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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포인트 찰리와 판문점 독일 베를린 거리를 걷다 보면 2가지 신호등을 만날 수 있다. 신호등의 졸라맨 모양은 옛 서독지역, 슈퍼마리오처럼 생긴 모자 쓴 사람은 옛 동독지역이다.같은 거리를 일직선으로 따라갔는데도 2가지 신호등을 만나기도 한다. 장벽은 사라졌지만 과거 분단의 흔적인 셈이다. 신호등을 되살려 놓은 것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독일 사람들의 다짐이라 읽힌다.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 2차 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영국·프랑스가 분할한 동·서베를린 장벽 사이에 있던 검문소. 외국인이 동서를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관문이었다. 1989년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통일과 함께 철거됐다 다시 세워져 관광명소가 됐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을 넘어 통일의 역사현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세계에서 유.. 더보기
금모래 은모래 낙동강 가끔 회사 동료와 8년 전 다녀온 전라도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청잣빛 바다가 눈에 아른거린다. 맨발로 걸었던 황톳길 촉감도 보드랍다.고창 미당시문학관 전망대에 올라 알게 됐다. 시인이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한 이유를. 그의 친일행적을 몰랐던 어린 시절에 헤아리지 못해도 이렇게 멋진 시를 쓴 시인은 어떤 곳에서 자랐는지 궁금했다.앞으로 펼쳐진 갯벌과 바다, 뒤로 질마재를 보면서 떠올렸다. 나를 키운 유년시절 풍경들을. 사실 잊고 있었다. 눈부신 금모래 은모래와 어우러진 강에서 뛰어놀던 때가 있었다.여름이면 친구들과 강에서 살듯했다. 시원한 강물로 뛰어들려면 뜨겁데 익은 모래밭을 한참이나 달려야 했다. 발바닥이 익기 직전 모래를 파고 발을 묻었다 다시 뛰.. 더보기
꼰대와 부끄러움 “과거 이야기를 부풀리면 나를 좋게 볼 것이다? 점점 더 나를 사기꾼으로 볼 뿐이다. 너를 증명하는 것은 너의 현재다.”인터넷에 떠도는 ‘남자 나이 마흔 넘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는 글 중의 하나다. 몇 년 전 이 글을 읽고 메모장에 옮겨놓고 다시 보곤 한다. 나이 먹어가는 게 부담스러워지던 때 가슴에 쏙 들어왔었다.나이가 들면서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역할과 책임이 커진 탓도 있겠지만 시야는 좁아지고 생각은 굳어져 간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게 되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진다.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불통 독선의 정치인 꼰대질은 더 피곤우리는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이 세상 이치나 원칙인 양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걸 ‘꼰대질’이라고 한다. 꼰대질은 특정 이.. 더보기
마인크래프트와 창원시 도시개발 인기 있는 컴퓨터 게임이 있다. 방식은 잘 모르지만 아들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 가상의 세계에서 자유자재로 건물을 짓고,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구축한다. 아들은 아빠 집이라며 한 채 지어주기도 한다. 3차원 세계에서 펼치는 놀이 그 자체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마인크래프트는 '내가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같은 주제로 학교 수업에 활용될 정도니 교육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마인크래프트로 창원시 현안인 인공섬 마산해양신도시나 옛 39사단 터에 신도시 구상을 한다면 어떨까. 단서가 있다. 이 땅은 공공재산이라는 것, 그러니 기존 도시와 조화, 시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 땅을 개발하는 데 민간사업자가 끼어 있으니 수익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수익성, 경제성이.. 더보기
뽑기와 선거-통치 당할 것인가 자치를 할 것인가? 진해 벚꽃장이 열린다. 벚꽃장뿐만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장에는 번호표를 뽑아 설탕으로 만든 여러 가지 모양을 선택하는 '뽑기' 장사를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커다란 잉어나 거북선을 뽑는 횡재도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꽝'이다. 꽝이라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사탕을 주니 입에 넣고 단맛을 볼 수는 있다. 선거는 이런 '뽑기'와 다르다. 뽑기는 돈을 내야 할 수 있지만 선거는 투표권을 가진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더구나 선거에서 '꽝'을 뽑으면 4년 동안 쓴맛과 고통을 받아야 한다. 6월 4일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모두 7표를 찍을 수 있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과 비례, 시·군의원과 비례 등이다. 경남도민은 모두 335명을 뽑게 된다. 표 수와 뽑을 사람.. 더보기
