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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2.14 "네 노선이 뭐냐?" (5)

<오래된 정원>

원작 : 황석영
감독 : 임상수

오현우(지진희)와 한윤희(염정아)의 이야기다. 17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독재시대에서 두 남녀의 만남으로.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난 건 1999년. 내가 대학을 마지막으로 다녔던 해가 1997년, 이듬해 2월 졸업을 했고, 촌에 2년 동안 '쳐박혀'있다 '탈출'했던 그해였다.

두 권짜리 책인데 상권만 읽고 말았지만. 지난해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다시 잊혀 졌던 기억을 더듬었던 것 같다. 그러다 말았다.

그러다 최근에 영화를 보게 됐다. 17년 동안의 만남과 헤어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으니 흥행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특별한 나라에 특별한 시대에 특별하게 청춘을 보내고 머리가 허옇게 센 한 청년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의 씨앗만 남기고 떠난 여자.

현우는 이렇게 말한다 "저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러자 윤희는 "아~~, 그러세요. 발이나 씻으세요."

짧은 동안 남녀가 사랑을 했고 현우는 떠난다. 다시 현실로. 잡혀갈 걸 알면서.
윤희는 그런 현우를 신파처럼 잡지는 않는다. 깨끗하게 머리 이발시켜 보낸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 네가 왜가니? 이 바보야"라고 읊조릴 뿐이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다리걸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도착한 버스를 앞에 두고 보여주는 장면이 윤희의 고무신, 뒤꿈치를 치켜 든 모습. 작별인사다. 그렇게 헤어진 게 끝이다.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17년 뒤에서 다시 과거로 찾아온 현우. 과거 '동지'들을 만나지만 그 시간의 틈을 따르지 못한다.
한 친구가 그에게 말한다. "노선이 뭡니까?" 현우는 말이 없다.

그 대사는 나에게 와서 박혔다. '내 노선은 뭘까?', 어쩌면 노선도 사라진 지금의 시대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노선대신 '로드맵'이란 말이 유행을 하긴 하더만. (한번은 동료에게 왜 로드맵이라고 하느냐, 노선이라는 말이 있는데. 라고 하니 노선과 로드맵은 다르다고 하더군. 속으로 웃고 말았다)

현우는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딸과 통화를 하다 한 말, "그때는 혼자만 행복하면 안 되는 시대였다"

내 노선은 뭘까. 마누라도 있고, 자식새끼도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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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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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8.12.14 1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된 정원,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죠. 특히 시공의 단절, 너무 아픈 영화이기도 하고...
    목적보다 수단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봅니다. 아무리 훌륭한 목적도 정의롭고 아름다운 수단들을 하나 하나 엮어서 다리를 놓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랬을 때 제대로 된 노선이 보이겠죠.
    목적은 강 건너 보이는데, 수단이 없으니 아직 노선이라는 다리도 요원하다고나 할까... 뭐 그런... 혼란스럽긴 하지만... 대충...

    • Favicon of http://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8.12.14 1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셨군요. 목적과 수단, 항상 혼동하지 말아야 하고 욕심이 앞서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공감합니다.

      거창하게 노선이라고 하지는 않더라고 삶의 목표는 명확해야 사는 게 재미있는데... 그렇지예.

      생각만 많습니다. 참...

      일욜, 식구들과 맛있는 저녁식사 하이소.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8.12.14 2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에 보는 좋은 영화였죠. '팔월의 크리스마스' 이후에 오랜만에 서정성 짙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주제는 살벌한 이야기지만... 살벌한 시대를 아름답게 그린 영화였다, 뭐 그런 감상... 제가 영화광이라 웬만한 영화는 거의 보는 편입다만. 오스트레일리아도 봐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농담이고, 내일 볼 겁니다. 원래 어제 마누라하고 심야 보기로 했는데, 마누라가 일을 잘 못해서 일요일 이 시간에도 사무실에서 계산기 두드리고 있답니다.

  2. 2008.12.15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po.idomin.com BlogIcon 포세이동 2008.12.15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선은 길입니다.

      앞서간 이들이 세운 이정표도 있을것이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길도 있겠지예.

      길이 엇갈리기도 할겁니다. 평탄하기도 험하기도...
      선택은 지가 하는 거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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