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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

지역구 관리, 하루 5~6끼는 먹어야


"새벽부터 밤까지 정신이 없이 다닌다."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면 다 그럴 것이다.

도의원들도 바쁘다.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반비례로 하루 활동시간은 길어진다. 내년에 다시 정치생명도 이어가야 하고 비례대표들은 지역구에서 생사를 걸어야 한다. 특히 시장·군수로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이들은 더 그렇다.

한해 도정을 평가하는 행정사무감사 현장.


군수선거를 준비하는 한 의원의 하루 일과를 들어봤다.
새벽 5시 체육공원에 간다. 아침 운동하는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다. 미래 표를 다지는 셈이다. 요즘 나락 수매 철이라 7시쯤에 수매현장을 찾아 쌀값 폭락에 시름이 깊은 농민들을 만난다.

낙동상 살리기냐, 죽이기냐. 낙동강 현장도 둘러보고.



그러고 나서 직장인 같은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의회가 열리는 날이면 창원 도의회로, 없는 날엔 지역 행사나 민원 현장을 찾아다닌다. 시간이 남아돌지 않는다.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갈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하루에 2~3개 각종 모임은 기본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집에 들어오면 보통 밤 11시.

체력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댕기는 게 체력 다지는 일"이라고 했다. 어떤 이는 하루 행사를 찾아다니다 보면 몇 끼를 먹는지 모른다고 했다. 밥 인심에 '먹었다'고 마다했다가는 찍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도 먹는 시늉, 깨끗하게 한 그릇 비워야 인심에 보답하는 일이다.

농축산, 어민들 죽겠다는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이렇게 시장·군수를 준비하는 경남 도의원들 지역구와 의원 수를 보면 마산, 창원, 진주, 진해, 통영, 사천, 김해, 밀양, 양산, 의령, 창녕, 거창, 합천 등 13개 시·군에 16~17명 정도다. 꼭 출마하겠다는 적극적인 이도 있고, 출마 여부를 물어보면 '공천이 관건'이라고 대답을 늘어뜨리지만 '아니다'고 부정하지는 않는다.

현 단체장이 3선 연임으로 무주공산이 되는 마산과 사천지역 의원은 더 마음이 단다. 아직 1~2번 더 할 수 있는 나머지 지역 현 단체장에게는 이들 의원이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3선인 이태일 의장도 마산시장 예비후보군이다. 이 의장은 "마창진 통합 문제가 변수"라며 "결심이 서면 밝히겠다"고 한다. 마산·창원·진해 의원들에게는 3개 시 통합문제가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공천이나 통합문제를 떠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 판단에 의정활동에 불이 붙기도 한다. 의원(위원회 포함) 발의 조례 등 의원발의 건만 지난해 62건에 이어 올해 10월까지 71건에 달한다. 2006년 5·31 지방선거 후 2006년, 2007년에는 각 33건, 34건에 불과했었는데 2배나 는 셈이다.

지난 23일부터 사흘 동안 도의회 도정질문이 진행됐다. 지난해까지 상·하반기 한 번씩 하던 도정질문을 올 들어 한 차례 더 늘리기도 했다. 하루에 다섯 명씩, 사흘 동안 15명이 했다. 이들 중에 내년 시장·군수를 준비하는 이들이 8명이나 들었다.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는 도정질문은 자신을 알리는 좋은 기회다.



위원회별로 3명씩 정해져 있으니 자기 차례가 된 사람도 있었지만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도지사와 교육감을 불러 세워놓고 한 의원 질문과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데 다 내용만 충실하면 언론에도 보도되니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이 도정을 견제하고 도민의 삶을 더 풍족하게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들을 감시하고 이끄는 것은 유권자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