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 세력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여론을 두고 한 말이다.
누가 불순세력이고 가려내야 한다는 말인가.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지난 10여 일 동안 언론보도와 정치권의 발언들을 보면 불순세력은 성주군민이 아닌 '외부세력', 특히 '종북좌빨(종북+좌파+빨갱이)'이다.
7월 24일 밤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린 제12차 사드배치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성주군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경남도민일보 임종금 기자
외부세력론과 종북좌빨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성주를 방문해 사드 배치 설명을 하려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때부터다. 계란과 물병이 날아들고 총리가 탄 차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었다. 성난 주민들이 돌출행동을 할 수 있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보수언론은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좌파·반미 운동단체 등 외부세력이 개입했다고 단정했고, 정치권이 외부세력론을 뱉어 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직업적 전문 시위꾼들의 폭력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확인 안 된 보도를 정치권이 받아 말하고 다시 언론은 스피커 노릇을 하며, 외부세력론과 종북좌빨론을 확대재생산했다.
권력이 반대 목소리 고립시키려는 딱지
경찰청장은 외부세력을 '성주에 주민등록을 두지 않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객지 나간 자식도 외부세력이라니.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이에게 네 문제 내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정권이 나서서 분열과 색칠로 반대 목소리를 고립시키려는 수작이다.
사실 이런 논리는 갈등 현안을 놓고 권력이 때마다 써왔던 낡은 대처방식이다. '발표→주민반발→물리적 충돌→갈등격화→외부세력·종북몰이'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분단국가에서 '종북좌빨' 색깔론 약발은 세다.
우리 지역에서는 밀양 초고압 송전탑 사태에서 권력의 대응이 그랬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 765㎸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도우러 오는 연대자들을 외부세력이라고 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엄용수 전 밀양시장도 나서서 외부세력은 빠지라고 했다. 그러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정부, 한전, 경찰, 언론이 외부세력이라며 고립을 거부했었다.
안보·평화에 '사드'필요한지 논쟁해야
성주주민들도 정부와 국방부, 경찰, 언론이 외부세력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국익'을 앞세워 국책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듯이 사드 배치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성주주민들은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고립되지는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성주를 지키는 투쟁이 아니다. 지켜내지 못하면 반도 남쪽은 끝난다"고 말한다. 평화운동으로 본질을 파고든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안보를 말하지만 정권의 주장일 뿐이다. 사드 배치 반대자들은 평화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논쟁'이 아니라 더 검증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대통령은 25일부터 여름휴가라고 한다. 닷새 동안 휴가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굴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바꿔 폭염 만큼이나 들끓는 민심을 헤아렸으면. 너무 큰 기대일까. 불순한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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