부끄러운 언론의 자화상 참 부끄럽습니다. 민주언론상 수상 소식을 듣고 가슴이 따끔거리고 낯짝은 화끈거렸습니다. 밀양에서 만난 할매·할배들이 언론을 욕할 때 느꼈던 증상이 되살아났습니다. 주민들은 기자들에게 말합니다. “찍어가면 뭐하노 나오지도 않는데.”, “있는 그대로 나가면 다행이다. 거짓말 하지마라.”, “사람 죽는다니 이제 왔나.” 주민들은 “제발 살려달라”고도 합니다. 주민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8년 싸움을 해오면서 언론사마다 성향까지 다 파악해버린 것이지요. ‘전력위기’, ‘지역이기주의’, ‘외부세력’이라고 휘갈기는 언론을 말입니다. 한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출입금지 언론사 목록이 적혀있을 정도입니다. 말이라도 붙이면 주민들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보도 잘 해주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더보기
죽을 먹으면서 시작한 새해 첫날 2013년. 죽을 먹으면서 시작한 새해 첫날. 정말 저는 깔끔하게 새해 아침을 맞았습니다. 왜냐구요? 속을 깨끗이 비웠거든요. 청소를 깔끔히 했습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설사를 했으니. 새벽 2시부터 시작한 설사는 해뜨기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이게 뭔가?’ 그런데 화장실 통행을 거듭하면서 변기에 앉아 있으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그래 묵은 해 먹었던 걸 깨끗하게 씻어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괴롭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대선 이후엔 체해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대선 이후 크리스마스 사이에. 꾸역꾸역 속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 잘못이었지요. 먹은 걸 잘 소화해내는 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침은 죽을 먹었습니다. 죽으로 시작한 새해.. 더보기
내 귀가 큰 줄 알았다 나는 내귀가 큰 줄 알았다. 남이 이야기해주기 전까지. 사실이었다. 앞만 보고 살았다. 더보기
우리집이 팔려버렸데요 우리집이 팔렸다고 방금 아내 휴대전화로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집이 아니죠. 소유권을 따지면, 전세계약 기간이 남았으니 전세권은 우리에게 있지만. 기분이 이상합니다. 좀 멍하면서도, 좀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낮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부동산사무소인데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 했다고. 다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저보고 대기하라면서. 퇴근하면서 아들을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혼자서 팬티, 런닝 바람으로 밥을 먹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예 맞습니다. 부동산사무소더군요. 부랴 부랴 김치반찬통 뚜껑을 닫고, 옷을 걸치고 문을 열어줬습니다. 한꺼번에 두곳 부동산에서 두 식구를 데려 왔더군.. 더보기
불혹, 흔들리지 않게 새해 시작은 당직과 함께. 새해 첫날, 사무실에 혼자다. 전날 마신 술에 머리는 맑지 않다. 몸은 춥다. 벌써 점심때. 이제 서른 아홉. 마흔을 이제 생각해야 한다니. 스물 아홉에 서른을 고민했던 것보다 더 힘들까. 그땐 참 심란했다. 나를 누르던 '뜻' 때문에.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무슨 뜻을 세워 살아 왔을까. 혹하지 않는 나이라 '불혹'이라는 데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삶에 대한 당당함이냐, 뭐라해도 귀닫아버리는 '꼰대'가 되느냐. 선택이다. 더보기
낚시로 낚는게 고기일까, 세월일까. 촌에서 태어난 나는 어릴 때부터 낚시를 할 기회가 많았다. 동네 뒷산에 대나무밭이 있으니 낚싯대 만들기는 쉬웠다. 화장실이 '퍼세식'이던 시절, 집집이 잿간도 있고 퇴비 쌓아 놓은 곳도 많았으니 지렁이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네 뒤에 낙동강이 흐르고 도랑이 흔해 고기 잡을 곳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낚시가 재미없었다. 고기 잡는 재주가 없었던 게다. 지렁이를 끼워 물에 던져놓아도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재미가 없는 게 당연했다. 그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 친구들이 낚시 가자고 하면 좋아하지 않았다. 머리가 굵어져서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낚시에 대한 선입견은 그대로였다. 지금도 별로 변한 건 없다.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또래 친구 중에는 고.. 더보기
