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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6 금모래 은모래 낙동강

가끔 회사 동료와 8년 전 다녀온 전라도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청잣빛 바다가 눈에 아른거린다. 맨발로 걸었던 황톳길 촉감도 보드랍다.

고창 미당시문학관 전망대에 올라 알게 됐다. 시인이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한 이유를. 그의 친일행적을 몰랐던 어린 시절에 헤아리지 못해도 이렇게 멋진 시를 쓴 시인은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 궁금했다.

앞으로 펼쳐진 갯벌과 바다, 뒤로 질마재를 보면서 떠올렸다. 나를 키운 유년시절 풍경들을. 사실 잊고 있었다. 눈부신 금모래 은모래와 어우러진 강에서 뛰어놀던 때가 있었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강에서 살듯했다. 시원한 강물로 뛰어들려면 뜨겁데 익은 모래밭을 한참이나 달려야 했다. 발바닥이 익기 직전 모래를 파고 발을 묻었다 다시 뛰었다. 뙤약볕에 한철을 보내면 얼굴은 새까맣다 못해 빛이 날 정도였다.

물새알도 있고, 재첩도 많았다. 재첩은 섬진강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친구들이 한주먹 잡는 동안 수렵에 소질이 없는 나는 고작 몇 알 찾아내는 게 전부였지만 신기했다. 가을이면 방울낚시들이 줄을 섰다. 바다에서 알을 낳으러 거슬러 오른 숭어잡이 진풍경이었다.

강은 평온하지만 않았다. 매년 물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둔치를 집어삼키고 휩쓸어가는 시커먼 강을 보려고 둑에 모여들었다. 한차례 쓸고 간 강은 변해 있었다. 동네 쪽에 있던 백사장은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어떤 해에는 키가 넘던 곳이 얕아지기도 했다.

강은 많은 상상력을 키워줬다. 세상을 보는 눈은 좁았지만 '저 강을 따라가면 어디가 나올까', '강 건너에는 어떤 사람이 살까', '이 물이 어디로 흘러갈까' 이런 잡다한 물음을 하곤 했다.

강은 그렇게 내 마음에 있었다. 내 고향은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 '큰 산'이 귀한 고장, 넓은 들판 북쪽 끝 낙동강에 접한 마을이 우리 동네였다.


그러나 유년시절 기억의 강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염분을 막아 안정적인 농업용수, 수돗물 공급을 위해 강을 가로지르는 둑을 만들었다. 낙동강하굿둑이 완공된 1987년은 중3 때였다.

그때부터 강은 서서히 뻘밭으로 변해갔다. 맑았던 강물은 갈수록 흐려졌고, 우린 강에 놀러 가지 않았다. 강이 그렇게 변한 까닭을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지금은 더 엉망이다. 해마다 녹조 범벅이 되고, 죽어가는 강이 되어 버렸다. 4대 강 사업을 하고 나서 8개 보에 막힌 낙동강은 '물그릇'일 뿐이다.

추억만 먹고살 수는 없다. 그러나 망각은 우리 삶을 망친다. 인간의 욕심과 잘못된 판단은 자연을 파괴한다. 낙동강이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4대 강 정책감사에 대해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했다. 온갖 생명과 더불어 사는 강이 우리 삶을 더 풍요하게 하지 않을까. 금모래 은모래 반짝이는 모래밭을 다시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



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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