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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없는 촌 잔치 |삐딱이

‘촌 잔치’에 문화가 있나


촌에서 열리는 잔치에 이 것이 우리 동네 문화라고 자랑할 만한 것이 있을까?


‘문화’에 대한 아는 것도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난 주 토요일 한 행사에서 공연을 보면서 였습니다.

한 주 내내 정리도 안되는, 못하는 이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하는 ‘잔치’는 소위 무슨, 무슨 축제를 뜻합니다.

지난 13일, 토요일 진해 중원로터리에서  ‘진해 가을 건강 및 음식 대축제’가 열렸습니다. 말이 음식대축제지 그냥 그런 행사였습니다. 오히려 그날을 모양새 있게 장식한 건 서늘한 가을밤을 뜨겁게 달군 kbs <콘서트 7080>였습니다. 완전히 주객이 바뀐 꼴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중원로터리에 잘 있던 분수대를 헐어버리고 잔디를 까는데 5억 원이 넘는 돈을 들인 것도 못 마땅하지만.


이날 녹화한 7080은 20일 토요일 밤 11시 40분에 kbs1에서 방영한답니다. 진해를 전국에 소개하는 것이지요.


7080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지방에서 했답니다. 또한 146회 행사 중 처음으로 실내가 아닌 밖에서 한 공연이랍니다. 행사장 무대 골조만 설치하는 데도 1억 원이 들었답니다. 나온 가수들도 ‘빵빵’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담판도 있었답니다. kbs는 못한다고 했었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야외에서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지방에서 한 적도 없으니.

7080은 ‘열린음악회’도 아니고. 그러니 청중 동원도 걱정이었을 것입니다. 7080세대라는 특정 연령 대를 소비자로 한 상품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날 행사 청중은 그냥 남녀노소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7080세대 가수가 아닌 김종환도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짐작컨대 주부들을 위한 서비스였을 겁니다. 아마 20일 방영 때는 편집돼서 김종환이 이날 행사에 아예 없었던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작진은 모험을 한 셈입니다. 자기들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지 않은 행사를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재미는 있었습니다. 촌에서 보기 힘든 가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니. 파마머리 홍서범, 아직도 팔팔한 박남정, 시월의 마지막 밤의 이용.....

누구보다도 너털웃음의 배철수를 본 것도 좋았습니다.


그날 행사는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

동네마다, 1년 내내, 무슨 무슨 이름을 단 축제가 줄을 잇습니다. 판박이 같은 잔치, 색깔도 없는 축제가, 이 동네 하는 행사를 저 동네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꼴입니다.


요즘 들어 유행하는 것이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것이지요. 열린음악회 같은 대형 상품에서부터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노래자랑 프로그램 등등. 여기서 돈 많은 자치단체는 열린음악회를 유치할 것이고, 돈 없는 동네는 tv유랑극단 같은 노래자랑 상품을 유치하면 다행입니다. 흥행이나 전시효과에서는 이 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역 문화는 커녕, 지역 축제도 자본에 좌지우지될 뿐입니다.


의령군이 몇 해 전 의병제전을 하면서 불꽃축제를 기획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불꽃을 수 백발 쏘아 올리면 사람들이 보러오지 않겠냐는 의도였습니다. 폭죽 사는 데 모금도 했었었습니다. 그해 의령천에서 불꽃을 한 30분 동안 쏘아 올렸을 겁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습니다.


방송사가 만들어놓은 정형화된 틀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무대만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지역 축제와 그 행사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습니다. 그냥 시민들을 많이 끌어 모을 수 있는, 구경거리일 뿐입니다.

그래서 주객이 바뀌었다는 느낌입니다. 아마 전체 축제 예산에서 그 행사 하나에 들어간 돈이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보고 즐겼으면 됐지라고 하기에는 허전합니다.

배철수가 마지막에 그래도 진해에서 한 행사라고 김달진 시인의 시 한편을 읊긴 하더군요.


2007.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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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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