"너, 너무 운동적 관점으로 보는 거 아니야?" 오늘(23일) 한겨레에 '데뷔 30주년 공연 앞둔 정태춘, 박은옥 부부' 인터뷰가 실렸다. 부부이자 오랜 동지인 그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은 지 꽤 됐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49구재 때 봉하마을에서 공연을 했다는 소식을 듣긴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들은 만난 건 2001년 쯤, 창원 성주사 산사음악회에서다. 그 뒤로 그들을 세상에서 보기 힘들었다.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느낌, '마음이 아프다'가 적합할 것 같다. 문화평론가 김규항 씨가 인터뷰를 했다. 김 씨가 2002년 음악 작업과 사회활동 중단 상황을 정 씨에게, 이어 박 씨에게 물었다. - 아내이자 오랜 동지인 박은옥 선생 보시기엔 어땠는지요? "너무 힘들어하니까 보는 나도 많이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반복해서 말했어요. 군.. 더보기
<변화무쌍 가을 하늘>-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하루는 긴듯 짧다. 맑은 하늘이 요즘이다. 푸르고 깊었다 구름도 빠르다. 햇살이 따갑고 눈부시니 마음만 싱숭거린다. 아침 저녁 쌀쌀함은 한 순간 멍해지는 간극을 더 늘인다. 과거로 되돌리고 싶은 생각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하는 쓸데없는 멍함.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이라, 스스로 다치고 스스로 보호막을 치니, 어쩔 수 없는 맘 고생이다. 그럴수록 쪼그라는 자신이 더 쭈글스러우니, 참. 온갖 구름 엉켜 먹구름 꼈던 하늘도 날 저물고 새 날이 떠면 다른 하늘을 맞듯이 내일 이면 찌푸린 마음 파랗게 변할까. 내가 이런 건 꼭 가을 탓만은 아니다. 선택의 문제였다. 더보기
이상과 현실 이상과 현실. 아내는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상만 충만하다고. 그 이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리고 지금에 대해 묻는다. 공감가는 시 한 편.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가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 쑥국 쑥국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문 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 더보기
늦더위에 '즐'하는 <하악하악> 늦더위가 한 몫하는 요즘입니다. 장마가 길었던 올 여름, 별로 덥지 않았던 여름이라 정리했다가는 큰 일 나겠습니다. 이외수 선생 글 처럼, 오늘 '하악하악'했습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괴롭습니다. 배부른 소린가. 선풍기 돌려놓고 책장을 펼쳤는 데 웃다, 심각했다 그렇게 쭈욱 읽었던 책입니다. 이 선생은 젊은 날의 아픔과 절망이 아직도 아리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선생은 온라인 세계에서도 유명하고 '즐'한다고 들었는데 악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악플 다는 이들을 '똥파리'라고 호되게 쏘아붙이네요. 악플 차단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 선생은 기이한 사람으로만 기억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제 기억에도 그게 먼저 생각나니 어쩝니까. 이 선생님 용서해주이소. 오래돼 기억이 .. 더보기
이 시대에 다시 보는 <대장정> 한해 동안 두 큰별이 졌습니다. 한국사회에 발자욱을 뚜렸하게 남긴 두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이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다니. 그를 생각하면 97년 12월이 떠오릅니다. 대학 생활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대통령 선거, 정상적으로 따지면 저는 선거권이 없어야 하는 데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차에 따른 것일 겁니다. 범민주 단일후보, 그를 찍었습니다. 밤새 개표를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큰 변화를 맞고 졸업을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외환위기에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국민을 이야기 하던 대목(취임사)에서 목이 메던 그가 생각납니다. 평양으로 건너가 두 손 맞잡던 장면을 보며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는 필요없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앞으로 뭘 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 더보기
변신-카프카를 만나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가 스물 아홉에 쓴 소설이다. 폐결핵을 앓다 마흔 한 살 나이로 죽을 때까지 고향 체코 프라하에서 살았다는 그.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역시 어렵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아침, 침대에서 갑충, 말똥구리로 변한 자신을 알게 된다. 악몽은 아니다. 실제상황이다. 출장 영업사원인 그는 갑충으로 변한 사실에 괴로워한다. 특히 지나쳐버린 출근시간과 사장이 갈굴 생각에 더 억눌린다. 가족의 냉대와 고립으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결국 그레고르는 벌레에서 다시 인간으로 '변신'하지 못하고 죽는다. 극단적인 변신으로 카프카는 뭘 이야기하려 했을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 소시민들. 갑충은 꼭 자본주의 시대에서 일벌레가 돼 버린 우리들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돈.. 더보기
