침 먹여 유치원에 보냅니다.

그렇게 종일 유치원에서 보내고 집으로 바로 오지도 못합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말입니다. 외가에서 있다 엄마, 아빠 중 일찍 오는 이와 그제 서야 집으로 갑니다. 맞벌이만 다람쥐 쳇바퀴가 아니라 애들도 그렇습니다. 참 안타깝죠.

맞벌이 부부는 싸움도 잦을 겁니다. 둘 다 약속이 겹치거나 업무가 늦게 끝나는 날이면 불꽃이 튀기도 합니다. '이런 게 사는 건지' 싶기도 합니다. 뭘 위해 사는지 헷갈려집니다.

아들놈이 한 번씩 하는 말은 더 안타깝게 합니다.
이놈이 다니는 유치원에는 나이별로 선재반(5세), 문수반(6세), 반야반(7세)으로 돼 있습니다.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라서 그렇습니다.

아들은 다섯 살이니 선재반입니다. 유치원에서 제일 막내들이 모인 반이죠.
아들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중우는 무슨 반이야?"
그러면 이놈은 선재반이라 하지 않고 "종일반!"이라고 합니다.
왜 종일반이냐고 물어보면 오전에만 선재반이랍니다.

유치원에서 점심 먹고 나면 모두 집에 가고 남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맞벌인 종일반 아이들입니다. 그놈들은 평소에는 가지 못하는 형들 반에 맘대로 들어가 노는 모양입니다.

참, 맘이 그렇습니다.

                                  아들이 그린 유치원 버스, 차이름이 '도토리'입니다.
2008/09/03 - [삐딱이] - 맞벌이의 비해1-효도방학, 맞벌이 잡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