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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3년째 조선공장 반대하며 싸우는 박석곤 씨



조용했던 바닷가 마을이 3년째 시끄럽다. 오목하게 쏙 들어온 바다를 매운 곳에 조선기자재 공장을 만들면서부터다.

반대주민들이 농성도 하고 시위도 했지만 조선공장이 들어서는 행정절차는 진행 중이다. 주민은 찬성과 반대로 갈려졌다. 잘살아보자는 뜻은 같지만 살뜰했던 이웃들은 찢어졌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 이야기다. 창원시가 민관협의회를 꾸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니 묵은 민원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주민 내부 찬반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지나온 과정을 설명하는 박석곤 위원장

조선기자재공장 반대 주민들이 창원시를 믿고 시청 앞 1인 시위를 접던 날, 수정마을STX 주민대책위원회 박석곤(57) 위원장을 만났다.


12대째 살아온 수정마을 토박이다. 수정마을은 밀양 박씨와 전주 이씨가 많이 사는 집성촌. 아제, 아지매라 하면 통하는 곳이다.
반농반어 못 먹고 살던 빈촌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냉동보관과 운반환경이 안 돼 수산물 소득이 없었지만 세월이 지난 어업소득이 늘면서 살기 좋아졌다.

조개 캐서 먹고살던 갯벌 매립이 지난 1990년부터 추진됐다. 지난 2007년 가을, 마을주민들은 바빠졌다. 주택지였던 매립지가 산업단지로 변경이 추진되고 STX에서 선박블록 공사를 하면서다.


"아파트 말고 공장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었지예. 소음·진동이 심해서 공장 짓는 줄 았었더만 선박블록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마을주민들은 조선공장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려고 STX조선 본사가 있는 진해 죽곡마을, 거제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인근 마을, 고성·통영도 돌아봤다. "조선공장이 들어오면 생존권이 파괴되지 않고 공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던 일을 전폐하고 대책위 활동을 해왔던 박 위원장은 "이렇게 길어질지 알았나"라고 했다. 처음엔 안 맡으려고 했단다. 행정과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네 어른들을 보면서 마다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면서 마을주민들은 찬반으로 갈라섰다. 그의 표현대로 '원수같이' 등을 돌렸다. STX조선 공장 찬성 주민들 모임인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 박만도 상임위원장도 박 위원장과 오랜 친구다. "그렇게 만든 게 마산시장과 STX라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습니까. 반대하면 피해를 본다는 깊은 각인을 시켰습니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선거인명부 논란에다 절반도 투표를 하지 않고, 찬성도 절반에 못 미쳐 정당성을 잃었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위로금 1000만 원으로 조선소 유치 동의서를 받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주민들은 STX본사가 있는 서울까지 찾아가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간다'는 확답도 받았다. 그러나 산업단지 개발과 조선소 조성은 계속됐다.


지난 1년 동안 마산시청(현 마산합포구청) 앞에서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하던 할매들. 새벽에 홍합 까서 하루 벌이해놓고 나온 이들이다. 마산시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반대주민들은 5일부터 창원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행정에 대한 불신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창원시가 반대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민관협의회 구성을 받아들이면서 7일 정오부터 1인 시위를 중단했다.


26개 항 약속 중에서 이주보상, 영세민 이주 생계비 지원, 수녀원 이전이 제대로 되면 해결된다고 했다. "잘못된 것 억지로 하지 말고 공존하기를 바랍니다." 통합 창원시는 이전과 다를 거라는 기대도가 크다.


시민에게도 호소했다. "우리는 보상받기 위한 집단이 아닙니다. 마을 생존권과 공생할 수 있는 공해 없는 공장이면 보상도 필요 없습니다. 시 발전에 도움되면 양보합니다."


박 위원장도 이제 이 싸움이 정리가 되길 바란다. 노인들까지 나서 추운 시멘트 바닥에, 더운 여름 뙤약볕에 해온 고생을 끝내고 싶은 게다. 수정마을 주민들은 '공생'과 '공존'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