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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

빨강바지 놀림받은 아들,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침에 아들을 학교 앞 건널목까지 데려다 주고 출근을 했습니다. 한참 차를 몰고 갔습니다. 10여 분 지났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빨강 바지 여자 거라고 놀려.”

“빨간색이라고 여자 거 아니야. 나는 빨간색 좋아한다고 하지.”

“애들이 놀려”

울먹이면서 말을 하는데 차를 세웠습니다. 아들이 아빠랑 대화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전화를 끊더군요.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냥 내비둬? 하루 넘겨보게’. ‘아니야, 초등학교 생활 이제 한 달 좀 지났는데 학교 가기 싫어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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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돌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을 했죠. 색깔에 대한 고정관념. 어른, 아이 할 것 없습니다만. 아이들이 빨강, 분홍 이런 거 여자들 색이라고 생각하게 한 원인을 뭘까. 임신했을 때 의사가 아들이냐, 딸이냐 질문에 파랑이나 분홍 중에 어떤 색 옷을 준비할지 알려주기도 하죠. 어른들 탓일까, 타고난 색감일까?

저는 빨간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옷도 빨간색 계통이 많습니다. 아들도 빨간색을 좋아하죠. 아들은 어제 청바지를 입고 갔는데 활동하기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아침에 제 엄마에게 다른 바지 달라고 해서 입고 간 게 빨강바지였습니다.

학교에서 생긴 ‘사태’의 전조는 있었습니다. 같은 동에 사는 1학년 친구랑 함께 등교를 하는데 그 친구가 아들 바지를 보고 ‘여자 거’라고 그랬거든요. ‘괜찮다’고 달래 보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이 같은 말을 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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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고동색 바지를 가지고 학교로 갔습니다. 제가 오늘 빨강 티셔츠를 입고 있었거든요. 점퍼를 벗어놓고 교실로 갔습니다. 교실 앞에서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아들 바지를 바꿔 입혔죠. 그러면서 다시 그랬습니다. “빨간색 좋아하잖아. 빨간색 옷이라고 여자들 옷이 아니야. 아빠도 빨강 티셔츠 입고 있잖아.” 고민해서 한 말이지만 놀림받은 아들 귀에 그런 말이 위안이 되겠습니까.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 이런 경험 한 번씩 다 있죠. 그럴 땐 어떻게 하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