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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조중동방송 광고직거래 밀어주는 한나라당 본심은



미디어렙? 참 어려운 말입니다. 어렵지만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8월 23일부터 8월말까지 말까지 총파업 투쟁을 벌였습니다.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직거래 저지’를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3일 하루 윤전기를 세우고 총파업 대열에 함께 했습니다. 노사가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언론노동자들의 미디어렙 제정 투쟁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미디어렙이 무엇이기에 언론노동자들이 파업까지 할까? 미디어렙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는 실제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8월 23일 서울 국회 근처에서 열린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직거래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출정식.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언론노동자들은 2008년, 2009년 언론악법 저지 투쟁을 벌였습니다. 언론악법의 핵심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입니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독과점하려는 ‘나쁜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 선진화’,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이라는 거창한 포장으로 나쁜 의도를 숨기려 했습니다. 2009년 7월 22일 대리투표, 재투표 코미디를 하며 불법적으로 언론악법을 날치기했습니다.

이로써 조중동이 방송사를 차릴 수 있게 발판이 만들어 졌습니다. 예상대로 정부는 2010년 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를 뉴스·드라마·오락·스포츠 등 모든 분야를 편성·제작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괴물방송 탄생이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는 KBS 관영화에 이어 MBC 장악으로 진행 중입니다.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로 MBC의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무력화됐습니다. 지역민들의 반대에도 진주MBC와 창원MBC 통합을 밀어붙인 작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 출범한 MBC경남은 대량징계라는 첫 선물을 지역민들에게 안겨주며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언론노조는 일련의 과정을 전체 언론을 구조조정해서 보수여론으로 장악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작’이라고 봅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정권연장을 노리는 ‘꼼수’ 라는 것입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조중동에게 방송을 차려준 데 더해 온갖 특혜를 주려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렙법 제정을 미루면서 조중동 방송이 광고직접 영업을 할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습니다. 또한, 조중동 방송에 황금채널 배정, 전문의약품·의료기관 광고 허용 등 선물꾸러미를 준비 중입니다.

8월 24일 한나라당 경남도당 앞에서 경남지역 7개 신문 방송사 소속 언론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미디어렙법 제정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오마이뉴스

언론장악과 미디어렙 상관관계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미디어렙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렙’이라고 하면 음식물을 싸는 비닐제품 ‘랩’이 떠오를 겁니다. 음식물을 냉장고에 넣거나 보관할 때 랩을 이용하시죠. ‘미디어렙’은 음식물 포장지와는 다르지만 비슷하게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언론이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미디어렙’이라고 한다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미디어렙은 언론의 변질과 부패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은 ‘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를 말합니다. TV나 라디오같은 방송에 나오는 광고를 방송사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대행회사를 거치는데 현재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8년 코바코의 방송광고 판매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는데 미디어렙법이 새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조중동 방송은 광고직접영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올 연말 개국을 앞둔 종편 사업자들은 10월에 프로그램 설명회를 열고 광고영업을 시작할 태세입니다.

조중동 방송의 광고직접거래는 언론의 공공성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광고판매대행회사는 방송이 광고주·자본과 결탁·유착하는 것을 차단하는 거름망입니다. 이 거름망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광고주의 입맛대로 방송 프로그램이 좌지우지되지 않겠습니까.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언론이 ‘광고주의, 광고주를 위한, 광고주에 의한’ 언론으로 변질된다고 요약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미디어렙법을 ‘광고직거래금지법’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언론공공성 · 여론다양성 훼손

조중동이 어떤 신문입니까. 일제와 독재정권을 찬양했으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신문, 자본의 논리와 왜곡·편향된 보도로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흐려 온 신문입니다. 조중동이 아침에는 신문으로, 종일 방송으로 권력과 자본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틀어댄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입니다. 머지않은 일입니다.

조중동은 전체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독과점 신문입니다. 자전거, 상품권으로 독자를 매수해 세를 불려온 조중동입니다. 이런 조중동이 이제 방송사를 차려서 아무런 규제 없이 광고직접영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전체 언론은 무한경쟁시장에 내몰릴 것입니다. 광고시장은 한정돼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 내수기업과 경공업 매출 비중 감소세로 광고선전비 비중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광고시장 쟁탈전에서 방송은 선정적인 시청률 경쟁을 벌일 것입니다. 이는 전체 언론으로 확대될 것이 뻔합니다.


조중동 특혜는 지역언론 말살

특히, 전체 언론지형에서 여론 다양성은 훼손 될 수밖에 없습니다. 코바코는 종편사업자가 시청률 1%를 달성한 낙관적인 가정을 하면 1개 사당 최대 1200억 원 광고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했습니다.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종편의 매출이 어디에서 나오겠습니까. 지역언론이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입니다. 지역방송이 망하기 전에 지역신문이 먼저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지역언론의 몰락은 생존의 문제를 넘어 여론 다양성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지역 언론 문 닫는 게 큰 일이냐구요? 평소 보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말이죠. 물론 제대로 된 보도를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지역 언론이 죽는다는 것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 문 닫는 것과는 다릅니다. 언론은 공익을 추구하기에 ‘공공재’라고 합니다.

밥그릇 투쟁이 아니냐구요? 생존권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나’ 잘 살자고만 하는 투쟁이 아닙니다. 언론공공성 사수를 위한 투쟁은 모두가 누려야 할 언론소비주권을 지키는 투쟁입니다.

지역언론이 사라지는 것은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할 통로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서울공화국에서 지역의제는 설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이는 곧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후퇴입니다. 따라서 조중동 방송이 광고직업영업을 하도록 하는 것은 지역말살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종편이 신생매체니 광고직접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회에서 미디어렙 제정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에게는 언론의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 지역 언론의 중요성은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종편을 미디어렙에 의무위탁 위헌여부를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자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종편이 직접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논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였겠죠. 그러나 대형 법무법인 3곳 모두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을 위해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이 위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조중동 방송이 광고직접영업을 못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중동 방송도 지상파처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조중동에 각종 특혜를 주면서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하기에 언론노동자들은 언론 공공성 회복,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언론장악을 저지하는 것은 역사적 책무이자 우리 스스로 자존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지를 부탁합니다. 미디어렙으로 조중동방송을 꽁꽁 묶어 냉장고에 넣어 얼려버릴 수 있도록.


※ (사)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에서 펴내는 <연대와 소통> 10월호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