1달 휴가, 여름 방학 당신이 한 달 휴가를 받는다면 뭘 하시겠습니까? 8월 한달 휴가를 받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휴직입니다. 유급휴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면 '좋은 회사'라며 부러워합니다. 사실이죠. 직장인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란 힘들겁니다. 우리 공장은 내부 사정이 좀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쉽지 않은 기회를 얻는 건 사실입니다. 오늘 휴직 이틀째 입니다. 어제, 오늘은 아내가 휴가라 함께 보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휴직을 즐겨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궁시렁 거리면서도 머리속에 '야~ 이거야'하면서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막연하게 '뭘하지'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그냥 마음가는 대로 몸 가는대로 한 번 뒹굴든지, 놀든지, 맛대로 해보자고. 세상살아가면서 이렇게 살.. 더보기
인터뷰 기사 가치를 모르는 기자 한 때 인터뷰만 줄기차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4년부터 2년 동안이었다. 스스로 '사람전문기자'라고 위안했지만 당시 부담감은 엄청났다. 부담이라는 게 매일 매일 새로운 사람을 찾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족히 300명은 넘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순서가 돌아오는 지금도 그런데 그때는 어떻게 했는지 내가 생각해도 의문이다. 사람만 만난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사람은 만나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를 더 부담스럽게 한 건 인터뷰라는 점이었다. 그 사람의 진심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 그를 알고 만나야 한다는 것,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건 전반을 훑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궁긍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더보기
나의 명분과 목표는 술자리에서 누가 물었다. "당신은 뭘 위해 이 조직에서 일하는가?" 나는 대답했다. "명분!" 이 조직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명분이라고 했다. 그 명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경향신문 2009년 7월 2일자 주말섹션 '그후'에 실린 그의 말을 생각한다. '24시간 뛰는 세계 패션업게 스타 성주 D&D 김성주 회장' 기자는 물었다. -전 재산을 북한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고 북한어린이돕기 등 북한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왜 그토록 북한을 도우려 하나. 김 회장이 답했다. "왜냐고 묻는 것이 이상하다.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는 같은 민족이고 태어난 지역이 다를 뿐인데 남한과 북한의 현실은 너무 다르다. 고작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우리 민족이 배고픔과 각종 고통에 시달린다.. 더보기
바다20090301 2009년 3월 1일 오후 4시 3분. 진해 해안도로 진해루 앞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지난주 일요일 아들 자전거에 태우고 해안도로를 한 바퀴 하다 찍었습니다. 요즘 머리가 많이 아픕니다. 고혈압 때문입니다. 그저께는 하도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열이 오르고 눈이 빨개져서 혈압을 쟀더니 98~165. 지난해 정기검진 때 혈압이 높았습니다. 그 뒤로 검진기관 간호사 선생이 회사로 와서 두 번이나 혈압을 쟀는데 모두 혈압이 정상보다 높았습니다. 군대에서 '관심사병'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회사에서는 '관심사원'이라 해야 하나? 집안 어른 중에서 중풍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으니 내력입니다. 더 위험하다더군요. 몇 주 전에 간호사 선생이 다음에 와서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으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니 .. 더보기
경향신문이 보내온 편지 지난 22일 회사에 들어가니 에서 보낸 편지가 보이더군요. 정확하게 말하면 '안내말씀'이라는 경향신문 마산지사장이 보낸 글입니다. 아침에 신문과 함께 왔던 모양입니다. 종이 한 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끊임없는 '애호와 성원에 감사하다', '더 나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독자로서 기분 좋은 말이죠. 신문 봐줘서 고맙고 더 잘하겠다는데 더 뭘 바랍니까. 그리고 위탁배달에서 단독지국으로 바꿨으니 앞으로 배달사고 없는 지국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답니다. 그러면서 납부계좌와 지사 전화번호를 남겼더군요. 단독지국으로 바꿨다는 글귀에 눈이 한참 동안 머물렀습니다. 경향신문이 요즘 잘하는 건 알죠. 그리고 촛불 정국에 독자도 많이 늘었다더니 마산에도 독자가 늘어서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살림을 차렸나 싶.. 더보기
