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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방

"아빠, 전쟁 나면 다 죽어?" 최전방 철원으로 다녀온 '안보휴가' 올여름 휴가를 위쪽 동네에서 보냈다. 후배가 사는 강원도 철원을 둘러봤다. 전쟁 상흔이 그대로 남은 노동당사, 달리지 못하고 철마가 폭삭 주저앉은 월정리역, 남과 북이 각각 만들어 완성했다는 승일교…. 이름하여 '안보휴가'.돌아오는 길에 포천에도 들렀다. 20여 년 전 군 복무를 했던 곳이라 지나칠 수 없었다. 시간 여행 같은 느낌은 사람을 들뜨게 했다. 낯익은 지명이 붙은 이정표와 풍경이 보일 때 쏟아낸 나도 모를 감탄사에 아들은 "아빠 그만 좀 해"라고 할 정도였다.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흔적만 남은 부대 앞에서 감흥 없는 아들을 붙잡고 기념촬영도 했다. 윗동네로 휴가를 갔던 그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폭염만큼이나 온 나라가 뜨거울 때였다. 한반.. 더보기
"아빤 골룸 닮았어~" 하루는 아들이 말했다. "아빠하고 골룸하고 비슷한 게 뭔줄 알아?" 생각을 했다. 뭐 골룸이랑? 생긴 게 닮았나? 삐쩍 말랐나? 아닌데... "모르겠는데, 뭔데?" 아들이 하는 말은 이랬다. "가끔 혼자서 말하잖아" 음... 말을 못했다. 웃고 말았다. 사실 그랬다. 그렇다. 나는 가끔 혼자 말할 때가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보면 좀 보기 그렇겠다. 나도 모르게 혼자서 중얼거릴 때가 있다.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내 모습을 가족은 좋아하지 않는다. 같이 있으면서 혼자서 중얼거리니. 그건 혼자서 딴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이니. 고쳐야지 하면서도 그렇다.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그래", "그렇제?" 이런 말을 중얼거린다. 속으로 생각하다 나에게 답을 하는, 나와 내가 대화를 하는 것처럼... 더보기
대화-엄마는 왜 아빠를 '선배'라고 해? 아들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여보라고 해야지." 며칠전 아내가 저와 통화하는 걸 아들이 옆에서 들었던 모양입니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아들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엄마는 왜 선배라고 해. 여보라고 해야지." 아내는 "왜? 엄마가 아빠한테 여보라고 할까?", 아들은 "여보!?, 이상하다 ㅋㅋ." 아들은 일곱살입니다. 이놈이 재잘거리던 서너살 때는 저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물론 아빠가 제일 먼저죠. 장난스럽게 부를 때 아빠라고 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부르는 '선배',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부르는 '표서방', 처형이 부르는 '제부'... 저는 아내를 부를 때 이름을 부릅니다. 성을 붙여 부를 때도 있습니다. 아내는 저를 '선배'라고 합니다. 결혼 전에, 아들이 태어나기 전.. 더보기
대화-닭살이 닮았어요 세 식구가 둘러앉아 아침을 먹던 어느 날. 맞은 편에 일곱 살 아들 밥 먹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이들 얼굴이 수시로 바뀐다고 했지요. 여태 잘 몰랐던 보조개가 보이더군요. 보조개 생김새가 아내와 같았습니다.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눈도, 코도 엄마 닮았고 보조개도 엄마 닮았네." 아내는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 아들인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내하고는 뭐가 닮았을까. 발가락이 닮았나?"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아빠랑 피부가 닮았잖아." '닭살'이 닮았다는 겁니다. 제 콤플렉스 중 하나가 피부거든요. 아내가 한마디 했죠. 닮지 말아야 하는 건 닮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닮지 말아야 할 건 닮지 말길. 그런데 '피'라는 게 그렇잖습니까. 아이에게서 자기가 보일 때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