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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

독서왕 현희가 제빵왕되고 싶은 이유


독서왕 진해 제황산초등학교 김현희 양


늦더위가 기승이지만 가을 문턱이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책을 꾸준히 읽기란 쉽지 않다고 하면 변명일까.

독서 삼매경에 빠진 친구를 만났다. 창원시 진해구 제황초등학교에 다니는 김현희(5학년) 양. 현희는 진해중앙도서관이 뽑은 초등학생 고학년부문 '7월 독서왕'이다. 진해중앙도서관 독서통장을 만든 어린이는 4000여 명, 하루에 평균 500권을 빌려가는 데 그중에서 으뜸이다.


독서왕은 진해중앙도서관이 매달 책을 가장 많이 빌려본 어린이인데 현희는 지난 한 달 동안 36권을 빌려 봤다. 도서관에서 읽은 책도 있으니 하루에 평균 1~2권은 본 셈이다. "도서관은 시원하고 책도 볼 수 있으니까 일거양득이잖아요."


하루에 1~2권씩 보는 책벌레

독서왕에 선정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독서저축통장에는 현희가 지금까지 본 책 이름이 다 적혀 있다. 200권까지 기록된 독서저축통장이 벌써 세 개째다. 현희 독서 삼매경은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했던 영향이 컸다. 사촌 언니와 오빠들이 보던 책을 많이 물려받았단다.


집에 있는 책만 보던 현희가 새로운 책 세상을 만난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학교 도서관을 알게 된 게 첫 번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차 타고 지나가다 진해 중원로터리에 있던 진해중앙도서관(현재 육대 사거리 인근으로 이전)을 우연히 만났다. "도서관 역사가 오래돼서 '더 많은 책이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매일 도서관을 찾았다. 지금은 학년이 높아져서 공부하고, 방학숙제 하느라 일주일에 2~3번 도서관에 간다. 대신 한번 도서관에 가면 두세 시간은 기본, 집에 갈 땐 책을 빌린다. 현희는 더 넓은 책 세상을 기다린다. 어린이실이 아니라 더 많이 책이 있는 자료열람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중학생이 돼야 들여 보내준다고 했다.


편식하지 않는 독서법
현희의 독서법는 편식이 아니다. 문학, 과학에서부터 예술, 철학까지 두루 섭렵한다. 친구들에게 책 보기 습관을 들이는 조언을 부탁했다. "두꺼운 책은 지루할 수 있으니까 얇은 책부터 먼저 보면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어요. 또 권장도서나 자기 취미에 대한 책을 찾아서 보는 것도 방법이예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었으니 재밌는 책을 잡으면 한 번에 독파한다. "진득하니 의자에 앉아서 책 보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 태권도 학원 다닌 건 빼면 학원을 별도로 다니지 않는단다. 집에서 요점정리, 문제풀이하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몰랐던 세상,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사회과학, 수학 쪽에 도움이 많이 돼요."


성장기 담은 <청소부 밥> 감동
추천하고 싶은 책 소개를 부탁했다. 현희가 가장 감동 받았던 책은 <청소부 밥> 어린이판이다. 공부는 잘하지만 이기적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크리스가 청소부 밥 할아버지를 만나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밥 할아버지가 매주 수요일마다 명언을 하나씩 이야기해줘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해준 이야기를 듣고 크리스가 변화해가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친구들과 다투더라도 그냥 넘어가지 마라'는 명언이 기억에 남아요."


현희가 책도 많이 읽고 도서관을 자주 찾으니 동생 재현(1학년)이도 누나를 닮았다. 재현이는 여섯 살 때부터 누나를 따라 도서관에 다녔다. 현희는 동생이 제목이 재밌는 책을 잘 본다고 귀띔했다.


연예인보다 제빵사가 되고 싶어
현희는 빵이나 요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봤는데 빵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 오븐이 있는 마산 이모 댁에 가면 빵 만들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동생 재현이 꿈은 해군이다. 배도 타고 싶고 해군인 아빠가 너무 멋있단다.


현희는 글쓰기도 좋아한다. 독후감도 즐겨 쓰고, 읽은 책의 다음 이야기를 이어보기도 한단다. 1학년 때부터 독서록을 써왔는데 조만간 블로그를 만들 계획이다. 비밀인데 특별히 알려준단다.

이름은 '현희의 책 놀이터'. 독서 왕 현희의 블로그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