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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

아동성폭력 어머니 자전거 순찰대 떴다


딸을 둔 부모들은 험악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몸서리를 친다. 끔찍한 일이 자꾸 생기니 '어디 세상이 겁나서 딸 낳겠나'라는 말을 할 정도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나섰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거리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아동성폭력 지킴이 자전거 순찰대다.


자전거 순찰대 깃발을 단 상남동주민자치센터 노란 자전거들은 매주 화·목·금요일 오후 2시부터 하교 시간에 맞춰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상남·웅남·동산초등학교와 상남·웅남중학교, 인근 공원을 돌고 나면 2시간이 훌쩍 지난다.


서정윤 부대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끄는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자전거 순찰대.


자전거 순찰대 서정윤(여·54) 부대장, 그는 지난달 15일 발족하고서 줄곧 순찰대를 이끌고 있다. 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마산지역에서 20여 년 동안 학교생활상담교사를 했던 경험도 도움이 된단다. 아이들 심리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남동주민자치위원회 정해룡 위원장과 남기철 간사가 제안을 하면서 자전거 순찰대가 생겼어요. 환경 문제도 좋지만 자전거 교실을 마친 사람들과 뭔가 해보자고 뭉쳤죠."


상남동주민자치센터에는 지난해 4월부터 자전거 무료교실이 열렸는데 교육을 마친 사람들의 후속 모임이 바로 자전거 순찰대다. 자전거 교실 수료자 중 뜻이 맞는 20여 명이 3조로 나눠 매주 하루씩 자전거 순찰을 나선 것이다.


그는 꾸준히 순찰 활동을 하면 효과가 커질 거라 확신했다. 예방 효과다. "아이들이 누군가 지켜준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마음이 놓이겠어요. 시민도 마찬가지고. 밤에 경찰 순찰차가 다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잖아요. 우리 자전거 순찰대도 그렇다고 봐요."


서정윤 부대장은 자전거교실 강사도 맡고 있다. 그의 지도를 받은 사람만 100여 명. 아예 자전거를 타지 못하던 이들을 도와 왔다. 3개월 과정으로 기초부터 시작해 완벽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만든다. 안전교육은 필수다.


그는 운이 좋았다. 합천이 고향인데 양조장 딸로 태어나 어릴 때 오빠에게서 자전거를 배웠고, 전용 자전거도 있었단다. "그때만 해도 어른들이 여자들은 자전거 타면 시집 못 간다고 했어요."


상남동 자전거 교실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그런 어른들 탓에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지금까지 수강생 중에서는 63세 할머니도 있었단다. 자전거도시 창원시내에 공영자전거 '누비자'가 많지만 자전거 못 타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상남동자전거타기실천협의회 총무 일도 하는 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종일 자전거를 탄다. 회원들과 주남저수지, 귀산동, 마산음악관까지 달리고 와서 오후 4시부터는 2시간 동안 자전거 교실 수강생들을 가르친다.


"자전거 타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건강에 아주 좋아요. 머리가 맑아지고 보약이 뭔지 모르고 살 정돕니다." 자전거 예찬론자다. 교직에 있는 남편 자랑도 했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건 다 남편 '외조' 덕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재밌게 산다고 했다. "제 기능을 남에게 전수할 수 있다는 게 아주 좋아요. 스스로 업그레이드 되는 그런 기분, 많은 사람도 만나고 인생에 이런 즐거움이 있구나 생각하면 너무 재미납니다."


이끄는 사람이 재미가 난다니 상남동 자전거 교실과 순찰대는 계속 살이 붙을 것 같다. 그는 자전거 교실에 참여하는 노인들에게 애착이 많아 간다고 했다.


"60대 할머니들도 배울 수 있다는 도전의 기회입니다. 3개월만 배우면 자전거 탈 수 있어요. 도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