"네 노선이 뭐냐?" 원작 : 황석영 감독 : 임상수 오현우(지진희)와 한윤희(염정아)의 이야기다. 17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독재시대에서 두 남녀의 만남으로.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난 건 1999년. 내가 대학을 마지막으로 다녔던 해가 1997년, 이듬해 2월 졸업을 했고, 촌에 2년 동안 '쳐박혀'있다 '탈출'했던 그해였다. 두 권짜리 책인데 상권만 읽고 말았지만. 지난해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다시 잊혀 졌던 기억을 더듬었던 것 같다. 그러다 말았다. 그러다 최근에 영화를 보게 됐다. 17년 동안의 만남과 헤어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으니 흥행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특별한 나라에 특별한 시대에 특별하게 청춘을 보내고 머리가 허옇게 센 한 청.. 더보기
동행 가끔 부끄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큰 울림이나 감동은 아니지만 깨달음, 그렇지 못한 제 삶의 자세가 들통날 때입니다.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10일 TV를 보고섭니다. KBS1 TV에 매주 목요일 밤 11시 30분에 하는 . 그날 제목은 ‘아빠, 대학 갈래요’ 20년 전 철강회사에서 일하다 오른손을 잃은 아빠. 지금은 택시를 몰지만 회사는 부도났고, 새벽부터 다녀봐야 하루 벌이 5000원, 1만 원이 전부입니다. 엄마는 식당을 하다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합니다. 열여덟 살 민경이는 그런 부모의 큰딸입니다. 버스비가 없다며 걸어가라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 시간 동안 걸어 학교에 가는 마음 깊은 딸입니다. 학교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데, 의대를 가고 싶은 데.. 더보기
친구 친구 친구가 뭘까요. 속내를 틀어놓을 수 있는 존재, 아무 조건 없이 기댈 수 있는 존재, 눈물나게 하는 존재, 차분하게 또는 흥분하게 하는 존재, 욕지거리 쏟아부으면서도 서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존재.... 새삼스럽게 친구가 뭔지 생각하게 한 일이 있습니다. 네 살짜리 아들이 했던 말과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아들에게 내년 3월에는 유치원에 보낸다고 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다닐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아들이 그랬습니다. “유치원 다녀야 해요? 나는 알라딘 어린이집 다니고 싶어요.”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은 “내 친구들이 있잖아요”라면서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댔습니다. 아들 입에서 나오는 ‘친구’라는 말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벌써 ‘이놈이 친구를 알 나이가 됐구나.. 더보기
재미난 일과 좋은 일 “재미난 일은 퀴즈 당첨된 거. 백화점. 3만 원. 좋은 일? 만나서 이야기해줄게.” 오늘 오후 회사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본의 아니게 엿들은 한 여성의 통화 내용입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올랐습니다. 제가 4층 편집국 단추를 눌렀습니다. 아무 단추도 안 눌렀으니 그분은 편집국 손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퀴즈 당첨되셨다고예. 축하합니다”라고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그분은 “예, 씨네퀴즈”라고 했습니다. 웃으면서. 제가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우리 신문을 보시는 독자가 퀴즈에 당첨된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우리 신문 퀴즈에 당첨된 것을 두고 ‘재미난 일’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퍼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재미난 일과 좋은 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였습니다. 답을 .. 더보기
대가리 똥만 든 지식인 영화 프랑스 영화 라는 영화를 연출했던 미카엘 하네케가 감독. 남자주인공 조르쥬 역에 다니엘 오떼유, 조르쥬의 부인 안느 역에 줄리엣 비노쉬. 이 영화가 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랍니다. 그만한 영화겠거니 하고 쉬는 날 밤에 케이블 TV에서 본 것입니다. 너무 심오했습니다. 뭐가 숨겨져 있다는 걸까? (영화제목이 hidden) 영화가 끝날 때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도 아니요, 누가 범인인지도 알려주지도 않고. 영화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배달된 비디오테이프를 돌리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사생활이 찍힌 테이프. 끝날 때까지 그 테이프를 누가 만든 것인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가 첫 부분부터 끝날 때 모두 흔치 않은 장면들, 조금은 갑갑함, 그러면서도 뭘까? 라는 의.. 더보기