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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과 주권

삐딱이 2017.01.10 11:18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은퇴하고 무료한자교실을 운영하는 어르신이 있다. 아들도 매주 빼먹지 않고 다녔다. 한 날 그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아파트 운영에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내게 동대표로 나서보라는 요청이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아파트 운영을 위해서는 젊은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직업이 기자라 어렵겠다고는 못했지만 바쁘다느니 이래저래 핑계를 댔다. "아들을 보니 아버지도 정의로울 것 같은데"라는 어르신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낸 건 부조리에 분노하면서도 머뭇거리는 나를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보다 더 정의로운, 더 똑똑한 누군가가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장한 방관을 선택하기도 한다. 공정한 사회를 좀먹는 특권을 없애야 한다면서 나의 주권 행사에는 멈칫한다.

특권 없애자면서 내 주권 행사에는 멈칫

청소년부터 노인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촛불광장은 특권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됐다. 무엇보다 주권자로서 제 역할을 못한 자기반성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는 행동으로 이끌었다. 특히 미래세대를 향한 어른들의 부끄러움이 컸다.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 탄핵,새누리당 해체,공범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송박영신(送朴迎新: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10차 경남시국대회'가 2016년 12월 31일 오후 5시부터 창원시청 광장에서 열렸다.한 아이와 아버지가 촛불을 들고 시국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


촛불정국 가운데서 주권자는 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정을 비롯해 자신이 몸담은 여러 공동체에서 특권이 아닌 주권 행사다. 부당함을 고발하고 권리를 외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생활정치다. 그 변화는 지역사회에 풀뿌리 자치를 이끌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기성세대가 더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불안·불평등한 사회지만 좀 더 안정적인 삶은 살아가는 이들이 행동한다면 미래세대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에서 두 사람의 삶을 소개하고 싶다.

행동해야 '인간 존엄. 행복 추구' 보장돼

은행에서 일하다 은퇴 후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했었고, 지금은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일을 하는 박종권 씨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고 자아실현도 하는 삶이 중요하다. 은퇴 후에 품위 있게 살려면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공직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은퇴하고 줄을 대서 낙하산을 타거나 특권을 누리기보다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을 평가하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한다. 석종근 씨는 선거관리위원회서 일하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민주도정실현 경남도민모임을 만들어 지난 1999년 창원 안민터널 무료화 논쟁에 불을 붙여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식과 정보 등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이 많이 나서야 투명사회가 온다"고 말한다. 실천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공직 생활을 마감한 뒤에도 시민단체 활동과 봉사단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관심·전문분야를 살려 시민단체에 몸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권자가 행동할 때 헌법이 명시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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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포세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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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장했다.' 100만 민중총궐기에 함께했던 초등학생 아들의 느낌이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에 서울시청광장이나 광화문광장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역사의 현장'에 함께한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모여 서울에서 100만 촛불 물결이,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퇴진'이 울려 퍼졌다. 촛불정국 때마다 우리는 헌법을 다시금 읊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되새기는 셈이다.

  새벽부터 차 타고 시간 들여서 밥 사먹으며 가며 지랄 같은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모인 마음들이 참 곱고 귀하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한 무리를 척결하고자 한 실천이. 아들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한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서울에 모이고, 경찰도 고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새누리당, 국정원, 검찰 경찰, 언론 그리고 어른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한 사람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 퇴진, 그것만이 사태 해결의 종점은 아니다. 시작이다. 헌법 1조를 다시 광장에서 외쳐야 할 일이 없게 하려면 주권자들이 더 크게 눈을 부라려야 한다.

  국민이 준 권력이 자기 것인 양 헌정 파괴 사태까지 만든 무리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 공범들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껍데기만 갈아입는 기회주의 세력과 부역자들을 까발려야 한다.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민중총궐기날 광화문광장에서 부산 가덕도 아지매는 "속았다"고 외쳤다. 김제동 씨가 진행한 만민공동회 시민자유발언에서 국민을 속인 세력들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공무원한테 속고, 지방자치단체장한테 속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한테 속고, 대통령한테 속았다고. 그러면서 새누리당밖에 모르고 살아서 죄송하다고 했다.

 새누리당 한 인사는 뻔뻔스럽게 이랬다고 한다. 최순실이 대통령 옆에 있었다는 걸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공범인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허수아비 박근혜만 버리면 해결될 듯 말이다. 국가정보원과 군, 그리고 검찰·경찰은 어떤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댓글공작을 벌이고, 국민에게 헌신해야 할 공권력을 주권자들에게 휘둘렀다.

우리 아이들 미래위해 부역자들 단죄해야

 특히 언론은 역사의 죄인이다. 성난 민심에 밀려 박근혜 정권을 질타하는 시늉을 하지만 공범이다. 촛불집회장에서 공영방송이 쫓겨나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언론은 스스로 진실 추구와 권력 감시자 책무를 다하지 못한 죄를 반성해야 한다. 나아가 정의롭지 못한 정권에 부역하고 결탁한 자들을 척결해야 한다.

 가장 큰 잘못은 어른들에게 있다. '이게 나라냐?'고만 성토하기엔 낯부끄럽다. 부도덕한 자들에게 권력을 내준 잘못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 그 반성은 헌정 파괴자뿐만 아니라 그 공범들에게 분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공범들이 사죄하고 주권자의 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다. 촛불정국을 완성된 혁명으로 나아가게 할지 미완에 그치게 할 것인지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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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과 주권 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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