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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

해남 대흥사 가면 사랑을 비는 초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원 비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고 하니 뭣하지만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특히 전국 어느 절을 가든 기복신앙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처 앞에서 절하는 것부터 그렇습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만 유독 비는 것을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건강과 운명을 비롯해 식구의 것까지 비는 것은 유별날 겁니다. 수능 시험 앞두고 언론에 꼭 나오는 게 절에서 불공드리는 엄마들입니다.

전라도 4박 5일 여행 동안 그런 흔적이 눈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돌에  소원담기, 돌 쌓기. 절간에도 절에 올라가는 길목에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자칫 자기 복 쌓으려다 남의 복까지 무너뜨리기도 하지요. 조심해야 합니다. 더 높이 쌓으면 복이 이뤄질 것 같은. 이런 돌탑 쌓기는 공동체, 함께 복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내복만 복이 아니라, 함께 복을 만들어가자는 뭐 그런 게 느껴지지 않나요.

부안 내소사 사찰 내 돌담위 돌탑.

해남 대흥사 들어가는 길가에 소원을 담은 돌들.


땅끝 해남에 있는 두륜산 대흥사에 가면 연리목이 있습니다. 두 큰 나무 뿌리가 엉겨있는 데 그 아래 초를 밝힐 수 있는 새집 같은 둥지가 보입니다. 물론 발원초는 사야 합니다. 영원한 사랑을 비는 거죠. 소원은 시험합격, 건강 등 비는 사람 마음입니다.

대흥사에 있는 연리근, 그 앞에 사랑을 비는 초를 넣을 수 있는 둥지가 보입니다. 왼쪽 아래에는 소원 쪽지들.


절 연못에 동전도 자주 본 광경입니다. 이런 건 서양에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기복뿐만 아니라 재미도 어우러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와불사' 이런 것 많이 보셨죠. 기왓장에 누구누구 적고 소원 등을 적습니다. 그리고 법당 천장에 등을 달거나 불상을 보시려면 좀 더 돈이 들겁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장면도 있습니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절집을 금칠하면 복이 더 이뤄질 확률이 높아질까요. 여수에 가면 향일암을 가봐야 한다고 해서 찾았다가 그런 장면을 만났습니다. 말그대로 해를 바라보는 법당이 온통 금칠입니다. 해뜰 때 번뜩거릴 모습을 상상하니. 법종도 금칠하다더군요.

개금불사, 번뜩거리는 금법당.


며칠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가기 부담스러운 곳이 절이었습니다. 좀 유명한 산이다, 절이다 하면 모두 입장료를 받습니다. 들어가는 문턱에서 부터 거부감이 생기지요. 한 두군데야 돈 내고 갑니다만 가는 곳마다 돈을 다 내려니 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대흥사 연리근 발원초가 1만 원이었습니다. 영원을 사랑을 비는 데 그렇게 큰 돈도 아니죠. 머지 않아 이런 절 소원 상품도 나오지 않을까요. 입장료 얼마에 소원을 비는 복비를 포함한, 본인 소원은 얼마, 추가 1인 당 얼마씩, 건강은 얼마, 취업이나 승진, 시험합격은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